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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에 부는 '역전세난 바람'..조정 신호탄?

  • 2016.08.01(월) 14:46

위례·미사 입주 맞물려 전세값 10%안팎 하락
'급급급 전세'도..재계약 몰린 하반기 낙폭 커질듯

“최근 두 달 사이에 전세계약이 끝난 고객 4명이 위례나 미사로 넘어갔어요. 특히 자녀가 아주 어리거나 이미 대학에 진학해 학군이나 사교육 등에 대한 수요가 적은 세입자들은 이 지역(송파구)보다 전셋값이 싼 신도시로 옮기려는 경우가 많죠.”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이들 지역과 붙어있는 서울 송파·강동구 전세가격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나 전월세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도시로 세입자들이 빠져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다음달부터는 기존 세입자들의 계약 만료시기가 몰려 전셋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세가격 하락이 '준강남권'으로 일컬어지는 이 지역 주택 매매시장의 조정 요인이 될 조짐도 보인다.

 

▲ 잠실 파크리오 단지 전경./유태영기자 argos@

 

◇ '급급급전세'..반년새 1억5천만원↓

 

1일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대비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0.29% 하락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나타냈다. 같은기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0.98% 올랐고, 서울 아파트는 평균 1.90% 상승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에서 잠실 파크리오 전용 84.9㎡는 지난 1월 7억8000만원(29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난 달에는 면적과 층이 같은 물건이 이보다 9000만원 낮은 6억9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신천동 파크리오 단지 B공인 관계자는 "현재 84㎡대 전세는 올 초보다 평균 5000만원 가량 낮은 7억~7억5000만원선"이라며 "위례 입주가 시작 된 뒤 새 입주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집주인들이 만기 전 먼저 나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낮춰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잠실 한 단지내 상가 부동산 매물정보./유태영기자 argos@

 

실거래가 시스템에는 잠실 리센츠 전용 84.99㎡(27층)가 지난달 7억원에 전세 거래된 사례가 올라 있다. 지난 1월 8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과 층과 면적이 같은 물건이다. 

 

중개업소에는 전세 품귀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급전세’ 벽보도 나붙고 있다. 잠실 엘스 단지 상가의 한 부동산 유리창에는 '급급급 전세'로 소개하는 매물이 걸려있었다.

 

잠실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급급급 전세'라는 건 세입자 계약만료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집주인이 싸게 내놓은 것”이라며 “예전엔 전세물건 올려놓기가 무섭게 세입자가 달라붙었는데 이제는 가격을 낮추고 벽보를 붙여도 물건 빼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집주인들도 신도시로" 

 

지난 1년간 평균 이상 상승률을 보였던 강동구 지역은 최근 1~2개월 사이 하락세가 뚜렷하다. 강동구 전셋값은 KB국민은행 시세조사에서 지난 1년사이 3.8% 상승했지만 , 가장 최근 한 달은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강동구 전셋값은 부동산114 조사에서 지난달 중순 대비 0.4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이 평균 0.06% 상승한 것과 확연한 차이다. 특히 주요 대단지 아파트들은 올 초보다 10% 가량 하락한 수준에서 전세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서 지난 2월 5억4000만원(15층)에 전세 계약이 있었던 프라이어팰리스 전용 84.99㎡는 지난 6월 4억90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4개월만에 전세가격이 5000만원 하락한 것. 현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와 프라이어팰리스 전용 84㎡ 전세 시세는 5억원 수준이다.

 

암사동 D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위례와 미사 지역으로 많이 넘어갔다”며 “새 아파트인데다 가격도 여기보다 싸다보니 집주인들 중에서도 집을 내놓고 신도시로 가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얘기했다.

 

▲ 강동구 암사동 프라이어팰리스 단지 입구./유태영기자 argos@

 

◇ "전셋값 더 떨어진다"..그 이후는

 

이들 지역 전셋값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관측된다. 잠실 파크리오, 리센츠, 엘스와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등이 모두 2008년 하반기에 입주한 단지들이어서 통상 2년 단위인 전세계약 만기가 다음달부터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2월에는 3658가구 규모의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시영 재건축)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신도시로 수요가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하반기에 이어 내년까지 공급물량은 계속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집주인이 원하는 만큼 전세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이자 비용이나 대출 원리금 상환 등에 압박이 커져 집을 팔려는 경우도 많아질 수 있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 발생하는 '역전세난'이 매매시장에서의 매물 증가와 가격하락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다만 아직 전셋값 하락 폭이나 기간이 이렇게까지 심각하진 않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위례나 미사 등에서 일시적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송파·강동 전셋값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새 입주 단지가 안정되면 주변시장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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