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매매와 전셋값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전세 세입자들의 갱신권 사용과 월세 전환이 도드라지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린 전세 매물을 잇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4235만원, 전셋값은 2076만원으로 조사됐다. 매매·전셋값 격차는 2159만원으로 부동산R114가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매매 및 전셋값이 모두 하락했지만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내리면서 격차를 키웠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45%, 전셋값 변동률은 -3.91%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갱신청구권 사용, 대출이자 부담 확대에 따른 월세 전환 증가 등으로 신규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
아울러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이 아파트를 급매로 처분하는 대신 전세로 선회하면서 공급은 증가했다.
여경희 부동산 수석연구원R114은 "지난해 말 전용 84㎡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대비 전셋값 차이는 평균 7억원 수준"이라며 "서울 아파트 전세 세입자가 매수로 전환할 때 상당한 자금력이 요구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매매와 전세간 가격 격차가 줄면 매매 시 자금 부담이 적어 거래가 용이해진다. 실제 지난 2015년 서울 아파트의 거래량이 12만225건으로 2006년(12만812건) 이후 최다 수준으로 집계된 당시, 3.3㎡당 매매·전셋값 차는 496만원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할뿐더러 매매·전셋값 차가 크게 벌어져 전세 세입자들의 매수 전환 동력이 약한 상황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등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고금리와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커 매수심리가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