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교통시대]요즘 KTX 제 시간에 와?

  • 2023.02.03(금) 06:30

KTX, 한파·강풍 등에 서행 주행 잇달아
직접 타보니…34번 중 18번 도착 지연
도착시간 지나야 안내방송…승객은 '발동동'

"우리 열차는 8시18분에 도착합니다" 

도착 예정 시간은 오전 8시12분. 6분 지연에 대한 사전 안내 없이 도착 시간에 맞춰 도착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열차가 완전히 정차한 시간은 8시19분. 환승할 지하철 등 시간이 꼬여 초조해진 승객들이 앞다퉈 내리는 문으로 향했다. 

KTX를 주기적으로 타는 승객이라면 요새같은 쌀쌀한 날씨에 자주 겪는 일이다. 한국철도(코레일) 측은 도착 지연에 대해 한파 등 날씨를 이유로 들었다. 

안전상 서행이 불가피한 이유지만 이를 알리 없는 승객들 입장에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승객들에게 지연 사유나 연착 시간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직접 타보니...겨울엔 3분의 2 지연

기자가 2022년 2월1일부터 2023년 2월1일(최근 1년까지만 조회 가능)까지 개인 KTX 구입 이력을 확인해본 결과, 탑승한 총 57건의 열차 중 21건(36.8%)이 도착 예정 시간보다 늦었다.

2~3번 중 한 번은 기차가 지연된 셈이다. 코레일앱과 홈페이지 등에서 발급한 '지연확인증'에 표기된 시간으로 봤을 때 57건의 열차 지연 시간은 평균 6.42분이었다.  

특히 날이 쌀쌀해질수록 지연이 잦아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26건의 탑승에서 16건(61.5%)의 지연이 있었다. KTX를 3번 타면 2번은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 통계는 개인의 탑승 이력이기 때문에 KTX 탑승 열차 전체를 대변할 순 없다.   

KTX 운영사인 코레일 측은 최근 잦아진 열차 지연에 대한 원인으로 날씨를 꼽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규정상 한파가 오거나 강풍이 불면 서행 운전을 하게끔 돼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고속철도는 강설, 강우, 강풍, 폭염 정도에 따라 운전 속도가 규정돼 있다. 눈과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겨울에 열차 도착이 지연되는 이유다. 

최고 시속은 300km지만 일간 적설량이 5cm만 쌓여도 시속을 230km 이하로 떨어트려야 한다. 풍속은 초속 30m 미만일 경우 단계적으로 감속운행을 하고 30m~40m 미만(단순경보)일 경우는 시속 170km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왜 '미리' 안내방송 안 하나?

하지만 승객들은 이를 알리 없다. 승객들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 시간이나 지연 사유에 대해 안내하지 않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열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코레일은 이에 대해 '안내방송 기준 시간'을 이유로 들었다. 

코레일 측은 "KTX 열차 지연에 따른 안내방송은 5분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5분 이상 늦으면 지연 시분을 안내하고 10분 이상 늦으면 지연 시분과 사과 방송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도착 예정 시간이 지나야만 지연 안내방송을 한다는 규정으로, 승객들은 열차 지연 여부나 지연 사유를 '미리' 알 수는 없다.

이같은 불편에 대해 코레일 측은 "중간역에서 지연이 발생할 때마다 안내 방송을 하면 종착역 등 탑승 시간이 긴 승객은 오히려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그래서 안내 방송 기준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목포역에서 출발해 서울역까지 가는 KTX가 공주역에 도착할 땐 예정보다 5분 늦었다고 해도 이후 구간별 속도 제한, 날씨 등에 따라 서울역엔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착을 겪는 탑승객 입장에선 사전 안내방송을 비롯해 코레일 앱 푸쉬 알람이나 문자메시지 등 즉각 알 수 있는 안내가 없어 답답함을 느낀다는 불만이 나온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코레일 측에 (겨울철 서행운전 등으로) 지연 시 사전에 고객들에게 안내 방송을 할 것을 지시했지만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속철도 서행기준./그래픽=비즈니스워치

15분59초 늦어도 정시 도착? 

연착에 대한 기준도 승객들이 느끼는 상황과는 별개다. 코레일 측은 KTX의 정시율을 99%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 수치대로라면 세계적으로도 '최정상' 수준이다

정시율 기준은 국제철도연맹(UIC) 기준으로 15분59초 이내 도착할 경우 '정시'로 본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16분 이상 늦어야만 '연착'으로 따진다는 것이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세종시갑 의원은 "우리 국토면적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국제기준을 차용하는 건 안일한 탁상행정"이라며 "대중교통 환승체계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연착 기준을 5분 이내로 규정하는 등 우리만의 독자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UIC 기준은 국제적으로 따르게 돼 있다"며 "그럼에도 5분 이상 늦으면 도착 안내 방송을 하는 등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안전이 먼저기 때문에 날씨 등에 따라 지연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