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은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듯 하다. 출산률 저하로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울 및 수도권으로 향하는 사람은 늘고 있다. 수도권이 뜰수록 지방은 가라앉고 있다. 계속되는 인구 유출에 '소멸' 위기를 맞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 기업도시 활성화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즈니스워치가 지방의 현 상황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기업도시 등을 둘러봤다.[편집자]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에 있는 학교, 기업 등이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이면서 지방은 갈수록 활기를 잃어간다.
일부 지역은 인구 유출, 기반 산업 쇠퇴 등으로 '소멸' 위기까지 제기되며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선 종합적인 대책 마련과 불필요한 규제 해제 등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으로…왜?
서울 및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고 지방은 인구 유출을 겪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2608만1700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5173만8071명)의 50.4%에 달해 비수도권 인구 수를 넘어섰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이다.
최근 5년간 인구수 추이를 보면 수도권은 △2017년 2551만9439명 △2018년 2571만3241명 △2019년 2589만2678명 △2020년 2604만3325명 △2021년 2608만17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반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비수도권 지역의 총 인구수는 같은 기간 2509만3068명, 2591만6271명, 2588만6525명, 2578만5811명, 2565만6371명으로 감소세다.
지방의 인구 유출로 수도권 몸집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이유는 학교, 기업, 병원, 문화시설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요는 높은 가격을 만들어냈고 부동산 가치는 점점 올라 수도권 진입 욕구를 자극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이 20.04% 오른 가운데 수도권 집값은 32.25% 급등했고 지방은 9.38% 상승에 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5900만원으로 전국 시도 중 가격이 제일 낮은 경북(1억4550만원)과 비교하면 8억1350만원 더 높다.
반면 지방은 갈수록 지고 있다.
지역의 기반이었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4차 혁명을 거치며 쇠퇴하고 기업, 인프라 등 유치에도 한계를 보이며 인구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의 '지역산업과 고용'(2022년 봄호) 이슈분석에 따르면 2010년대 초중반부터 주력 제조업이 쇠퇴한 가운데, 제조업 취업자 감소 상위 시군구(2013년 대비 2019년)에 경남 통영(-38.3%), 전북 군산(-26.3%), 전남 목포(-16.9%) 등 제조업 밀집지역이 다수를 차지했다.
지역 일자리 상황 악화는 청년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박진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의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와 자생적 대응전략' 이슈분석에 따르면 2000년 전체 인구 대비 34.5%를 차지하던 비수도권의 청년인구 비율은 2019년 24.6%로 낮아졌으며 전체 청년인구의 94%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상호 센터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고학력-고숙련 집단은 새로운 기술 변화에 적응하면서 주로 서울 등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동해 고숙련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소멸' 위기까지…"대책 시급"
이같은 상황에 '지방 소멸' 위기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방 소멸은 일본의 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국내에선 지난 2016년 이상호 센터장이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됐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살 여성인구 수를 65살 이상 고려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 0.2~0.5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49.6%)이 소멸위험지역으로 꼽혔다. 소멸위험지역은 2000년 0곳, 2005년 33곳, 2010년 61곳, 2015년 80곳, 2020년 102곳, 2022년 113곳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군 지역은 이미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고 '소멸 고위험' 지역은 2년 만에 23곳(2020년 22곳→2022년 45곳)이나 증가했다.
이상호 센터장은 "신규소멸위험지역들은 제조업 쇠퇴 지역(통영시, 군산시 등)과 수도권 외곽(경기 포천시, 동두천시)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며 "지방소멸 위험이 양적인 확산 단계를 넘어 질적인 심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짚었다.
인구 감소는 지역 발전 저해로 이어져 결국 인구 유입의 유인까지 감소시킨다는 게 문제다.
박진경 연구위원은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와 자생적 대응전략' 이슈분석을 통해 "인구 감소에 의한 수요의 감소는 생활의 편리성을 악화시키며, 이는 지역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수요가 부족해 상업 및 공공시설이 줄어들고 대중교통의 배차 간격이 늘어나거나 노선이 폐지되는 등의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만한 기업 유치도 쉽지 않다.
박 연구위원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청년들이 좋아하는 기업을 유치해 청년인구를 끌어들이고 싶지만 낙후된 지역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같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왔으나 뚜렷한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의 해결책으로 추진돼 온 '기업도시 개발 활성화'도 여전히 힘겨운 상황이다.
새 정부 역시 국정 과제로 '지방 시대'를 내건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불필요한 규제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수도권은 일자리, 인프라 등이 집중돼 있는 데다 수도권 집값 급등으로 수요가 늘어난 반면 지방은 산업 쇠퇴 등으로 점점 취약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에 막대한 예산을 썼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산단 조성 등 단기적 요인에만 비용을 쓸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성공 가능한 모델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에 정주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실거주 규제 등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이사, 직장, 학교, 세컨하우스 등 여러 이유로 자연스럽게 순환돼야 지방 인구 유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