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채신화 기자]"2년 전만 해도 도로도 없었어요. 골프장, 정원 등이 들어서면서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 시작에 불과하죠."(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관계자)
해남 기업도시 '솔라시도'(Solarseado)에 들어서자 드넓은 부지에 자갈 더미와 임야가 펼쳐졌다. 길었던 토지 확보 과정을 마치고 태양, 바다 등 자연환경을 이용한 '신(新)환경 미래도시'로의 본격 개발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솔라도시는 대규모 정원과 골프장 등으로 관광 레저산업을 조성하는 한편 자체 에너지를 이용한 RE100(Renewable Elcetrictiy) 기업 유치에 나선다. 이를 통해 일자리·인구를 빨아들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룰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원에 골프장까지…'자연 속 도시' 성큼
지난 6일 찾은 솔라시도는 '태양(Solar)과 바다(Sea)가 조화롭게 어울려 여유로운 삶이 만들어지는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치 자연 한 가운데 놓인듯 했다. 주택이나 건물 사이에 인위적으로 공원을 배치한 기존 도시와는 달리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기업도시로 지정된 솔라시도는 한양, 전라남도, 전남개발공사, 한국관광공사, 광주은행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 해남군에 총 2089만㎡(총 632만평)로 조성 중인 개발 사업이다.
분당신도시(1960만㎡·593만평)보다도 큰 규모로 개발 기대감이 높았으나 다수의 부지가 간척지를 매립해서 개발하는 방식이라 토지 확보 등에 긴 시간이 소요됐다.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투자사업팀 관계자는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이 굉장히 길었는데 2018년 100% 확보 완료했다"며 "이후 최근 3년간 급격히 발전하며 사업 추진에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솔라시도는 '에너지', '정원', '스마트'를 핵심 컨셉트로 개발 중이다. 그중 골프장과 정원은 관광레저산업의 큰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 전체를 9개의 테마로 구성해 테마별로 그 특색을 담은 정원도 조성중이다. 그중 태양광발전소 내 4만5000평 규모로 가장 먼저 준공된 '태양의 정원'은 핑크뮬리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15만평 규모로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 중인 '산이 정원'은 어린이 테마 정원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예정된 만큼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꽃, 나무 등 식물 조성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8월 개장한 솔라도시CC엔 평일 오후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23만여평 18홀 규모로 평지 위주로 넓게 조성돼 바닷바람을 느끼며 거대한 정원을 산책하듯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게 인기 비결로 꼽혔다.
골프장 주변으로는 약 40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으로 '단지 내 골프장' 컨셉트를 갖는다. 단독주택 타운하우스와 아파트 약 1500가구는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 직접 개발하고 나머지는 외부 시행사에서 개발할 예정이다.
기업에 교통까지…정주 가능한 '자족 도시'로
태양광 등 에너지 산업을 통한 기업유치에도 나선다. 관광단지 내 주거와 산업을 공존시켜 정주 가능한 '자족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기업 도시의 정의는 자족적 정주 기능을 갖춘 복합 도시"라며 "약 3만6000명의 인구와 5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 20만평 규모의 농생명용지 등을 통해 일자리, 관광, 레저, 정주가 있는 차별화된 관광 레저형 기업 도시로 조성중"이라고 말했다.
그중 눈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은 솔라시도 개발 컨셉트인 '에너지' 그 자체였다.
지난 2020년 건립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단지(48만평·98㎽)는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 규모인 만큼 가도 가도 늘어선 패널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의 연간 생산량은 약 10만명이 사용하는 1년치 전력의 90%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인근에 약 430만평의 염해 농지 중 쓰지 않는 땅을 이용해 3GW의 태양광발전을 기획중으로, 여기서 생산된 에너지로 산업단지 약 50만평에 'RE100'(2025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 컨셉트의 산업 벨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RE100부지엔 국대 최대 규모인 200MW급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도 들어선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40WM급 친환경 데이터센터 5기가 건립될 예정으로,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인근 태양광발전단지에서 끌어온다.
솔라시도 데이터센터에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5000여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도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접근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솔라시도는 국내 총 4개의 기업도시 중 수도권과 가장 멀리 위치해 있다. 현재 서울(서울역 기준)에서 솔라시도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4시간30분 이상, 대중교통으로는 5시간 이상 걸린다.
올해 말 솔라시도 진입도로인 '솔라시도로'가 개통하면 서해안 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광주-영암간 고속도로, 광주-완도 고속도로 등 총 4개의 고속도로를 이용해 솔라시도로로 진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광주에서 솔라시도까지 1시간15분 걸리는 시간이 약 28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속도로가 완비되면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사업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인구 유입 기대감…"규제 완화 필요"
솔라시도가 이같은 청사진대로 '정주 도시'로 구축된다면 다시 인구를 빨아들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해남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의 '소멸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인구 위기가 심각한 지역 중 한 곳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해남은 영암과 함께 기업도시로 지정됐던 지난 2005년 인구수가 7만4086명이었으나 지난해엔 6만3242명으로 오히려 14.6% 감소했다.
지역에 기반한 산업도 인근 영암권의 대불산단(조선업) 정도 뿐이지만 이곳 역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김향선 해남군 인구정책팀장은 "해남군은 출산율 감소, 데드크로스, 전출 등으로 계속해서 인구 감소 추세"라며 "근본적으로 기업이 들어와야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례로 전남 광양의 경우 타도시에 비해 출산장려금이 500만~2000만원(첫째~넷째 자녀)으로 높은데, 이는 포스코가 입주하면서 지역 세수가 늘어 지역민들에게 다시 배분이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출산장려금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기업이 있어야 세수가 순환되고 청년층 유입으로 생산층이 늘면서 인구 구조가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 솔라시도를 '꼭 필요해서 올 수밖에 없는 도시'로 만드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종률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팀장은 "기업들은 보통 고급인력 수급 여건 때문에 수도권을 선호하는데 그들이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RE100 재생에너지를 먼저 확보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데이터센터가 오면 운영기업부터 장비 설비 납품 기업, 임차 기업 등도 같이 오기 때문에 일자리와 정주민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유치 시 5000명의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데, 이는 9월 기준 해남군 인구(총 6만6129명·통계청 수치)의 8%가 넘는 규모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인력은 주로 20, 30대여서 지역에 젊은층 유입이 된다는 점도 유의미하다.
다만 원활한 인구 유입을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 완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관계자는 "애초 지난해 솔라시도 내 주택 분양을 할 계획이었지만 건설 경기가 안 좋은 데다 대출, 세금 등 규제에 묶여있어 분양 사업 자체를 보류해놨다"며 "기업도시는 농어촌 주택 양도세 과세 특례를 적용받지 못하는데 기업도시 취지 자체가 균형발전 및 낙후도시 개발 사업인 만큼 이를 감안해달라고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