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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정비사업]③늙어가는 여의도와 성냥갑 아파트

  • 2020.03.12(목) 10:46

마스터플랜도 혁신설계도 집값 앞에 '무릎'
여의도 통개발 보류, 더 늙어가는 여의도
'미래 100년 경관' 만든다더니 도로 성냥갑아파트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

2018년 7월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이 발언은 두 가지 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박원순 시장이 그동안 내세웠던 정비사업에 대한 원칙과 결을 달리했다는 점에서다. 전면철거·집단개발 식의 정비사업에 대한 반감이 컸던 박 시장이 여의도 전체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고 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정치적인 해석들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그동안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가 힘겹게 누른 서울 집값이 갑작스런 여의도발 대형 개발 호재로 다시 튀어올랐다. 결국 박 시장은 한달여만에 이 계획을 보류하면서 손을 들었다.

집값 때문에 무릎을 꿇은 정책은 또 하나 있다. 혁신설계 등이다. 서울시가 창의적인 건축과 미래 경관을 강조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아쉬운 대목이다.

◇ 재건축 '올스톱'에 늙어 가는 여의도

여의도를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 미국 뉴욕 맨해튼과 같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박원순 시장이 제안한 것은 '마스터플랜'이다. 박 시장의 달라진 행보에 해석이 어떻든 여의도 일대 노후 재건축단지들은 들썩였고 정비업계도 모처럼 화색을 띄었다.

여의도 일대는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몰려있는 최대 상업지구로 쇼핑몰, 오피스 등 고층빌딩들이 속속 들어서며 발전하고 있다. 반면 10여개의 노후 아파트로 이뤄진 주거지역은 모두 70년대 준공돼 40년이 넘은 단지들이다. 특히 최대 단지인 시범아파트는 71년 준공돼 내년이면 50년이 된다.

뉴욕의 맨해튼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고 박 시장도 여기서 매력을 느끼고 욕심을 냈을 터다. 하지만 박 시장의 발언은 결국 서울에 투기지역을 확대 적용하는 8.27대책(2018년)의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고 박 시장은 대책 발표 전날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기로 했다.

여의도의 시계도 함께 멈췄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그 한달여 사이(18.7.10~18.8.26) 여의도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86건에 달했다.

이후 1년(18.8.27~19.8.26)간 거래된 건이 242건, 그리고 최근(18.8.27~20.3.9)까지 1년반여 기간 동안 거래된 매매 건수가 총 399건인 점을 고려하면 한달여간 거래된 매매건은 무려 21%에 해당한다.

여의도 일대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은 기약없다. 시범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여전히 "마스터플랜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고 다른 단지들도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2018년 6월 서울시에 정비계획 변경안을 냈지만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나오지 않아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미 통개발을 하겠다고 한만큼 전체적인 큰그림이 나오기 전 개별 단지별 재건축도 막힌 셈이다.

섣불리 마스터플랜을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도 "그때 이후에 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도 분양가상한제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상황이 바뀌지 않는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는사이 여의도는 늙어가고 있다.

여의도 노후아파트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도시·건축 혁신안' 취지 무색…랜드마크 대신 단조로운 아파트

서울시가 아파트 정비사업 혁신과 건축디자인 혁신을 위해 지난해 3월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도 최근 그 의미가 퇴색해 가고 있다.

2030년까지 서울 아파트의 56%가 정비시기(준공 30년 이상 경과)가 돌아오면서 획일화된 '성냥갑 아파트' 대신에 입체적인 건축 디자인을 유도해 '미래 100년 경관 창출'의 기회로 삼겠다며 야심차게 들고 나왔다.

다만 정비사업 전 단계에 공공(서울시)이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비판과 논란이 적지 않다. 방향성과 취지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한다고 해도 최근 주요 정비사업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서울시가 다양하고 창의적인 건축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적극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되레 디자인을 제약하는 더 큰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최근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의 경우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전제로 설계안 변경을 요구하면서 기존 설계안에 있던 특화설계(시공사 롯데건설 제안)를 대부분 뺐다. 스카이브릿지, 커튼월룩, 미디어파사드 등이다.

서울시의 요구대로 도로변 아파트 높이를 최저 6층으로 낮추면서 아파트 동수가 늘어나고 건폐율은 높아졌다. 기존 조합원들이 원했던 랜드마크 단지 대신에 성냥갑 아파트로 회귀하는 셈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과도한 특화(혁신) 설계와 과열경쟁 논란이 일자 이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앞으로 특별건축구역에서도 특화설계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화설계는 기존 건축심의 내용의 10%를 벗어나는 중대한 설계변경으로 경미한 변경과 달리 별도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건축구역에서의 창의적인 디자인 등은 여전히 권장하고 있다"면서 "다만 시공사에서 시공제안하는 특화설계는 되레 공공이 건축심의를 통해 정한 설계를 조합원 입맛에 따라 시공사가 훼손하고 시공비 상승요인이 되기 때문에 지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특화설계는 여러 부작용과 논란을 낳지만 이에 대한 과도한 규제 역시 창의적인 건축과 다양한 도시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건축심의의 경우 인위적인 규제들이 남발돼 있기 때문에 (특화설계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재량을 인정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이란 건 공공에서 한다고 되는게 아니고 자생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소득증가나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 이런 변화를 (건축에)반영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 이를 통해 디자인 가치가 형성이 되면 가격(분양가 혹은 집값)을 많이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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