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재건축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일산신도시를 비롯해 경기, 인천 재건축 단지들에서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통합재건축을 통해 2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단지로 거듭나면 사업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부터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 등이 일제히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한 상황이라 단지 간 협의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단지들이 일제히 재건축 연한에 도달할 예정인 일산의 경우 통합재건축을 통해 사업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서울의 사정은 다르다. 여의도 등에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통합재건축에서 단독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모습도 보인다.
통합하면 대단지…'브랜드 아파트' 기대
경기도에선 일산신도시가 통합재건축에 적극적이다. 500~700가구 규모의 단지 4곳이 모여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게 목표다. 지난달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일산서구 '후곡마을 3·4·10·15단지'가 대표적이다.
공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이들 단지는 1994~1995년에 지어져 곧 재건축 연한(30년)에 도달한다. 현재 가구 수는 △3단지 530가구 △4단지 752가구 △10단지 516가구 △15단지 766가구 등으로 총 2406가구 규모다.
이밖에 일산동구 강촌마을 1·2단지와 백마마을 1·2단지 등 4개 단지도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준공연도는 1992년~1993년, 총가구 수는 2906가구에 이른다. 1994년에 준공한 백송마을 6·7·8·9단지(총 2139가구) 역시 통합재건축을 논의 중이다.
고영희 일산신도시재건축연합회장은 "일산은 500~700가구의 단지 4곳이 뭉쳐 함께 재건축하려는 분위기"라며 "사업성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고, 단지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단독 재건축보다 도시 전체 정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과 달리 쌍둥이처럼 조건이 비슷한 단지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며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한 김동연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하면서 공약을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산 외에도 수도권 곳곳에서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성남 '양지마을 6개 단지(총 4932가구)', 광명 '하안주공 6·7단지(총 2602가구)', 인천 부평 '현대 1·2·3단지(총 4900가구)' 등이다.
이들은 '대단지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브랜드아파트'라는 이미지와 함께 풍부한 커뮤니티시설 등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다.
강현주 하안주공 6·7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통합재건축 시 3000가구 이상의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곳곳서 잡음…순항할 수 있을까
반면 서울은 통합에서 단독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아파트마다 대지지분이 다르고, 입지 면에서도 차이를 보이면서 합의에 이르기가 어려웠다. 작년부터 통합재건축을 논의했던 여의도 삼부·목화아파트는 최근 이같은 이유로 단독 재건축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866가구 규모의 삼부아파트와 327가구 규모의 목화아파트를 통합재건축하고, 한강변인 목화아파트 부지 전체를 수변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목화아파트 주민들은 한강 조망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했다.
목화아파트 주민들이 단독 재건축을 위한 조합 설립 절차에 나서자, 삼부아파트도 단독으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신청하며 통합재건축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결국 통합재건축을 제안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한발 물러섰다. 오 시장은 올해 2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여의도 개발은 시장의 질서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시가 단지를 결합해 공동개발하는 것을 끝까지 강제하거나 유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통합재건축에 따라 조합 내부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견도 있다. 조합 규모가 확대되면 각 조합원의 의견을 조율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6000명이 넘는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정상화위원회'가 결성돼 현 집행부의 해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고영희 위원장은 "둔촌주공처럼 조합원 수가 많아지면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이 발생할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긴 하다"면서도 "통합해도 2000~3000가구 규모 수준이라면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합재건축에 참여하는 단지가 모두 의견이 맞아야 하는데 대지 지분율이나 조망 프리미엄 등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여의도의 경우 같은 단지 내도 주거, 상업지구로 나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좀 더 복잡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간 동질성, 유사성이 높은 1기신도시는 통합재건축에 있어 장점이 더 많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