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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우는 건설]"해외건설,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뚫자"

  • 2020.06.04(목) 14:37

[비즈니스워치 창간7주년 기획 시리즈]
고준석 KIND 인프라사업실 실장 인터뷰
"포스트 코로나, 투자개발형 발주 늘 것..KIND가 지원"
"SOC사업 경제효과 강조…작은 규모 사업에도 관심 가져야"

건설업 위기의 끝은 어디일까. 안으로는 부동산 규제, 밖에서는 코로나19발 경기 위축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건설산업이 고용유발, 지역경제, 다른 산업과의 연관효과가 높은 만큼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다 '유연한 규제'로 숨을 불어넣어주고 각종 활성화 정책, 기업의 신규 먹거리 발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업계의 제언을 들어봤다.[편집자]

"3월에 파라과이를 방문하려 했지만 갑작스레 취소했습니다. 대구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괜히 방문했다가 중남미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 국가적 문제로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쉽지만 방역 안전을 위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건설 분위기를 묻자 고준석 KIND(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인프라사업실 실장은 이 이야기부터 꺼냈다. 당초 계획했던 사업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논의조차 하기 힘들어진 게 현실이다.

글로벌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환경이 악화됐다. 하지만 절망할 수준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K-방역'이 화두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도가 높아진 만큼 이를 활용하면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규모 SOC 사업을 통해 다양한 경제유발 효과를 이끌어냈고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받아들여 발전했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게 고 실장의 판단이다. 이를 살려 신흥국 문을 두드리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준석 KIND 인프라사업실 실장 /이명근 기자 qwe123@

- 앞서 언급했던 파라과이 사업 등을 통해 현재 해외건설 상황을 설명한다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파라과이 뿐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 출입국이 통제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어 컨퍼런스콜 등을 요청하며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직접 대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주요 사업 대상지인 신흥국들은 인터넷망 구축이 잘 안돼 있을 뿐 아니라 시차도 있어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일단 KIND를 비롯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국내 공공기관 해외 지사가 영업을 대신하거나 이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영업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파라과이 사업은 현지 방문을 통한 영업이 어려워진 만큼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제작해 해당 사업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어떻게 진행하고 성과를 만들지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아 전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파라과이 정부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주한 파라과이 대사관 등과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다.

*파라과이 아순시온~으빠까라인 경전철 사업은 4400만달러(약 536억원) 규모로 총 연장 44.15.km(역사 7개, 차랑기지 1개소)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지난해 6월 KIND 주관으로 파라과이를 방문했고 팀 코리아(KIND‧한국철도시설공단‧현대엔지니어링‧현대로템) 참여방안을 협의했다. 같은 해 11월 국토교통부 주관 민관합동수주지원단이 방문했고, 올해 1월 사전검토위원회를 통과했으며 LOI를 제출한 상태다. 파라과이 정부가 이 사업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어 예외적으로 출입 제한조치도 해제, 조만간 파라과이 방문을 계획하는 등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게 KIND 측 설명이다.

- 상반기보다 하반기 이후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 같은데

▲최근 해외 수주시장에는 (수주 대상국)정부 등 발주처가 사업을 발주하거나 반대로 우리가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 등이 있는데 두 시장 모두 멈춰있는 상태다. 수주 영업을 위해 해외에 나가지 못한 게 3개월이 넘었다. 이로 인해 예상했던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언제 다시 재개될지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영업시스템이 망가지고 이를 복구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어려움이 더욱 클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주처와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사업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4건의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를 승인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1건(네팔 Upper Trishuli-1 수력발전소)에 불과하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아직 올해가 절반 이상 남은 만큼 계획했던 사업계획을 수정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해외건설 수주시장 변화와 대응전략은

▲글로벌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주요 수주 지역인 중동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재정 여건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SOC(사회기반시설) 등 인프라 구축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투자개발형 사업이 이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사업 참여자가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일부 혹은 전체)하고,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의해 분배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사업 방식이다.

이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대규모 SOC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등을 이끌어냈던 경험과 이에 대한 정보가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철도와 스마트시티 등 인프라 기술을 정부(공기업)가 보유한 경우가 많아 기술이전 등 노하우 전수도 가능하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에 놓인 신흥국 정부에게 재정 부담은 줄이면서도 고용률 증진과 내수를 살릴 수 있는 SOC 프로젝트 등을 적극 제안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이 인정받았다는 점도 수주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건설사들은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투자개발형 사업은 자금부담도 있고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단순 도급에 주력했던 탓에 사업 경험이 많지 않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KIND가 함께 사업에 참여, 건설사들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상대국 정부와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도 정부 차원(공공기관인 KIND가 참여한다면)에서 대응하며 위험요소를 줄이고 있다.

그런 만큼 건설사들도 투자개발형 사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아직 소수의 특정 대형 건설사만이 참여하고 있는데, 작은 프로젝트부터 하나씩 경험을 쌓으면서 더 큰 프로젝트로 다가가야 한다.

지난해 중소기업인 한양정공이 국내에서 태양광사업을 수행했던 경험을 토대로 칠레에서 사업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해외사업 경험도 부족하고 중소기업이라 신인도도 작아 사업 구조화와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KIND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런 사례에 비춰 해외사업 경험이 많은 대형건설사 뿐 아니라 중소‧중견 건설사들도 포스트 코로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는 지난 2018년 6월 출범했다. 기존 도급형 수주사업보다 더 많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개발형 사업과 민관협력사업(PPP)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KIND는 해외 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수행하고,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등을 계획한다. 필요 시 해외발주처와 직접 협상에 나설 뿐 아니라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거나 제한적으로 직접 투자하는 역할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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