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다소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늘던 월세 거래 비중은 다시 줄었고 월셋값 상승세도 다소 꺾이는 추세다.
최근 전셋값이 급락한 반면 월셋값은 크게 오르면서 다시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월세화 현상이 다소 주춤할 수는 있지만 월세를 더 선호하는 큰 흐름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는 여전히 높은 데다가 깡통전세 등 전세 계약 리스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세 거래 늘고, 전셋값 하락 폭도 줄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2월16일 집계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5055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전세 거래는 8725건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0월(57.8%) 이후 줄어들어 12월에는 50.2%까지 낮아진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전셋값 급락세도 다소 완화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지난해 12월 -4.8%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가 지난달에는 -4.56%로 하락 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이 줄어든 건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반면 월셋값의 경우 지난해 '전세의 월세화' 흐름 등의 영향으로 지속해 오르다가 다소 꺾이는 모양새다. 부동산원의 주택 월세가격 지수를 보면 서울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세가 멈췄다가 지난달에는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따라 수요 이동…전세 리스크는 여전"
지난해 금리 부담 등의 영향으로 세입자 수요가 월세로 크게 쏠렸다가 올해 들어서는 이런 흐름이 다소 완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셋값이 급락하며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이뤄진 반면 월셋값은 크게 올라 다시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가 나타나는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셋값이 떨어진 데다가 최근에는 시중 금리도 떨어지면서 월세 수요가 일부 전세로 갈 수 있다"며 "그간 월셋값도 많이 올랐던 만큼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체 거래에서 월세가 50%를 차지할 만큼 월세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월세 매물이 많아졌고, 전세 가격도 떨어져 수요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집주인이 월세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세와 월세는 대체재인 만큼 가격에 따라 수요가 증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 전셋값이 급락한 만큼 월세 가격 수준도 이에 맞춰 낮출 수밖에 없으니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 흐름은 속도가 다소 완화하더라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금리가 단기에 큰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고 전세 계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단기간에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 계약을 할 경우 큰 금액이 묶여 있게 되는 데다가 여전히 금리가 높은 수준인 만큼 전세에 큰 메리트가 없다고 인식하는 수요자가 여전히 많다"며 "전세의 월세화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 랩장 역시 "최근 시중 금리가 다소 조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아파트의 경우 전세를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다세대 다가구 등의 경우 최근 깡통 전세 이슈 등으로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