올 11월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대기업 차장 정 모씨(41)씨는 하루가 다른 국내의 전세난 소식에 눈앞이 캄캄하다. 지난 7월초 출장차 서울에 들어왔을 때엔 전에 살던 과천에서 공급면적 79㎡ 아파트를 전세금 1억5000만원에 구할 수 있다고 단골 중개업소를 통해 소개받았다. 그런데 최근 다시 시세를 살피니 그런 물건은 찾을 수도 없고, 그때보다 5000만~6000만원씩 뛴 전셋집도 구하기 어렵다기 때문이다.
올 가을 이사를 앞둔 수도권 전세 수요자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유난히 철 이른 여름 전세난이 나타나면서 재계약이나 인근 단지로의 이사도 금전적으로 여의치 않아졌다. 전세금을 더 주고도 낯선 외곽 지역으로 집을 좁혀 이사해야할 형편이다. 미리 셋집을 찾아 전세난 속에 뛰어들어야 할지, 조금 기다려봐야 할지 갈팡질팡이지만 뽀족한 수가 없다.
◇ "올 가을 전세난, 지금보다 심각할 우려 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수도권 지역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올 가을 전세 계약(재계약)을 예정하고 있는 세입자들은 셋집 구하기에 미리 뛰어들고 있다. 매물은 한정돼 있는데 미리 매물을 확보하려는 수요자들까지 가세하다보니 전셋값은 더 뛰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가을 이사철이 닥치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세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세난이 수그러들기를 느긋하게 기다리기보다는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작년의 배 이상으로 예상보다 가파르다"며 "이번 가을 이사철에는 서울의 전세난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 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난이 지역차가 큰 만큼 기존에 살던 지역의 전셋값이 급하게 뛰었다면 그 지역 밖으로 눈을 돌려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서울이나 인근지역에서도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교통이 편리한 곳을 미리 공략하는 것이 불같은 전세난을 헤쳐나갈 방법이란 얘기다.
◇ "서울 전셋값 주간 상승률 2년만에 최고"
최근 서울에서는 전세 매물이 일시에 몰려 상대적으로 주변에 비해 전세시세가 낮게 형성되는 신규입주 아파트나 입주 2~4년차 아파트도 가격이 고공행진이다.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있을 정도로 집주인 대출 비율이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마저 없어서 못 파는 정도다.
부동산114(r114.com)에 따르면 8월 셋째주(16일 기준) 서울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3% 상승했다. 이는 2011년 9월 첫주(0.12% 상승) 이후 최고치다. 신도시(0.07%)와 수도권(0.04%) 아파트 전세도 동반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떨어져 12주 연속 하락하고 신도시와 수도권은 보합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 주 전셋값은 서울에서 ▲관악(0.34%) ▲송파(0.28%) ▲구로(0.26%) ▲중랑(0.25%) ▲마포(0.23%) ▲강서(0.22%) 순으로 급등했다. ▲성동(0.17%) ▲노원(0.16%) ▲도봉(0.16%) ▲동작(0.14%) ▲강동(0.13%) ▲금천(0.1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신도시 아파트 전세는 ▲분당(0.1%) ▲산본(0.07%) ▲중동(0.05%) ▲평촌(0.04%) ▲일산(0.03%)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수도권에서는 ▲광명(0.09%) ▲남양주(0.08%) ▲용인(0.07%) ▲부천(0.06%) 등 주거 인구가 많은 지역 전셋값이 일제히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