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문 못 열어요. 이번주가 (단속)피크일 것 같아요"
요새 가장 뜨거운 지역중 하나인 여의도 일대 한 공인중개업소에 전화를 했더니 이렇게 푸념을 늘어 놓는다.
그래도 전화를 받는 것을 보니 영업을 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계약서를 쓸 때는 인근 카페에 모여서 한단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일을 할 수 없으니 손님 응대를 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그 덕분에 매물 '1개'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정부가 이번주(13일)부터 서울시 주택매매 거래건에 대해 집중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직후 일선 중개업소의 분위기다.
실제 어제(13일) 국토부는 동행취재에 나선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여의도(영등포구라고 공지) 일대를 점검할 계획이었지만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인근으로 급선회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잠실 주공5단지 인근 중개업소라고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다행히(?) 문을 연 곳을 찾아 집중단속(?)에 나섰다.(정확히 표현하면 집중단속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국토부의 공지대로라면 '부동산 투기점검 현장'이다.
이런 상황은 사실 예상 가능했다. 문재인 정부들어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일선 중개업소 집중단속을 여러차례했다. 그때마다 강남 주요 단지 인근의 중개업소는 문을 닫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서울시 전역이 조사 대상이었지만 첫 타깃이 될만한 지역은 용산, 여의도, 마포 등으로 손에 꼽혀왔다. 최근들어 다시 전고점을 찍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잠실 주공5단지 역시 예상 범위 안에 있는 곳들이다.
업계에서는 중개업소 친목회나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단속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들도 흘러나오지만 그렇지않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 문닫은 잠심 일대 중개업소. 사진은 1월초 단속 당시의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이렇다 보니 단속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따라 붙는다. 그나마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가 집중단속을 하겠다고 하면 시장은 멈칫했다. 집중단속을 하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개업소는 물론이고 거래 당사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구두경고에 이어 단속을 통해 효과를 배가할 수도 있다. 심리가 중요한 부동산시장에서 열기를 식히는 정책수단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집값 상승만큼이나 거래량도 큰폭으로 늘어나던 때였다. 시장도 혼탁해지면서 각종 편법이나 불법의 개연성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지금의 상황은 달라 보인다. 집값이 큰폭으로 뛰긴 해도 서울 거래량은 7월 기준으로 여전히 5600건 정도다. 올해 3월 1만4000건에 육박했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도 드문드문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거래가 많지 않은 가운데 최고가를 경신하는 이런 시장에서 단속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애꿎은 부동산중개업소만 건드린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여의도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말마따나 '매물 1개' 남은 것을 두고 단속 효과라고 볼게 아니라면 되레 거래잠김이나 거래소강만을 가져올 뿐 실효성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과열로 향해 가는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잘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의 이런 모습들이 더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하는 지점이다.
과거에 했던 것처럼 책상서랍안에 모셔뒀던 매뉴얼을 꺼내 순서대로 집행하는 방법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따라갈 수 없다. 전날 단속을 놓고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 당장 전시행정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를 정책 당국자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