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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강동구 벽산빌라 '분양가 2569만원'의 파장

  • 2020.09.29(화) 15:16

서울 상한제 첫 적용 정비사업단지…점점 낮아지는 분양가
상한제 공포에 둔촌주공‧래미안원베일리 등 후분양 갈까

'2800만원대 초반(7월13일 분양가심의 신청)→2700만원대 초반(8월19일 분양가심의 재심의 판정 후 9월18일 재심의)→2569만원(9월23일 최종 분양가 통보)'

서울 강동구 벽산빌라의 3.3㎡(1평)당 평균 일반분양가가 세 번에 걸쳐 최종 확정됐다. 이는 조합이 강동구 분양가심의위원회에 처음 심의를 신청한 분양가에서 230만원(8.3%) 이상 내려간 금액으로 정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벽산빌라는 재건축 후에도 100가구 밖에 안되는 소규모 정비사업장이지만 서울 정비사업 단지 중 분양가상한제 적용 첫 사례인 만큼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다른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가 산정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선 공시지가 상승 등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보다 상한제가 분양가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일각의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잠재우고 '상한제 공포'가 커지는 모습이다.

벽산빌라 가로주택 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강동구는 최근 상일동 벽산빌라(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 조합에 평당 2569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해 통보했다.

이 조합은 7월13일 강동구 분양가심의위원회에 평당 분양가 2800만원대 초반으로 분양가 심의를 신청했으나 여러 항목 비용이 중복, 과다 계상됐다는 이유로 8월19일 '재심의' 의결을 받았다.

조합은 이후 지적받은 부분을 수정해 평당 분양가를 2700만원대 초반으로 제출했으나 당시 심의위원회에 심의위원 10명 중 5명밖에 참석하지 않아 과반 미달로 위원회가 성립되지 못했다. 심의위원회는 9월18일 벽산빌라의 분양가를 재심의한 뒤 9월23일 평당 2569만원으로 책정해 통보했다.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에서 세운 평당 분양가(2620만원)보다도 51만원(2%) 낮은 금액이다. 이로써 벽산빌라 조합원들은 1인당 600만~7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

반면 수분양자 입장에선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벽산빌라가 평당 분양가 2569만원을 적용할 경우 전용 59㎡의 분양가는 6억5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인근 '한양아파트'(1986년 준공) 전용 84㎡가 지난달 13억1000만원, '고덕센트럴아이파크'(2019년 준공) 전용 59㎡가 12억95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시세 대비 6억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벽산빌라 조합은 분양가 인하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은길 벽산빌라 조합장은 "설계심의 때부터 구역의 부지가 작아 소방도로를 못 내기 때문에 필로티(1층 공간에 기둥만 세워 개방하는 형태)를 하기로 했는데 그 비용을 기본형건축비 외 별도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이달 분양가심의를 받은 서초구 청광연립에선 별도 비용으로 인정해준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심의 때 지적받은 부분을 반영해 분양가를 수정했지만 이번엔 국토교통부의 분양가 산정 매뉴얼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낙찰률을 적용해 총 분양가가 5억8000만원 정도 깎였다"며 "민간기업에서 왜 조달청의 낙찰률을 반영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 일정이 미뤄질수록 비용 부담이 높아져 '울며 겨자 먹기'로 선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조합장은 "벽산빌라가 분양가상한제 첫 적용 단지인 만큼 향후 둔촌주공 등 다른 단지의 분양가 산정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더 낮게 책정한 것 같다"며 "그러나 이미 상한제 도입과 분양심의 지연 등으로 분양 일정이 5개월 이상 미뤄져 홍보관 임대료, 이주비 대출 이자비 등의 비용 부담이 커서 마냥 분양을 미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상한제 적용을 앞둔 다른 재건축·재개발 단지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정비업계에선 상한제의 분양가 산정 구조가 '택지비+건축비'인 만큼 택지비에 반영될 공시지가가 높아지면 HUG의 규제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 조합원 일부는 상한제 적용 시 평당 분양가를 약 3500만원으로 올릴 수 있어 HUG가 제시한 가격(2970만원) 보다 이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래미안원베일리)도 HUG가 제시한 분양가 (평당 4891만원)가 낮다고 판단해 상한제 적용 분양가를 기다려보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벽산빌라의 분양가가 예상치 못한 항목에서 조정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후분양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상한제를 적용해 저렴하게 분양해도 결국 집값은 시장 가격만큼 오르기 때문에 극소수의 수분양자만 혜택을 받는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익이 줄어드는 조합이나 건설회사가 후분양을 하거나 공급 자체를 안 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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