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주택정책 역점사업으로 밀었던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에 공공성이 대폭 강화된다. 사업을 수월하게 해 민간기업의 뉴스테이 참여를 유도한다며 제시됐던 택지공급, 용정률 상향, 사업비 기금 출자 등 사업 여건 상 '당근'은 대거 축소된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 개념으로 도입된 뉴스테이는 주택시장에서 시장 안정이나 주거복지 측면의 공적인 역할은 제대로 못하는 반면 민간 사업자에 돌아가는 혜택만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이 같은 민간임대에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왔다.
◇ '굿바이 뉴스테이'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갑)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3일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빠른 처리를 위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지만 국토부가 주도적으로 당정협의에 나서 마련한 것이다.
2015년 뉴스테이가 도입되던 당시 민간임대주택은 최소 임대의무기간(4년 또는 8년)과 임대료 인상률(연 5% 이내) 외에 규제를 최소화한 형태였다. 여기에 주택도시기금 출자와 공공택지 저가 제공, 용적률 상향 등의 건축특례를 더해 사업을 수월하게 해 공급을 최대한 뽑아내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공공 인센티브를 받는 사업임에도 주거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등 공적인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법안에서는 '기금출자, 공공택지 등 공공지원을 받아 8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 이 법에 따른 임대료, 임차인의 자격 제한 등을 적용하는 주택'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재정립했다.
이외 민간임대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분류했다. 공적 자원이 투입된 민간임대라면 그 만큼 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규제를 얹는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은 300가구 이상 규모를 공급할 때 '기업형 임대사업자'로 분류하던 것도 삭제했는데 이역시 민간기업에 주던 특례를 배제한다는 뜻에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공공에 기여해야 공적 혜택 제공'
이에 따라 공공택지를 수의계약으로 살 수 있는 토지공급 특례와 용적률 등 건축특례는 앞으로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에만 한정해 제공된다. 현재는 뉴스테이와 8년짜리 민간임대인 준공공임대 등에 제공되고 있다.
아울러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짓는 사업자가 용적률 특례를 받으면 일정 면적에 임대주택을 지어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거나 늘어난 연면적 만큼의 땅값을 현금으로 납부토록 했다. 아니면 청년이나 노인 등 주거지원계층에게 우선순위를 둬 공급하거나 임차인을 위한 복합지원시설을 지어야 한다.
민간에 택지개발 권한을 줘 뉴스테이를 대량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던 '뉴스테이 촉진지구'도 바뀐다. 종전에는 '유상공급 면적의 50% 이상'을 뉴스테이로 지으면 촉진지구를 추진할 수 있게 했지만 앞으로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 전체 가구수의 50% 이상 지어야 촉진지구를 신청할 수 있다.
뉴스테이 촉진지구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안에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그린벨트 해제 제안권도 종전에는 민간에까지 부여했지만 앞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시행자에게만 주기로 했다.
공공성도 대폭 강화된다. 지금은 뉴스테이 사업자가 마음대로 최초 임대료(보증금 및 월세)를 정할 수 있지만 앞으로 선보이게되는 공공지원민간임대는 주변 시세의 일정 비율 이하로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비율은 국토부가 시행령을 마련해 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공지원민간임대 주택에 대해 ▲우선공급대상 ▲임차인의 요건 ▲선정방법 등도 국토부가 시행령을 정비해 정하기로 했다. 소득이나 무주택 기간 등의 요건에 따라 순위를 정해 공급한다는 의미다. 현재 뉴스테이는 입주 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번 법안 발의에는 민 의원 외에 강훈식·안규백·윤후덕·윤관석·이원욱·안호영·최인호·조정식·전현희 의원 등이 참여했다.
다만 이처럼 민간임대에 사업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공공성이 강화될 경우 민간 기업의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정 뒤 변화하는 사업 여건 아래서도 민간임대 공급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