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에 대해선 채신화 기자가 잘 알지 않을까요?"
자취생활 7년 차, 이사 네번. 자취에 있어서는 준전문가 정도는 된다고 말하고 다녔지만(입이 방정) 사실 '잘 안다'고는 할 수 없기에 이번 취재에 선뜻 응하기 쉽지 않았다. 아무리 꼼꼼히 살펴보고 집(전세나 월세)을 구해도 막상 살아보면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로 우왕좌왕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살던 사람의 짐을 모두 빼고 나니 곳곳에 곰팡이가 슬었거나, 새벽에 소음이 심하거나, 인근에 건물이 생기면서 볕을 가리는 일까지. 살아보지 않고는 모를만한 것들이 많다. 나의 실패담이자 '남의집살이' 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경험담이기도 할 터다.
직방의 '살아보기 캠페인'은 자취인들의 이런 고민에서 착안했다. 옷은 입어보고, 자동차는 타보고 사는 것처럼 집도 살아보고 선택하자는 취지다.
서울 주요 지역의 원룸에서 4개월간 '무료'로 살아본 다음 계약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청년들이 원하는 집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지 일종의 '체험판'으로 '1박2일'을 살아봤다.
#풀풀옵션#견본주택#확장판
지난 14일(금요일) '살아보기 캠페인' 체험을 위해 퇴근하자마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으로 향했다. 자취인으로서 '원룸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며 별 감흥 없는 채로. 무료로 4개월을 살게 해 준다는 것 외에 장점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였다.
체험할 캠페인은 시즌1 망원동에 이은 시즌2 '성수동 살아보기'다. 직방은 시즌별로 각각 콘셉트가 다른 세 개의 매물을 내놓는데 성수동은 ▲숲세권 ▲역세권 ▲천세권으로 나뉘었다.
이날 가본 곳은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의 초역세권 매물이었다. 직장인에게 역세권이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 아닌가. 출발이 가뿐했다.
건물은 신축이라 깨끗했고 1층 현관엔 도어락도 있었다.(보안 상의 이유로 건물 외관을 공개할 수 없다) 5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없고 옆집과 문이 바짝 붙어 있는 데다 도어락에 이중잠금 장치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문을 열자마자 미간의 주름은 펴졌다. 가구나 전자제품이 대부분 빌트인이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인테리어가 돼 있었다. 아늑한 '내 집'의 느낌이었다.
인테리어는 셰어하우스 운영사 '우주'가 도맡았는데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커텐, 침대, 식탁, 행거 등의 가구가 잘 어우러졌다.
7.5평(전용면적 25㎡) 정도에 분리형 원룸이라 공간적으로도 여유가 느껴졌다. 물론 거주자의 옷, 잡화, 책, 전자기기, 소지품 등 많은 짐을 들여놓는다면 원룸 특유의 답답함은 어쩔 수 없을듯하다.
모빌이나 화분 등 아기자기한 소품도 곳곳에 배치됐다. TV도 제공되며 입주 후엔 인터넷 연결도 무료로 해준다고 한다. "이 정도면 핵이득인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성수동#역세권원룸#게다가#공짜
대충 방의 구조와 인테리어를 파악한 뒤에 더 세밀하게 '체크리스트'를 확인했다.
월세나 전세 매물을 볼 때 꼭 확인해야 할 옵션 항목, 방음, 수압, 향, 보일러 등을 전반적으로 살폈다. 옵션 항목은 '없는 거 빼고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냉장고나 세탁기는 물론 조명, 벽시계, 잡지 수납함, 조리기구, 접시, 컵, 침대 시트, 이불(여름용·겨울용), 베개, 쿠션 등이 모두 비치돼 있어 무료로 사는 4개월간 불편함 없이 살수 있는 수준이다.
수압이나 보일러도 오케이. 일단 시간적 여유를 두지 않고 확인할 수 있는 항목들은 모두 '합격'이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 동네를 살폈다. 집 근처는 도로가 넓고 조용한 편이었다. 골목길이 어두워 돌아 들어올 때는 아파트를 낀 큰 길을 알아두긴 했지만 워낙 지하철역과 가깝고 쾌적한 편이라 치안이 우려되진 않았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버스를 10분 정도 타고 성수사거리 쪽으로 넘어가니 곳곳에 '핫플'이 있어 늦은 시간까지 젊은이들이 줄 서 있는 음식점들이 꽤 많았다.
'1인 가구' 체험이라 잠은 혼자 잤는데 확실히 숙박을 해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이중잠금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잠이 잘 오지 않았는데 밤이 깊어지자 옆방의 소음도 조금씩 들렸다. 방에 있던 4개의 조명을 모두 끄고 잤더니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았지만 방이 어둡게 느껴지기도 했다. 문을 열었더니 창문이 옆 건물의 벽을 바라보고 있는 점은 아쉬웠다. 햇빛을 일부 가렸다. 환한 집을 좋아하는 나는 아쉬웠지만 함께 취재를 왔던 기자는 '너무 밝으면 집중이 안된다'며 좋아했다.
1박2일 동안 있으면서 견본주택 취재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가격'을 확인해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이번에 살아본 성수동 매물의 인근에 위치한 원룸의 시세(직방 앱)를 보면 A매물(23㎡)의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1000만원, 45만원, B매물(26㎡)은 각각 1000만원과 60만원 수준이다.
직방이 제공하는 성수동 매물은 5층짜리 신축 원룸 건물인데다 초역세권인 만큼 이보다 시세가 더할 것으로 보이는데 '살아보기 캠페인'은 4개월간 거주자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일체 받지 않는다. 관리비와 공과금만 내면 된다.
#살아보기캠페인#당첨#꿀팁
여러모로 자취인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로 보였다.
'살아보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지역에 거주할 일이 있거나,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거나, 자취 생활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말이다.
나이, 소득, 재산 등의 제한도 없다. 이에 시즌1 망원동 살아보기엔 5300여명이 지원해 177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의 경쟁률은 어떻게 뚫어야 할까.
기본 요건은 ▲직방에 게시된 매물 3호 중 살아보고 싶은 집의 사진을 저장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사진과 함께 살아보고 싶은 이유, 필수 해시태크를 올린 다음 ▲신청 양식(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필수 코스를 거치고 나면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곽보연 직방 커뮤니케이션실 매니저는 "당첨 꿀팁은 무엇보다도 진정성"이라며 "해당 지역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삶을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청자들 중 기본 요건을 충족하신 분들을 추려내고, 이들 중에서도 진정성 있게 작성하신 분들이 최종 후보가 된다"며 "후보들 중에선 추첨을 통해 세분을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당첨자는 매주(총 16주)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션을 수행(친구 초대하기, 핫플레이스 가보기 등)해야 한다.
만약 4개월 살아보고 계속 살기를 원하면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거주할 수 있다. 다만 기존에 제공된 인테리어에서 일부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직방은 2030세대가 원하는 지역에서 특색 있는 원룸을 찾아내 '살아보기 이벤트'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곽보연 매니저는 "이벤트를 통해 해당 가구가 마음에 들어 계속 거주하는 것도 좋은 결과지만 반대로 살아보기를 통해 집이나 동네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즌1에서 살아보기를 했던 한 당첨자는 "집을 고를 때 집의 가격이나 옵션 등만 봤는데 이 캠페인을 통해 동네의 분위기나 느낌 등이 잘 맞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