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이 비자금 혐의로 사장이 구속 위기에 몰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중흥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서고 있는 호반건설과 함께 최근 10여년 사이 호남지역의 신흥 건설사로 급성장한 업체다.
특히 중흥건설은 작년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초대형 주상복합 용지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 대형 건설사를 따돌리고 땅을 낙찰 받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토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순천 신대지구사업 과정서 비자금 조성 혐의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20일 중흥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정원주(48·사진) 중흥건설 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사장은 중흥건설 창업주인 정창선(73) 회장의 장남이다.
검찰은 또 공범인 중흥건설 자금담당 부사장 이모(57)씨의 횡령 금액이 16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내고 정 사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정 사장이 채무를 과다 계상하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잡고 주식회사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정 사장의 횡령 금액은 200억원대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일과 17일 정 사장과 부친 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순천 신대배후단지 개발 사업 과정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추궁했다. 지난달에는 중흥건설 본사와 계열사, 정 사장 자택 등을 1~2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신대지구는 2007년 외국인 투자촉진과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시작한 민관합동 개발사업이다. 중흥건설 자회사인 순천에코밸리가 토지조성사업을 했지만 토지가 팔리지 않자 설계 변경을 한 뒤 중흥건설이 직접 아파트를 지어 파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져 순천시의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설계변경 과정에서 특혜를 주고 받은 순천에코벨리와 관련 공무원을 작년 6월 검찰에 고발했다.
◇ 7500억원에 낙찰받은 광교C2..잔금 못내면?
중흥건설은 당시 신대지구 사업실적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주택 공급실적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비자금 및 횡령 사건으로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중흥건설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올해 계획했던 분양사업을 올스톱했다. 이 회사는 올해 전국에서 주택 총 1만7000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부산 명지지구 750가구만 분양한 상태다.
올해 3월 분양을 목표로 준비해 온 광교신도시 C2블록 주상복합(아파트 2290가구, 오피스텔 240실) 분양도 중단된 상태다.
이 사업은 작년 중흥건설이 최고가매각입찰에서 공급예정금액 5644억원의 132.8% 수준인 7500억원을 써내고 낙찰받아 화제가 된 땅이다. 당시 현대건설 등 대형사 컨소시엄이 적어낸 금액보다 500억원가량 높은 금액이었다.
중흥건설은 규모나 입지 면에서 수도권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이 사업을 성공시켜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할 계획이었다.
▲ 광교신도시 C2블록 '중흥S-클래스' 조감도 및 중흥건설 올해 주요 분양물량 |
특히 중흥건설은 토지 계약금 1500억원은 내부 자금으로 납부했으나 잔금 6000억원은 PF로 조달할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함께 금융기관들이 참여를 꺼려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흥건설의 광교 분양계획은 현재 7월로 미뤄진 상태다.
이와 함께 올 초 중흥건설의 계열사인 중흥종합건설이 지금까지 써왔던 주택 브랜드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을 '시티 프라디움'이라는 새 브랜드로 교체한 것도 검찰의 중흥건설 수사 본격화를 염두에 둔 선긋기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흥종합건설은 구속된 정 사장의 동생인 정원철 사장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회사다. 중흥건설의 계열사지만 정원철 사장 본인이 지분 100%를 가진 시티글로벌이라는 회사가 이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어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