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백화점이 맞붙어 있고 백화점 맞은편으로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가 펼쳐진다.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단지 앞 교차로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압구정5구역의 입지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응찰해 경쟁이 붙은 사업지다. 현재까지 시공사 선정에 나선 4개의 압구정 재건축 사업지 중 유일하게 수주전이 이뤄진 현장이다.
지난 18일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홍보관이 열린 서울 강남구 신사동 태승빌딩(618-4)에는 아침 일찍부터 조합원이 자주 오갔다. 공무원 출신이라고 밝힌 87세의 A씨도 양쪽 무릎을 수술해 지팡이를 짚으며 홍보관을 찾았다. 그는 "40년 넘게 (여기) 살았는데 내 아파트가 어떻게 다시 지어진다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의 상징을 다시 올리겠다는 두 건설사도 조합원의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사보다 사업 조건이 우월하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공사비·공기 놓고 현실성 공방
압구정5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0 일원 총 1233가구의 한양 1·2차 아파트를 허물고 최고 68층 높이의 1397가구를 올리는 사업이다. 1차는 1977년, 2차는 1978년 준공해 곧 '지천명'을 앞둔 단지다. 이날 문을 연 압구정5구역 공동홍보관에서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이 사업의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두고 서로의 사업조건을 걸고넘어졌다.
현대건설은 DL이앤씨가 제시한 공사기간인 57개월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합의 원안은 63개월이다. 현대건설은 67개월을 제안했다. 박성하 현대건설 압구정재건축사업팀장은 "5구역은 암반 비율이 50%를 넘는다"며 "일반 토사 중심인 2·3구역과 달리 발파 제약과 68층 초고층 공사를 고려했을 때 67개월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DL이앤씨가 부산서 60층 높이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에서도 공기 연장을 요청한 사례를 언급하며 "경쟁사는 수주를 위해 짧은 공기를 제시하고 연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재석 DL이앤씨 도시정비팀 부장은 "부르즈할리파는 163층을 올리는 데 공사기간이 59개월, 타워팰리스는 69층인데 36개월 만에 공사를 끝냈다"면서 "코어 선행 공법(건물 중심부를 세우고 외곽으로 확장하는 시공 방식) 등을 적용해 적정한 공사기간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DL이앤씨 건축설계팀 부장은 "암반 비율이 높은 현장인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압구정4구역 방향 쪽에는 암반이 비교적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동과 지하주차장 위치 등을 조정한 설계를 도입해 공기를 단축했다"고 강조했다.
공사비를 놓고도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현대건설은 총 공사비로 1조4960억원을, DL이앤씨는 1조4904억원을 제안했다. 평(3.3㎡)당 공사비는 각각 1168만원, 1139만원이다. 양 사의 총공사비 차이는 0.38%이나 평당 공사비는 2.5% 차이다.
DL 심 부장은 "회사가 제안한 평당 공사비는 현대건설보다 29만원이 더 저렴하다. (경쟁사보다) 더 넓은 면적을 시공하면서도 총공사비는 더 낮다"면서 "이 공사비 차이만 계산해도 조합원당 비용을 454만원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 박 팀장은 "경쟁사는 상가 건축 공사비를 본인들이 지불할 거라며 평당 공사비가 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DL이앤씨는 평당 공사비를 계산할 때 공짜로 시공하겠다는 상가 공사비의 면적까지 계산한다. 상가 공사비를 '제로'라고 표현하려면 상가 면적을 빼고 평당 공사비를 계산해야 하고 그럴 경우 평당 공사비는 1180만원이 넘어간다"고 꼬집었다.
"압구정 현대타운 합류" VS "오직 압구정5구역만"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사업비 금리 조건을 놓고도 서로에 견제구를 던졌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금리 조건으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플러스 0.49%포인트'를 제안했다. DL이앤씨는 'COFIX 플러스 0%'를 조건으로 걸었다. 조합이 사업비를 조달할 때 기준금리에 별도의 가산금리를 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건설 측은 해당 조건을 적용할 수 있는 사업비의 범위가 경쟁사보다 더 넓다고 주장했다. 현대 박성하 팀장은 "조합 총회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총회 비용, 설계비, 정비업체 용역비, 감리비, 감정평가비 등 조합의 필수 사업비 외에 추가 이주비나 금융비용도 다 보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 사업비는 전체 사업비의 2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그런 부분을 다 고려하면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DL 심재석 부장은 "조합이 시공사에 준 입찰 지침서를 보면 발주자가 제시한 필수 사업비 이외에 조합원 세대당 개별 금액을 제시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면서 "조합에서 필수 사업비라고 밝힌 것에 맞춰 용어를 쓴 것이고 조합 총회에서 결의된 조합 사업비 전액을 한도 없이 책임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현대건설은 이주비에 담보대출비율(LTV) 100%를, DL이앤씨는 150%를 적용했다. 추가 분담금 납부 입주 후 유예 기간은 각각 최대 4년, 7년을 사업 조건으로 밝혔다.
DL 심 부장은 "현대건설은 압구정 2·3구역을 뛰어넘는 조건을 5구역에 제안할 수 없다"면서 "DL이앤씨는 오직 압구정5구역에만 집중했다. 우리가 제시한 조건이 지금까지 압구정 재건축 구역 중 가장 좋은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 박 팀장은 "압구정5구역의 아파트는 갤러리아 백화점이 바로 붙어 있고 로데오 거리도 바로 앞에 있는데 주변 대비 시세가 낮다"면서 "현대건설은 압구정5구역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압구정2·3구역에 제안한 모든 내용을 5구역에 특화해 반영한 사업 조건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