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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 탐방기]어반베이스 '머릿속 상상을 눈앞에 현실로'

  • 2019.03.22(금) 13:25

도면만으로 3D 공간 즉각 구현…다양한 공간 응용 가능
공간 정보로 소비자 편익 넘어 공익적 가치도 실현
일본‧미국 등 주요 국가에 특허 보유…해외진출 채비

각종 IT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서비스 산업, 이른바 프롭테크(Prop-tech) 산업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도 과거처럼 발품을 팔지 않아도 손쉽게 부동산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업계 선두인 직방이나 다방을 제외하면 아직은 인지도나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롭테크 기업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그들의 정보와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들 기업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함께 엮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AR(증강현실) 글래스(안경)를 쓰고 있지 않으면 허공이지만, 글래스를 끼면 내 몸짓으로 내 눈 안에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도록 구현하는 것이 우리 기술의 최종 목표입니다"

가상과 현실의 융합,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공간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을 제시하겠다는 어반베이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자신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기술의 마지막 단계를 이 같이 설명했다.

어반베이스는 3D 공간데이터 플랫폼이다. 전 세계 모든 실내 공간정보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언뜻 듣기에는 쉽게 이해하거나 머릿속에 그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반베이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단 몇 초면 '2D 도면→3D 공간'으로

VR(가상현실) 기술은 부동산과 접목되는 핵심 IT 기술 중 하나다. 그 동안에는 집이나 땅, 상가 등 관심 있는 부동산을 발품을 팔아 직접 찾아갔다면 이제는 VR 기술을 통해 가보지 않고도 내 눈으로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다.

어반베이스는 이런 VR 기술을 구현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가운데서도 어반베이스 만의 강점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2D 도면만 있으면 단 몇 초 만에 3D 공간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반베이스는 국내에 지어진 아파트 약 80%의 도면을 확보, 3D 공간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하진우 대표는 "가령 오피스텔 도면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 3D 공간을 만드는데 한 달 정도 걸리는 반면 우리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2D 도면만 넣으면 바로 3D로 구현된다"며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은 어반베이스가 자체 개발해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진우 대표가 개발을 주도했다.

어반베이스 3D 공간 구현을 통해 아파트 공간에 전자제품이나 가구를 실제 배치해 크기가 맞는지, 공간 활용은 가능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유튜브 화면 캡처)

이와 함께 만들어진 3D 공간을 이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배치‧이동하는 등 응용이 가능하다. 이는 VR 촬영 기구를 통해 현장을 직접 찍어 VR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어반베이스 서비스의 또 다른 차별점이다.

하 대표는 "촬영 기구를 통한 VR 서비스는 현장감이 큰 반면 있는 그대로만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며 "프로그래밍을 통해 구현된 3D 공간은 가구나 전자제품 위치를 옮겨보거나 벽을 없애는 등 공간을 원하는 대로 바꿔볼 수 있고, 실제 이동하는 것처럼 동선을 파악해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반베이스 기술은 이미 우리 소비생활 속에 녹아 있다. LG전자나 일룸 매장에 가면 매장 직원들이 태블릿 PC를 통해 소비자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실내공간에 구매하려는 제품을 배치해보며 크기가 적합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세월호 침몰, 도전에 마음을 굳히다

건축가 출신인 하진우 대표는 공간 정보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한 건축물이 준공되지만 정작 건축사는 그 공간을 이용하지 못하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여러 공간 정보가 준공 이후에는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공간 정보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 때만 해도 아쉬움 혹은 3D 공간 정보를 만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컸다. 그러던 중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하진우 대표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하 대표는 "실종자 수색을 위해 잠수부들이 세월호 도면만 보고 공간을 예측, 바다 속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잠수부가 실종되는 사고 등이 발생했다"며 "전문가도 도면만 보고서는 그 공간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기가 힘든데 비전문가인 잠수부들이 도면만 보고 힘든 수색 작업에 나섰다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갖고 있는 기술로 세월호 선체를 3D 공간으로 제작, 구조본부에 전달했다"며 "실제 구조 작업 시 3D 도면을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반베이스는 건축물 도면만 있으면 3D 공간으로 구현이 가능해 여러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이처럼 하 대표가 생각하는 공간 정보는 건축과 건설, 소비재 판매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사회 공공 분야에서도 넓게 활용될 수 있다.

하진우 대표는 "여러 건축물의 공간 정보가 있으면 사건‧사고 발생 시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트 조성에도 3D 기술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허리띠 졸랐던 시절에서 해외 진출까지

어반베이스를 세웠지만 여느 스타트업처럼 시작은 어려웠다. 하진우 대표는 초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8개월 가량 옥탑방에서 허리띠 졸라매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프로그램 개발 후에는 투자자들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15년 10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하 대표는 어반베이스의 해외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핵심인 3D 구현기술(Auto Modeling, Machine Learning)을 국내와 일본에서는 특허 등록을 마쳤다. 미국과 중국, 홍콩과 유럽 등 해외 주요 지역에서는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일본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위해 지금껏 받아온 투자규모를 뛰어넘는 금액 유치도 눈앞에 왔다.

하진우 대표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여러 지역을 가보면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미 일본에서는 몇몇 가전과 가구업체에서 우리 기술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시장을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AR 글래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바일을 통해 AR을 경험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AR 글래스를 착용해 눈앞에서 내가 생각한 공간이 펼쳐질 것이라는 게 하 대표의 생각이다.

하진우 대표는 "AR은 미래 설계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이라며 "허공에 내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면 그 곳에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그리는 기술의 최종 단계"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종 단계도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충분히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며 "이 기술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상상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데 가치가 있다"고 자신했다.

※하진우 대표는 경희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건축가이다. 흔히 건축가라고 하면 도면을 붙잡고 건물을 디자인 하는 모습을 생각한다. 하 대표는 그런 건축가와는 조금 달랐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오타쿠'였다는 그는 친한 친구들과 자신이 코딩해 만든 게임을 서로 돌려가며 놀 정도로 프로그램 전문가였다. 건축 일을 하면서도 몇 안 되는 사람들만 한다는 알고리즘 설계 업무를 주로 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건축가이자 프로그래머인 하진우 대표, 어쩌면 어반베이스는 그에게 운명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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