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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하늘 위에 재건축, 넌 누구니?

  • 2018.02.05(월) 10:04

‘경축, OO단지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이런 플래카드 본 적 있으시죠. 재건축 추진 관련 내용 중 하나인데요. 바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조합원들이 자축하는 플래카드입니다.

안전진단을 통과했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받은 셈인데, 이 게 축하할 일인지는 어딘가 아이러니한데요. 왜 그들이 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할까요?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재건축이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최근 재건축 연한 연장에 대한 이슈가 있는데요.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한 단지 기준을 기존에는 건립된 지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릴 수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재건축을 준비했던 단지 주민들 입장에서는 시작도 못해보고 1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재건축 사업을 시작했다면 추진단계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업 준비와 사업시행, 관리처분계획을 거쳐 사업 완료로 볼 수 있는데요.


사업 준비 단계로는 먼저 기본계획 수립이 있습니다. 시장이나 도지사 등이 재건축사업의 기본방향과 개략적인 정비구역 범위 등의 내용을 포함한 도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10년 단위로 세워야 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사업에 대한 큰 틀만 제시된 상황이죠.

이후 안전진단을 통해 재건축 필요성이 확인되면 자치구의 구청장이나 광역시 군수 등이 주민공람과 지방의회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 해당 지역 시장이나 광역시장에게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합니다. 이를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단계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앞서 나왔던 안전진단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안전진단은 지반상태와 균열, 노후화를 비롯해 주차‧일조‧소음환경 등을 평가하는데요. 정밀안전진단까지 실시해 대상건축물을 A~E등급으로 평가합니다. D등급 아래로 받으면 이 ‘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도 된다’는 의미로, 재건축 시행자 입장에서는 이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시작을 알리는 셈이죠.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정비계획 안에는 해당 지역의 아파트 용적률을 바탕으로 새 아파트 건축시 세대 수를 비롯해 전체적인 단지 구성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용적률은 또 뭘까요. 그 전에 먼저 대지지분부터 살펴보죠. 대지지분은 아파트 전체 단지 대지면적을 세대 수로 나눠 등기부에 표시되는 면적입니다. 용적률은 건물의 연면적(각층의 바닥면적 합계)을 이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이고요.

가령 100평짜리 대지에 한 층이 70평인 3층 건물을 지었다고 하면 이 건물의 연면적은 210평으로 용적률(연면적/대지면적*100)이 210%가 되는 것이죠. 용적률은 대지 용도에 따라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합(원) 입장에서는 대지지분(분모)이 많을수록 더 크고 높은 건물(분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용도변경을 통해 용적률을 더 높여달라고 요구하거나, 세대 수 구성에 대해 시가 세운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양측 간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우여곡절 끝에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사업을 시행하려면 시행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요. 많이 들어보셨을 재건축 조합입니다. 그런데 조합을 설립하는 게 또 쉽지가 않네요.

우선 조합을 설립하려면 정비구역지정 고시 후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장이나 군수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기 전,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해야 하죠. 조합이 창립총회를 열었다는 것은 이제 조합을 세워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을 허락(인가)받으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주택단지 안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와 주택단지 내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3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고요. 토지면적 4분의 3 이상의 토지수요자 동의도 필요합니다. 이를 충족하면 시장이나 군수로부터 인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시공사를 선정하는데요. 요즘은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건설사가 짓느냐가 사업 성패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시공사 선정은 매우 중요한 단계로 볼 수 있죠. 다만 서울과 경기도(선택)는 공공관리제도(자치구청장이 정비사업 과정에 참여해 사업 각 단계에 개입, 사업 진행을 돕는 것)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하게 됩니다.

시공사를 선정하고 나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건축 설계와 건축 허가를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주택 평형과 유형에 따라 몇 가구로 구성할 것인지 등을 정하고 이에 대한 허가를 받는 것이죠.

그리고 나서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분양신청을 먼저 받습니다. 남은 물량은 일반분양 하는데요. 이 규모를 바탕으로 조합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바로 돈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 만큼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가장 난코스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재건축 부담금이 가장 뜨거운 이슈인데요.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 추진위 구성시점부터 입주 시점까지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공사비나 조합운영비 등 개발비용(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뺀 금액(실현이익)이 3000만원 이상이면 초과이익으로 간주돼 누진적으로 조합에 부과되는 돈입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집값 상승분이나 일반분양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익 실현을 가정해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일각에서는 위헌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부담금 부과는 위헌성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의 입장이고, 재건축 부담금은 정비사업 추진과 임대주택 건설 및 관리, 주택개량 지원 등에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마무리되면 분양을 실시합니다. 이후 기존 거주자들의 이주와 건물 철거, 새 아파트 착공에 들어갑니다.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되면 시행자가 구청장에게 준공인가를 신청하고, 구청장은 그 동안 인가받은 대로 진행됐는지 확인 후 허가를 내립니다.

준공인가를 받으면 시행자는 대지확정측량을 하고 토지 분할절차를 거쳐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한 사항을 분양 받은 자에게 통지하고 대지나 건축물 소유권을 이전하는데요. 이후 조합을 해산하고 채무나 잔여재산이 있으면 조합원에게 기존 소유권에 비례해 나눠 처리합니다.


집 한 채를 허물고 새로 짓는 과정일 뿐 아니라 큰돈이 오고가는 만큼 그 과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새는 다시 시행되는 규제에다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재건축이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재건축 단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러 의미에서 예전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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