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과 서민들에 향후 5년간 총 50만 가구를 공공분양으로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특히 이 중 68%가량에 해당하는 34만 가구를 청년층에 할당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이나 무주택 서민들에 내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해 연말부터 추진하는 사전청약의 경우 향후 입주 지연이나 고분양가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역차별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공급 시그널·소외층 기회 확대 '긍정적'
정부는 어제(27일)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년간 14만7000가구에 그쳤던 공공분양주택 물량을 내년부터 5년 동안 50만 가구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다. 특히 이 중 34만 가구를 청년층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련 기사: '미혼 청년'도 청약문 열린다…청년·서민에 50만 가구 공급(10월 26일)
정부에 따르면 주택 보유를 희망하는 청년들은 지난 2017년 70.7%에서 지난해 81.4%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집값이 고공행진을 한 데다가 청년층의 경우 청약 제도에서 다소 소외됐던 만큼 내집 마련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임대주택보다는 분양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공공분양 물량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청년 특공을 신설했다. 또 최대 5억원을 비교적 저렴한 금리에 제공하는 전용모기지를 출시하는 등 청년층에게 기회를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청약 제도 등 내집 마련이 어려웠던 소외층에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추는 방안이라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주택 공급에 대한 시그널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최근 주택 시장이 냉각돼 있지만 향후 경기가 회복될 경우 될 경우 이에 준하는 공급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렴한 분양가와 정책 모기지를 결합해 청년과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주거사다리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주택 시장의 회복기에 집값 재불안이 일지 않도록 장기적 공급 시그널을 줬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특히 분양시장에서 소외됐던 미혼 청년들에게도 특별공급 물량을 첫 배정하고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주택 총량이 많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침체 속 '사전청약' 흥행할까…부지 발굴 숙제도
반면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주택 구매를 꺼리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여전히 집값이 높은 수준이라는 여론이 많은 만큼 당장 올해 말부터 추진하는 사전청약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마곡·수방사·성동구치소 등 1만1000가구 사전청약(10월 26일)
실제 정부가 앞서 진행했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과정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지속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분양가가 주변 거래가격보다 비싼 '시세 역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사전청약 과정에서 공공분양인데도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 여론이 높은데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전청약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급등에 대응해 공급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본청약이나 입주 예정일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분양가가 변동되는 등의 불확실성이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이번 사전청약 역시 이런 문제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 중 사전청약은 토지보상 문제나 본청약 단계에서의 분양가 변동, 입주 지연 가능성 등 우려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장 침체로 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자칫 정부가 목표한 50만 가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함 랩장은 "이미 공개된 공공택지 등을 제외하고 민간이 주도로 할 도심복합사업이나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은 총량을 맞추는 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의 종료와 경기 위축 우려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민간부문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 역시 "선호도가 높은 서울과 주변 수도권에 공공분양 물량으로 36만호를 공급하기 위한 부지 발굴과 재원 확보 등은 남은 숙제"라고 지적했다.
역차별 논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임 팀장은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초장기·저리의 정책모기지 혜택이 무주택자에게 집중될 경우 실거주 목적의 갈아타기 등 1주택자에 대한 정책적 안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