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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이주비 제안' 막으려다 재건축 막힐라

  • 2022.06.22(수) 06:30

12월부터 정비사업 이주비 등 제안 불가
편법 조장·이주 지연 등 사업 차질 우려
시공사 출혈경쟁 줄듯…"LTV 완화 등 대책 필요"

재건축 시공사의 '이주비·이사비 등 제안 불가' 방침에 정비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자금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시공사의 금융비용 대여까지 막히면 재건축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금융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편법이나 불법이 나타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이주에 차질이 생기면서 주택 시장 전반에 공급 지연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비 막으려다 재건축도 막히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건설업자와 등록사업자가 조합과 시공 계약을 체결할 때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을 제공하는 걸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을 개정했다.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으로는 △이사비·이주비·이주촉진비 외 시공과 관련이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에 따른 재건축부담금 등이다. 

이같은 행위는 이전에도 국토부 고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금지돼 왔지만, 법령이 아닌 고시에 기반한 규정이라 어긴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반 시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해당 지자체장이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거나 공사비의 100분의 20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에서 과징금을 추징하거나, 2년 이내 기간 안에서 해당 지자체 재량으로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도 있다. 

이주비 대출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동안 조합원들이 이주할 수 있도록 시공사 등의 주선으로 금융권에서 조합원에게 비용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조합원들은 이 돈으로 철거할 주택에 살던 세입자에게 전월세 보증금을 내어주거나 본인의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용도로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정부가 2017년 8·2대책을 통해 이주비 대출한도를 LTV 60%에서 40%로 축소하는 동시에 다주택자는 아예 받지 못하게 했고, 2018년 2월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시공사가 자사 신용대출로 무이자 이주비 대여해주는 것도 금지했다. 

이에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어려움을 겪자 시공사들은 '우회 대출' 등을 통해서 비용 조달을 도왔다. 

시공사 신용보증을 통해 조합에 사업비 명목으로 대여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금지돼 있지만 법령이 아니라 규정이었기에 처벌할 수 없었다. 

해당 내용이 법제화되면서 그동안 관행처럼 있었던 이주비 등 제안은 원천 차단될 전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재개발의 경우 추가 이주비 제안이 가능토록 기존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주 못하면 너도나도 손해…방법은?

이번 조치로 정비사업 수주 시 과도한 경쟁은 일단락될듯 하다. 

지난 2020년 시공사들의 과당 경쟁으로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던 '한남3구역 사태' 이후 이같은 분위기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또다시 과한 제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기본 이주비 대출(LTV 40%)에 추가 이주비를 제공해 LTV 100%를 보장해주겠다고 하거나,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촉진비를 지원해주겠다는 등의 제안이 줄을 이었다.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시공사로부터 이주비 등을 빌리지 못하면 거주민들의 이주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지원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조합이 이주비 등을 자체 조달하기 어렵다"며 "땅을 갖고 있지만 조합 소유가 아니라 조합원 소유라 결국 시공사가 담보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고 LTV 규제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 입장에서도 이주비 등을 제안하지 못하게 법제화되면 당장엔 이득이지만 나중에 이주에 차질이 생기면 손을 놓고 있을수만은 없다"며 "결국 반포3주구 사례처럼 '전세 맞교환' 등의 불법·편법을 찾을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엔 재건축 사업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택 공급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으려면 결국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가장 좋은 것은 시공사가 이주비 등을 제안하게 하지 말고 조합이 자체 조달할 수 있게끔 집단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식으로 시장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주비 대출의 원래 목적이 정비사업을 위한 이주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라며 "투자·투기 목적의 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막는 것보다 은행이 정비사업별로 위험도를 평가해서 금리 수준을 조절하는 등의 형태로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도정법 개정안에 대해 주택협회 등과 회의해서 업계 의견을 받아 7월중 입법 예고를 할 예정"이라며 "법 시행 이후 입찰 공고하는 곳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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