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용산했다'
용산 집값이 12주째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설치를 비롯해 재건축 등 각종 개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주택시장 전반적으론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노원·마포 등 강북권은 물론 '집값 풍향계'로 작용하는 강남권까지도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렸거든요.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감이 커진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조치로 인한 절세 매물이 쌓인 영향이죠.
반면 전세 매물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가격이 꿈틀대고 있는데요.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전세 불안이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숨고르는 강남, 신고가 경신하는 용산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첫째주(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1% 떨어져 5주 연속 내리막길을 탔습니다.
수도권 역시 5주 연속 -0.02%의 하락율을 보이고 있고요. 서울도 -0.01%로 지난주 9주 만에 하락한 데 이어 2주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10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배제하기로 하면서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절세 매물'이 쌓이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한국은행이 4월(1.25% →1.50%), 5월(1.50%→1.75%)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금리 부담이 커지자 주택 매수 관망세가 점차 짙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집값 철옹성'인 강남권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강남구의 경우 3월21일(0.01%) 이후 12주 만에 보합 전환했고요. 송파구는 잠실·오금동 위주로 하락하며 3주 연속 -0.01%의 하락세를 유지했습니다.
실제로 강남에선 최근 들어 수억원씩 급락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지난달 18일 전용 84㎡가 22억5000만원에 거래돼 같은 평형 직전 거래가(4월17일, 26억5000만원)보다 4억원 하락했고요. 송파구의 가락동 헬리오시티도 전용 84㎡가 지난달 최고 21억5000만원에 거래돼 올 초 같은 평형 거래가(23억7000만원) 보다 2억원가량 내렸습니다.
비강남권도 시장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습니다. 노원(-0.03%), 성북(-0.03%), 마포(-0.02%) 등 강북 대다수 지역이 하락했는데요. 그중에서도 굳건한 곳이 '용산'입니다.
6월 첫째주 서울 25개 구에서 집값이 상승한 곳은 서초구(0.03%), 용산구(0.02%), 동작구(0.01%) 3곳 뿐인데요. 용산은 전주 상승률(0.03%) 보다는 상승폭이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용산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호재 인식이 커진 곳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그동안 지연됐던 정비사업이나 용산공원사업·용산업무지구 개발 등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습니다.
여기에 용산구 초고가 단지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집중되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영향으로 최근엔 용산구의 아파트 3.3㎡(1평)당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6000만원이 넘었습니다. 강남, 서초, 송파구에 이어 네 번째로요.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다르면 5월 용산구의 평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016만원으로 전월(5929만원) 대비 87만원 올랐습니다.
집값 겨우 잠잠해졌는데…심상치 않은 전셋값
전국적으로는 하락 추세입니다.
공표지역 176개 시군구 중 지난주 대비 상승 지역은 78개에서 72개로 감소했고요. 보합 지역은 19개로 유지, 하락 지역은 79개에서 85개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비서울권에서 하락폭이 두드러지는데요. 인천(-0.05%)에선 연수구(-0.12%)가 송도‧연수동 대단지 위주로 매물이 쌓이며 하락폭이 컸고요. 세종은 -0.10%로 전주(-0.13%)보다는 하락폭이 줄었지만 매물적체 및 거래심리 위축 영향이 지속되며 지난해 7월 말 이후 10개월 이상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구는 -0.16%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습니다.
이같은 추세에 시장에선 매매 시장이 조금식 안정을 찾아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부 나오는데요.
'집값 고점' 인식이 깔리면서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360가구로 전월(180가구) 대비 두 배 증가했고요. 강북구 '칸타빌 수유 팰리스', 구로구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 등 신규 아파트도 미달 사태가 나타나며 매물이 쌓이고 있는데요.
반면 전세 시장은 매물이 줄어들며 가격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505건으로 3개월 전(3월10일) 3만1791건 대비 16.7% 감소, 같은 기간 매매 매물이 4만9539건에서 6만2818건으로 27.6% 늘어난 것과는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났는데요.
그 결과 서울 아파트 주간전세가격은 최근 2주 연속 -0.01%의 변동률을 기록하다가 3주 만인 6월 첫째주 보합으로 돌아섰습니다. 학군이나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강남구(0.04%)와 서초구(0.02%) 등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세를 나타냈고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전주 -0.02%에서 이번주 -0.01%로 하락폭이 축소됐는데요.
가뜩이나 대출 금리가 빠르게 치솟고 있어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은 월세로 내몰리게 생겼습니다. 실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점점 가속화하고 있고요.
더 큰 문제는 하반기부터입니다. 7월31일 임대차2법 시행 2년(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도래하는데요. 집주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만료된 매물에 4년치(2+2) 상승분을 적용해 전셋값을 크게 높여 내놓으면서 전세 시장이 한층 더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계약갱신 매물이 신규로 나올 때 주변 시세에 비해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고, 그 가격이 시세로 굳어져 강세를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갱신 만료가 끝난 이사철에 매수 전환 수요가 있을 수 있어서 매매가격 상승에도 국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매매시장은 최근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강남, 용산, 1기 신도시 등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호재 반영이 주춤해지고 금리 인상 등에 따른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한동안 집값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