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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공실 '가로수길'…압구정 재건축하면 살아난다고?

  • 2025.12.11(목) 06:36

9월 말 가로수길 공실률 45.2%
명동과 성수 등 4%대로 안정적
압구정 재건축 후 유동인구 증가 기대
단지 내 상가 조성 및 대형 백화점이 변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가로수길의 상권 침체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찾은 가로수길은 신사초 맞은편 입구 첫 상가 건물부터 공실이었다. 임차인을 구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발포지 따위로 외벽을 덮었다.

가로수길 상권을 대표하는 건물인 애플스토어는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주변 건물은 줄지어서 공실이다. 텅 빈 건물이 맞대 늘어섰고 간판이 붙어 정상 영업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물도 유리창 너머 내부에는 상품과 전단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장기간 방치된 듯했다.

가로수길 상가./사진=정지수 기자 jisoo2393@

빈 상가 건물 대부분은 임대 문의 관련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러나 상가 입점 수요도 많지 않은지 '팝업스토어(특정 제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매장)' 문의도 받는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유명 브랜드의 옷 가게와 미용실, 미용 관련 의료시설 등 정도가 오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가로수길은 인근 상권 대비 비교적 높은 임대료로 상권이 약화했다. 아울러 유행적인, 이른바 '트렌디(Trendy)' 상권의 역할도 성수와 한남 등이 가져가면서 가로수길의 특색을 지웠다는 평가다. 주변 대규모 재건축 사업인 압구정특별계획정비구역 진행에 따라 늘어날 유동인구를 끌어들여야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가로수길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대표는 "상가가 전멸했고 입점 문의도 뚝 끊겼는데 임대료를 내리려는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재건축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얼마나 걸릴 줄 알고"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 주요 상권 공실률./그래픽=비즈워치

가로수길 공실률 '45.2%'

글로벌 부동산 자문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가로수길 상가 공실률은 45.2%다. 전년 동기(36%) 대비 9.2%포인트 높아졌다. 3개월 전(43.9%)과 비교해도 2.3%포인트 올랐다.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10% 이하의 공실률을 보였으나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2021년에는 30%를 넘어섰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2023년부터는 우상향 흐름이다.

가로수길은 글로벌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애플의 대표 매장 '애플 스토어'가 자리 잡고 있으며 소규모 카페와 식당 등이 밀집한 상권이다. 주목받는 화장품, 패션 브랜드도 모인 상권이었다. 그러나 주요 방문객층이 내국인에서 외국인으로 달라진 뒤 코로나 유행기를 거치면서 이들의 발길이 끊겨 침체하고 있다.

가로수길 상가./사진=정지수 기자 jisoo2393@

구체적으로 가로수길 상권의 6월 말 기준 업종별 비중은 의류점이 38%이며 식음료(F&B)는 15%, 병의원 시설은 12%다. 과거 상권을 주도한 화장품 업체는 5%에 불과하다. 가로수길의 일부 공실 점포는 팝업스토어로 활용되는 등 일시적인 수요가 형성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회복세는 제한적이라는 게 C&W의 설명이다. 

가로수길의 상권이 약화한 사이 명동과 이태원, 청담 등은 공실률이 낮아졌다. 청담과 명동의 공실률은 각각 11.9%, 4.9%다. 전년 동기 대비 4.1%포인트, 0.7%포인트 하락했다. 가로수길 이후 트렌디 상권 기능을 넘겨받은 성수의 공실률은 4.2%로 안정적으로 상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남신구 C&W코리아 리테일임차자문팀 이사는 "트렌디 상권 기능을 담당했던 가로수길의 역할은 코로나 이후 성수와 한남, 도산이 넘겨받아 각각의 스타일로 발전시켰다"면서 "각 상권이 새롭게 특징을 갖는 동안 가로수길은 쇠퇴기에 들어갔고 여전히 상대적으로 재도약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 구역 및 가로수길 위치도./그래픽=비즈워치

구원자는 압구정 재건축?

가로수길 상권 회복의 열쇠는 압구정 재건축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서울시는 압구정특별계획구역을 통해 압구정동 일대의 노후한 공동주택의 대대적인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총 6개 구역으로 나뉜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은 재건축을 통해 총 1만 가구가 넘는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한다. 이에 따라 가로수길을 포함한 주변 상권 유동인구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가로수길은 압구정 1구역과 2구역과 맞닿아있다. 

압구정 1구역은 미성아파트 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단지다. 두 단지는 최고 17층 높이의 1233가구로 이뤄졌다. 다만 2021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후 재건축 사업에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반면 압구정2구역은 올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13층 높이의 1924가구로 이뤄진 신현대 9·11·12차는 65층 높이의 2571가구의 '압구정현대'로 재탄생한다. 공사비는 2조7488억원이다.

압구정 2구역 상가./사진=정지수 기자 jisoo2393@

다만 압구정 재건축이 오히려 주변 상권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인구가 늘더라도 단지 내 대규모 상가 조성과 단지와 인근 대형 백화점의 존재로 가로수길 상권이 회복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다. 현대건설도 지난 압구정2구역 시공권 확보를 앞두고 사업지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까지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통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압구정 재건축의 추진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코로나 유행기보다 지금이 훨씬 더 심각하다. 재건축에 따른 회복 기대감이 있다고는 하는데 당장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주비도 6억원으로 제한됐는데 사업이 제대로 되겠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C&W는 가로수길의 변화에 주목해 장기적인 회복 기대감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신구 이사는 "가로수길의 상권이 여전히 좋지 못한 분위기이나 가로수길 서쪽 평행도로를 일컫는 '세로수길'에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소형 편집숍(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식음료, 화장품 브랜드가 신규 출점하고 있다"면서 "향후 압구정 재건축 등을 앞두고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여전히 관심있게 볼 수 있는 상권"이라고 짚었다.

가로수길 상가./사진=정지수 기자 jisoo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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