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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성동구치소'에 이번엔 공공임대?…주민들 '부글부글'

  • 2021.09.03(금) 06:40

'민간분양 600가구' 공공주택 전환 검토
서울시 "공공임대 넓은평형, 지분적립형 등"
40년 참았는데…주민들 단체행동 준비

'복합문화시설·청년창업공간 등으로 개발'(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6·13 지방선거 공약)

'신규택지 지정해 신혼희망타운 700가구 및 민간분양 600가구 공급'(2018년 국토교통부 9·13대책)

'공공주택 1300가구 모두 공공임대 조성?'(2021년 서울시 검토중)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 계획이 또다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한 때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서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것도 잠시, 부지에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이 검토되며 주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서울시는 "아직 확정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주민들은 3년여 만에 손바닥 뒤집듯 개발 계획을 바꾸려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더블역세권 자리에 민간분양 '0'?

서울시가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애초 예정했던 민간분양 600가구를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하철 3·5호선 환승역인 오금역이 도보권인 옛 성동구치소 부지는 강남권에서 몇 안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개발 기대감이 높은 곳이다. 

주민들은 이 부지에 대규모 공연장, 공공도서관, 공원 등의 문화체육복합시설을 조성해 구치소 이미지를 벗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길 원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관련 내용을 약속하면서 '랜드마크'급 개발이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구치소 부지를 신규 택지로 지정하면서 개발 방향이 틀어졌다. ▷관련기사:'금싸라기 땅인데…' 우려섞인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2020년 2월6일)

전체 부지의 66%는 주거단지로 조성하고 나머지 34%는 공공시설과 업무시설이 들어서는 구상으로 대규모 복합시설 조성은 어려워졌고, 공공주택 총 1300가구 중 700가구는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랜드마크도 물건너갔다. 

이에 주민들은 '성동구치소 졸속개발반대 범대책위원회'(옛 성동구치소 졸속개발 결사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며 반발했으나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결국 지난 3월 이 개발안으로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됐다.  

지난 3월 확정된 옛 성동구치소 부지의 지구단위계획 토지이용계획안.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번엔 서울시가 민간분양의 공공주택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SH공사가 소유한 공공주택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600가구를 민간분양하는 것이 아닌 공공이 주도해 공공임대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옛 성동구치소 부지의 민간분양 물량은 '0'(제로)이 된다. 

서울시는 공공주택 사업으로 지분적립형분양주택,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을 검토중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일부만 내고 집을 취득한 뒤 임대료를 내며 살면서 나머지 지분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매도 시 시세차익을 공공과 나눠갖는 사업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중산층을 위한 장기전세제도다. 
 40년 꿈 물거품?…점점 커지는 주민반발

서울시가 개발 방향을 튼 이유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해 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공급은 해야 되는데 서울시 내 가용부지가 부족한 상태"라며 "공공부지 등 여러 사업장을 검토 중인데 그 일환으로 성동구치소 부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0년 만에 구치소가 사라지고 본격 개발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혐오시설을 오랫동안 참아온 데다 선거 때마다 개발을 약속해 온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동안 주민들과 협의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계획 변경이 추진되고 있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확정된 옛 성동구치소 부지의 지구단위계획 건축계획. 서울시는 당초 SH공사가 소유한 공동주택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600가구를 민간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지분적립형분양주택,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주택으로의 전환을 검토중이다.

성동구치소 졸속개발반대 범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인근 주민들은 서울시에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을 원안대로 추진해달라며 입장문을 제출하고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민 설명회를 통해 개발 계획의 큰 틀에 대한 이야기가 됐었고 주민들도 만족스럽진 못했으나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이를 뒤집는다고 하니 화가 난다"며 "만약 기존 계획대로 개발되지 않는다면 단체행동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복합시설 부지에 들어설 시설도 확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직 어떤 시설이 들어올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요양원 시설 건립 등의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주민들은 공연장, 갤러리, 다목적홀, 주민커뮤니티시설, 강의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체험공간, 수영장, 다목적체육관 등을 원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임대 중형평형 등 다방면 검토중"

서울시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많이 돌고 있다"며 "공공주택 부지의 경우 전량 공공임대로 확정된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직 검토중이고, 이 밖에 요양원 건립도 전혀 계획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공공임대의 경우 지역에 맞게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주택공급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지분적립형분양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여러 가족이 살 수 있도록 넓은 평수를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 내 임대주택 공급 사례가 있으면 하나의 근거가 되면서 향후 다른 곳에서 공급할 때 거부감이 적어질 수 있지만, 민간분양 수요가 많은 지역인 데다 개발 측면으로 봐도 아까운 자리"라며 "주거복지 차원에서 볼 것인지 사회적 수요(민간분양 수요) 측면에서 볼 것인지 결단이 필요해 보이고 주민과의 협의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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