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ISS "삼성물산 합병 반대 권고"..엘리엇 손들어줬다

  • 2015.07.03(금) 20:45

"제일모직과 합병 주주에 불리" 엘리엇 주장 수용
삼성 "ISS 반대 유감..권고 뒤집은 사례도 많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에게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합병 성패를 두고 삼성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벌이는 대결 판세는 더욱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ISS는 3일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에 반대를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두 회사의 합병이 한국법상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저평가된 삼성물산과 고평가된 제일모직의 조합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ISS는 "회사가 주장하는 합병의 잠재적 시너지를 인정하더라도 합병 비율 상 저평가된 부분을 보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KCC로의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서도 "삼성물산은 합병의 이점을 설명하고 주주들을 달래는 대신 블록딜을 통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ISS는 "합병 반대 의결이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 리스크에 노출돼 있지만 주주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시장에서 공정한 가치평가에 대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 반대 표결을 권했다.

 

ISS는 1985년 설립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로 전 세계 1700여개 대형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찬반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낸다.

 

투자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ISS의 보고서에 의존해 주총에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이번 ISS의 보고서는 엘리엇 측의 합병반대 논거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순 엘리엇은 ISS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1대 0.35로 정해진 것이 '불법적(unlawful)'이라는 입장과 합병반대 논리를 담은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에는 ▲한국의 인수합병 - 지배구조와 법적 이슈 ▲삼성물산의 건설업계에서의 위치 ▲시장에서의 삼성물산 주가 저평가 및 제일모직의 고평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ISS의 이날 보고서는 삼성물산의 지분 34%를 들고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ISS의 주총 의안 분석 가운데 의결권 행사에 반영된 경우는 74.3%를 차지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 Co.)가 "제일모직과의 합병은 전략적 이점에 대해서 의문이 들고, 합병 조건도 불리하다"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엘리엇 측은 ISS 보고서 발표 직후 "합병안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명확하게 입증한 ISS의 권고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는 짤막한 논평을 내놨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ISS의 보고서가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과 기대효과, 그리고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은 "합병은 정당하고 적법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일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판결에서도 확인된 것"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향후 주총 표결이 ISS의 권고대로 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듀퐁 이사 선임, 구글 보상위원회 이사진 재선임, 캐터필러 보상체계, 도요타 신주 발행, 소니 CEO 재임명 등의 주총 의결사안이 ISS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각 사 주총에서 가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SK C&C와 효성의 사내이사로 각각 최태원 회장과 조석래 회장을 재선임하는 안건, CJ 사내이사로 손경식 회장 등 3명을 재선임하고 보수한도를 승인하는 안건 등이 ISS의 반대 권고를 뒤집고 통과한 바 있다.

 

삼성물산 측은 "합병은 외부 전문기관의 세밀한 실사와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시너지와 신성장동력을 통한 지속 성장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번 합병이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롭고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것임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합병을 원활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합병안을 다루는 주총은 오는 17일 열린다. 주총에서 지분 70% 가량이 의결권 행사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삼성은 합병 통과를 위해 47%의 지분을, 엘리엇은 합병 무산을 위해 2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개인, KCC까지 모두 더해 19.99%이며 지분 7.12%를 가진 엘리엇을 포함해 외국인은 33.61%를 보유 중이다. 국내 기관은 국민연금 10.15%를 비롯해 총 21.2%의 지분을 들고 있다.

 

▲ ISS 홈페이지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