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올랐지만 월세는 싸졌다.
신림동 원룸촌 이야기다. 저렴한 원룸을 찾는 이들의 수요를 잡기 위해 불법개조까지 성행했던 신림동 원룸촌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수요감소로 공실률이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서울 모든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대표적인 오피스텔 주거촌인 강남, 마포, 여의도 등은 집값 상승과 맞물려 월세 가격이 올랐다.
주요 수요층인 2030세대들은 주요 도심 지역의 높은 월세에 밀려 이전보다 더 낮아진 가격의 신림동으로 내몰리는 흐림도 감지된다.
신림동에서 H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서정수씨는 "워낙 수요가 없어서 보증금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월세를 5만~10만원씩 줄인 매물이 많다"며 "그럼에도 공실률이 줄어들지 않자 임대업을 포기하고 원룸을 팔려고 내놓는 건물주도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임대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것도 문제"라면서 "전에는 싸게라도 하면 잠만 자는 외국인 달방(무보증방) 수요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신축 오피스텔이 들어서있는 강남과 마포 지역의 사정은 달랐다.
마포의 고층 오피스텔을 주로 중개하는 D부동산은 "전보다 월세가 5만원 올랐지만 공실률은 비슷한 상태다. 이곳을 찾는 직장인들은 무조건 싼곳을 선호하기보다 깨끗하고 편의시설이 갖춰진 브랜드 오피스텔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월세시장의 양극화와 지역 편중현상은 더 강화할 것"이라며 "고가 월세는 수요가 한정된 만큼 일반적인 임대차 시장과 분리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월세가격 양극화로 다소 저렴한 원룸촌으로 청년들이 내몰리는 모양새가 이어지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6일 "다주택자가 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무주택 청년과 1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쓰자"고 주장했다.
그는 '대진단, 대한민국 부동산정책 토론회'에서 "서울 전체 1인 가구 중 청년 가구가 41%를 차지한다. 그들의 주거복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지난해 다주택자가 낸 종부세는 1인당 월평균 33만2000원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월평균 52만4000원의 집세를 부담한다"며 "다주택자가 내는 세금이 집 없는 청년의 월세보다 턱없이 적은 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