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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부동산]上 부동산, 돈 집어삼킨 괴물

  • 2020.01.09(목) 12:58

강남 아파트 집값 50% 이상 오르는데 주식시장 '답보'
가계대출 3년간 200조원 증가…저금리 유동성 주택시장 유입

부동산 시장이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부동산은 불패’라는 인식이 점점 더 확고해지면서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부동산에 쏠리는 유동성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린 이유와 이를 분산하기 위한 새로운 투자처 등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부동산의 시대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풍부해진 유동성 대부분이 주택시장으로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간 집값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각종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집값은 더 오르며 부동산 쏠림현상은 심화됐다.

반면 주식시장은 답보상태에 머무는 등 투자 매력을 잃고 있다. 부동산 외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게 현실이다. 결국 시장을 주도하는 부자들을 시작으로 서민들까지 주택 매입 등 부동산 시장에 돈을 쏟아 부었다.

◇ 믿고 보는 '부동산 불패'

10년 전 주택시장 침체기 때만 해도 '하우스 푸어'가 사회적 문제였지만 지금은 '하우스 위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시대가 됐다. '집 있는 사람이 승자'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기자수첩]하우스 푸어 아닌 '하우스 위너' 시대

집값이 오르면서 집주인들의 자산 가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집을 샀을 뿐인데 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수억원을 벌었다. 반대로 무주택자들은 집 사기가 더 어려워졌고 집으로 돈 벌 기회도 사라졌다.

강남 주요 신축 아파트이자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2017년 1분기 전용 84㎡ 매매가격은 17억원에서 18억원 후반이었지만 작년 4분기에는 최고 34억원까지 치솟았다. 3년 전 이 아파트를 샀다면 초기 투자금액의 2배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이 단지 매매가는 14억원 대에서 23억원까지 올랐다. 강남 아파트를 하나의 투자 수단으로 본다면 이 단지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들의 수익률은 50%를 훌쩍 넘는 셈이다.

부동산과 함께 대표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주식시장을 보면 왜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2017년 초 코스피 지수(2026.16, 2017년 1월2일 종가 기준) 대비 작년 말 지수는 171.51포인트 오른 2197.67포인트에 머물렀다. 3년 동안 8% 올랐다.

코스피 대형주보다 서민들이 소액으로 투자하기 쉬운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632.04포인트에서 669.83포인트로 상승률은 6%에 그친다.

주식 투자 종목에 따라, 주택시장에서는 어느 지역 어떤 아파트인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부동산 시장이 훨씬 더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저금리에 유동성이 늘어나면 일차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 규제로 집값이 이상 급등했고, 이에 따른 학습효과가 부동산 불패 인식을 강화하면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 부자 이어 서민까지 부동산으로

부동산 불패 인식은 부자들 사이에서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부자들의 총자산 가운데 부동산자산은 53.7%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한 반면 금융자산은 39.9%로 1.4%포인트 감소했다.

이들이 부를 이룰 수 있었던 주된 원천으로는 부동산투자가 전체의 22%로 사업소득(4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시장을 주도하는 부자들이 부동산을 통해 부를 쌓고 또 부동산 자산을 늘려가면서 서민들도 부동산 시장에 돈을 넣고 있다. 각종 펀드는 물론이고 퇴직연금까지 헐면서, 혹은 빚을 내서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가계대출은 1481조6000억원으로 2017년 1분기(1286조1000억원)보다 15% 증가했다. 정부가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증가율은 떨어졌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다.

가계대출의 빠른 증가에 대해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정상화와 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수요 확대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특히 주택거래와 아파트 신규분양, 저금리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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