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계양 전용 84㎡ 20가구 모집에 신청자 4796명, 경쟁률 239.8대 1
(1차 사전청약 공공분양 특별공급 지구별 모집결과 중)
지난 3일 1차 사전청약 공공분양 특별공급 모집자 결과와 경쟁률이 발표됐습니다. 예상과 달리 인천계양에서 공급되는 전용 84㎡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는데요. 최근 10년 공공분양 특별공급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률입니다.
이 주택형이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급지역이 인천계양이라서? 총 분양가가 저렴해서? 아니면 전용 84㎡라서?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1차 사전청약 공급물량 중 몇 안 되는 중형 평형이라는 점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입지여도 큰 평수가 인기
실제 이번 사전청약 공급물량 4333가구(신혼희망타운 포함) 가운데 전용 84㎡는 인천계양과 남양주진접2지구에서 각각 28가구와 45가구 등 73가구가 전부인데요. 전용 74㎡(인천계양)도 169가구로 전용 60㎡ 초과 주택은 총 242가구, 전체 공급물량 대비 0.06%에 불과합니다.
물량은 적은데 신청자는 많으니 경쟁률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죠. 1만5421명이 신청한 인천계양을 보면 전용 74㎡와 84㎡ 신청자가 각각 5857명, 4796명으로 59㎡(4768명)보다 많았는데요.
같은 지구와 블록 안에서도 더 큰 평수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남양주진접2지구 A1블록의 경우 전용 51㎡는 미달된 반면 59㎡는 경쟁률이 4.5대 1이었고, B1블록의 74㎡와 84㎡ 경쟁률은 각각 13대 1과 63.3대 1로 이 지구 전체 경쟁률(7대 1)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1차 사전청약 공급지역 중 남양주진접이 입지와 가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수요자 관심이 덜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용 84㎡ 만큼은 예외였던 셈이죠.
신혼희망타운 경쟁률도 다르지 않은데요. 성남복정1지구 A2블록 전용 46㎡ 경쟁률은 4.8대 1에 그쳤지만 55㎡는 8.7대 1로 더 높았습니다.
1차 사전청약 경쟁률만 봐도 상당수의 수도권 무주택자들이 전용 60㎡ 미만의 소형보다는 국민주택형인 84㎡, 적어도 70㎡ 이상의 주택형을 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공공분양, 평수 못 늘리는 속내
그럼 해결책은 간단하죠. 공공분양도 수요가 많은 전용 84㎡를 중심으로 공급하면 될 테니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간단치는 않습니다. 공공분양을 중소형 중심으로 공급하게 된 배경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박근혜 정부는 201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를 살리는데 주력했는데요. 주택의 과잉공급을 침체 원인 중 하나로 파악하고, 공공분양주택 공급물량을 기존 연 7만가구에서 2만가구 이하로 축소하는 동시에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으로만 공급(2014년 4월1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 중)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정권이 바뀌었고 문재인 정부는 공공을 통한 주택공급을 강조, 2017년 11월29일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서 다자녀 가구 등 수요를 고려해 전용면적 60~85㎡의 공공분양 공급도 허용(공급물량의 15% 이내)했습니다.
정책 방향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공공분양 중 전용 84㎡ 비중은 낮은 편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금까지 공급된 공공분양(신혼희망타운 포함) 중 전용 60㎡ 초과(74‧84㎡) 주택형은 8867가구로 전체의 13.7%에 그쳤습니다.
특히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 사업 본격화로 이 물량이 공공분양에 포함되면서 소형 주택이 더 늘어나는 상황인데요. 자금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한 주택인 만큼 총 비용 부담이 적은 전용 40~60㎡의 소형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차 사전청약도 마찬가지로, 신혼희망타운이 전체 공급물량의 44.9%인 1945가구입니다.
여기에 토지이용계획 상 공공분양이 공급되는 부지는 주택형이 중소형으로 계획되는 경우가 많고, 공공분양은 특별공급을 통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가구에게 우선 기회를 주는 만큼 가격에 대한 부담 등도 있기 때문에 중소형 주택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도 국민들의 수요가 많은 84㎡ 수준의 주택을 더 늘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공공분양에서 중소형이 많은 이유가 주택 공급량에 숨어있다고도 지적합니다. 한정된 부지 안에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려면 84㎡보다는 60㎡ 미만의 중소형 주택형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데요. 가뜩이나 주택공급을 위한 부지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많은 숫자의 주택공급을 통해 집값을 잡아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84㎡의 주택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30평대 아파트(전용 84㎡)를 쪼개면 중소형 평형 2채를 만들 수 있다"며 "주택 평수가 작아야 총 분양가 부담도 줄이고 공급량도 늘릴 수 있어 수요자 선호와는 달리 84㎡의 공급물량이 적은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최근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도 재택근무나 여가 등을 위해 자기만의 공간을 필요로 해 보다 넓은 주택을 원하는 추세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성향이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요.
신혼부부들도 자녀들의 성장을 고려해 방이 여러 개 이고 넓은 거실을 선호합니다. 중소형으로만 구성된 신혼희망타운을 두고도 많은 신혼부부들이 '평수가 너무 좁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장에선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을 두고 숫자도 중요하지만 국민들(무주택자)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어질 공공분양에선 보다 다양한 주택형을 공급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