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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에 대처하는법]②필요한건 일자리…기업도시엔 '당근'

  • 2022.10.17(월) 09:36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대응기금 실효성 글쎄
인구유입·일자리 절실…'기업도시' 힘 실어야
국제학교유치·1가구2주택 등 규제완화 필요

'힐링숲체험', '섬살이교육전문센터', '외식창업 활동지원'…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지자체들이 발굴한 사업)

이같은 사업으로 '소멸' 위기의 지역을 되살릴 수 있을까. 정부가 올해부터 인구감소지역에 기금을 지원하며 지방 소멸에 본격 대응키로 했으나 이런 방법으로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의 인구 유출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자족 도시' 기능 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고 각종 생활 인프라를 확보해 정주 환경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저절로 발길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기업 도시'가 추진돼 왔으나 아직까지 그 성과가 미미하다. 이에 불필요한 규제 해제와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기업 도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부, '인구감소지역' 지원 시작했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기금 지원에 나섰다. 이는 정부 차원의 첫 지방소멸 해소 재정지원 대책이라는 점에서 '지방 소멸' 위기의 심각성을 나타낸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한국식 인구감소지수'를 개발하고 89개 도시를 인구감소지역, 18개 도시를 관심지역으로 지정해 이들 지역에 매년 1조원씩 10년간 투입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수는 자연적 인구 감소, 사회적 이동 등 복합적인 인구감소 원인을 고려해 설계됐으며 전남·경북이 각 16개로 가장 많고 강원도 12곳, 경남 11곳, 전북 10곳, 충남 9곳, 충북 6곳 등 지정됐다. 

기금은 투자계획 평가 5개 등급(A~E등급)에 따라 우수한 사업을 발굴한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에 더 많이 배분하는 식이다. 

그러나 한정된 기금을 모든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에 나누다보니 유의미한 효과를 낳을 대규모 사업을 하긴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실제로 인구감소지역에서 제시한 사업 대부분이 건축물 건립 등의 단기 활용방안이었다. 

올해 예산 7500억원 중 최대 배분 금액을 받는 지자체(인구감소지역)인 △충남 금산은 산림 자원을 활용한 '힐링·치유형 워케이션·농촌유학 거점 조성' 사업 △전남 신안은 섬살이 교육센터인 '로빈슨 크루스' 대학 건립 △경북 의성은 메타버스와 로컬푸드를 접목한 '청춘공작소' 사업 △경남 함양은 돌봄·교육·문화·일자리 통합 공유 체계인 '함양누이' 건립 등의 계획을 각각 내놨다.  

그러나 '소멸' 위기의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선 일자리, 인프라, 관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나의 '자족 도시'를 이뤄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인구감소와 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지방소멸위기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기업유치를 위한 종합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방소멸위기에 선제적 대비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족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기업도시, 자본·인구 유인 기회"

자족 도시 구축 방법으로는 '기업 도시'가 꾸준히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업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지역성장 육성 사업 중 하나로 등장했다. 기업도시를 개발해 지역 일자리 창출 등으로 신규 인구를 유입하고 정주여건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나선다는 취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기업도시개발특별법'(2004년 제정)에 따라 △강원도 원주 △충북 충주 △전남 영암·해남(솔라시도) △충남 태안 △전북 무주 △전남 무안 등 6곳이 기업도시 시범사업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무주기업도시(관광레저형)와 무안기업도시(상업교역형)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포기,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사업이 백지화됐다. 

영암·해남, 태안은 개발이 지연되고 충주와 원주만 조성사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원주기업도시는 기업도시로 지정된 2005년엔 28만4360명(통계청 수치)이었던 인구수가 2021년엔 35만7224명으로 25.6% 증가했다. 원주혁신도시 개발 효과까지 나타나며 올해 8월 말 기준 원주의 인구(36만51명)는 최초로 36만명을 넘겼다. 

'서충주신도시'라고 불리는 충주기업도시 인구수는 2005년 20만4800명에서 2021년 21만5349명으로 5.2% 증가에 그쳤지만 기업유치와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개선돼 개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영암·해남, 태안은 매립에 따른 원가 상승, 불필요한 규제 등으로 개발 및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인구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과 2021년 인구수를 비교해볼 때 태안은 16년 동안 인구수 2.6%(5만8739명→6만285명) 증가에 그쳤고 영암·해남은 오히려 11.9%(13만5342명→11만9240명) 인구가 감소했다. 

김향선 해남군 인구정책팀장은 "해남군은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크게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특히 일자리 유출 인구의 38%가 청년층인데 신중년층인 50~64세는 은퇴 등으로 유입되고 있는 등 지역 일자리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지역 일자리를 늘리고 인구 및 도시자금을 유입해야 하는데 기업도시 개발이 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학교 유치·세제 혜택 등 '당근' 필요 

다만 각종 규제가 기업도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도시에서도 농어촌 주택의 '1가구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특례'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기업도시 사업지구는 농어촌과 다름 없지만 용도지역이 '도시 지역'으로 분류돼 이같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다주택자에 부과하는 세금 부담을 줄여야만 '세컨 하우스' 등을 통한 지역 투자 유치가 가능해진다는 게 기업도시 사업자 및 주민들의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수도권 등 타지역 거주자들이 기업도시로 이주하려고 해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한 대출·세금 등의 부담으로 추가 주택 구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남 솔라시도의 경우 지난해 시범주택단지에 1600여건의 사전청약 의향서가 접수됐지만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상황이 급변한 가운데 세제 혜택도 없어 실수요자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도시 내 외국교육기관 유치 규제도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기업도시개발특별법 제38조에 따라 기업도시 내 초·중등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이 불가(전문대 이상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업도시 조성 시 예상되는 고급 인력 및 외국인 유입에 한계가 생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지난 2018년 제주 국제학교 4곳(NLCS, BHA, SJA, KIS)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학생 3582명 중 약 45%(1611명)가 '제주에 국제학교가 없었다면 해외 유학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교가 정주인구를 흡수하면서 도시 활성화에 기여한 셈이다.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의 경우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와 유사한 사업임에도 초중등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유사 개발사업 간 형평성 침해 문제도 제기된다. 

박종률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팀장은 "국제학교 유치 시 신규 인구 유입으로 주택 분양사업 활성화 등 정주여건을 개선해 사업 선순환 구조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고급인력 유입에 따른 기업 유치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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