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 '안심전세앱'에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전세 사기를 근절하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앱인데, 시장 반응은 변변찮다. 앱스토어 평점은 5점 만점에 2.3점,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3점이다. 평가 대부분이 1점 아니면 5점으로 극과 극을 보인 결과다.
직접 사용해 보니 1점을 준 사용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앱 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시세정보 등은 연결된 웹페이지에서 각종 정보를 입력한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앱은 일종의 관문(?) 역할에 그쳤다.
앱에서 '안심전세 진단·상담' 코너를 클릭하니 관련 웹페이지로 넘어갔다. 직접 시세 조회와 위험성 진단을 진행해봤다. 거주하고 있는 집을 입력했는데, "공개대상이 아니거나 시세 검토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텅 빈 화면이 나왔다.
화면상으로는 검색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현재 안심전세 앱은 서울·수도권 내 50가구 미만 아파트, 연립, 다세대 주택의 시세정보를 제공한다. 해당 주택은 10가구의 다세대주택으로 검색 대상에 속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라 불안정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면 아래에는 인근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의 전문 상담 안내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작게 쓰여 있었다. 안내된 공인중개사에 전화를 걸어 전세보증금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하고, 주소를 불러줬다.
공인중개사는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은 약 8000만원으로 공시가의 140%인 1억1200만원까지 보증금을 설정하는 걸 권장한다"며 "이미 계약한 집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집주인의 자금 사정에 따라 다르니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안심전세앱에선 집주인만 본인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직접 집주인을 만나 조회 화면을 보지 않는 이상 공인중개사도, 임차인도 과거 보증사고 이력, HUG 보증가입 금지 여부 등을 알 수 없다. "집주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다.
공인중개사 통화 연결까지 한 번의 막힘없이 진행했는데도 총 50분이 걸렸다. 확인한 내용도 인근 부동산을 방문하거나, 직접 공시가격을 조회했다면 금세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컴퓨터로 되는 기능을 굳이 어플을 다운받아서 하라고 강제하네"라는 후기에 십분 공감했다.
안심전세앱은 갈 길이 더 멀다. 지금으로선 수도권 외 거주자와 오피스텔 거주자는 여전히 시세 확인을 시도조차 못 한다. 집주인 정보 공개의 경우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에 대한 개선사항은 오는 7월 출시되는 2.0버전에 담길 전망이다. 시세정보 공개를 수도권 소형 주택에서 광역시, 오피스텔까지 확대한다. 또 임차인이 집주인에 정보 조회를 앱 내에서 요청하고, 임대인이 동의하면 임차인이 자신의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임대인의 모바일 화면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은 사라지겠지만, 임대인이 자발적인 정보 공개를 꺼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정부가 임차인이 집주인의 동의 없이 '악성 임대인 명단'을 조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법 개정이 필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등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결국 안심전세앱으로 '안심'하려면 최소 수개월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안심전세앱 홍보에 여념이 없다. 출시 이후 관련 업계에서는 앱 평점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13일 '안심전세앱 청년홍보단'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SNS 챌린지와 오프라인 홍보부스를 통해 청년들을 전세 사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전국에서 100여 명을 선발한다.
과연 청년들이 이 캠페인에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수도권, 혹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앱을 사용할 수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 청년홍보단을 모집해 홍보를 맡긴다면 그야말로 '댓글부대' 역할에 그칠 뿐이다.
정부가 청년들이 전세사기에서 안심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앱 홍보에 열을 올릴게 아니라 더욱 내실있는 앱을 개발하고 이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는게 먼저다.
안심전세앱이 전세 사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 홍보 없이도 사용자는 몰려들 것이다. 지금 청년에게 필요한 건 SNS 홍보활동이 아닌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정확한 정보와 책임있는 정책 추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