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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채]규제가 만든 역설

  • 2018.07.18(수) 10:15

다주택자 겨냥하자 돈 되는 집으로 몰려
실거주+집값 상승 기대되는 지역 주목

“나는 '똘똘한 한 채'입니다. 나는 서울 강남에 있습니다. 한강을 바라보고 있어서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그런 몸입니다. 몸값(집값)이요? 당연히 비싸죠. 다른 녀석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런 몸이지만 작년 8‧2대책이 발표된 후에는 잠시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부동산 규제책이 발표되면서 나에 대한 기대치도 조금 낮아졌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웬걸, 잠깐 소외되는가 싶더니 작년 말부터 시작해 올초까지 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주인님은 나를 포함해 강북에 한 채, 지방에 두 채의 집을 갖고 있었는데요.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우리 주인님 같은 사람들이 '비싸고 돈 되는 집'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집은 처분하기 바빴습니다.
 
결국 나를 제외한 나머지 집들은 팔렸습니다.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나를 '똘똘한 한 채'라고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 규제가 만든 '똘똘한 한 채'

역설적이다. 가상의 스토리처럼 '똘똘한 한 채'는 부동산 규제가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고 만든 규제인데 오히려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의 유명 단지들이 똘똘한 한 채라는 이름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를 쏟아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때 양도세 중과(2018년 4월)를 시행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대출규제를 통해 추가적인 주택 매입을 원천 차단했다. 동시에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다주택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규제와 혜택이 동시에 주어지자 어떤 결정이 자기에게 이로운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정부 예상과는 딴판으로 움직였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포함한 유명 단지들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다주택자들 뿐 아니라 자산가들은 강남 지역에 서둘러 집을 마련하려고 했다. 살기도 좋고 집값도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자 집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거둬갔다. 아이들 교육 여건과 집값 상승 가능성 등으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 사는 자산가들의 구입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와 강남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초과이익 환수라는 규제로 맞섰다. 여기에 4월부터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과열된 시장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갔다. 뜨거웠던 강남의 열기도 식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똘똘한 한 채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정부 규제가 시발점이 됐다. 이달 초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은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 세(稅)부담을 늘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결국 다주택자들은 주택 매매시 양도세 중과, 보유시 보유세(종부세) 부담 증가라는 진퇴양난 속에서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이나 증여 등을 통해 똘똘한 한 채만을 소유하는 전략적 선택의 필요성이 커졌다. 부동산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 ‘집 되고 돈 되는’ 그런 집

 

그렇다면 어떤 집이 ‘똘똘하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그저 강남에 있는 비싼 집이면 똘똘한 한 채일까.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를 규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이들 주택의 특징은 거주 수요가 풍부하고 집값 상승 가능성도 커 재테크 수단까지 될 수 있는, 즉 두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집을 가리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똘똘한 한 채는 거주자의 자산 규모, 지역 선호도, 가족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거주목적과 향후 투자가치가 접목된 집을 똘똘한 한 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곳으로는 강남, 그 중에서도 한강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들을 꼽을 수 있다"며 "이 지역 주택은 거주환경이 좋을 뿐 아니라 희소 가치로 집값도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함영진 랩장은 "대기수요가 많고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지역의 주택을 똘똘한 한 채로 볼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역세권에 위치하면서 최근 거래량이 많고 환금성이 좋은 전용 60~84㎡ 수준의 주택, 지역으로는 강남 4구를 비롯해 위례와 판교신도시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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