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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위약금 물고 계약 취소"…'반도체 클러스터' 용인·동탄2 들썩

  • 2023.03.28(화) 15:59

용인·동탄2 발표후 며칠새 실거래가 1억↑
1~2월 거래 대량 취소도…"차라리 위약금 낼게"
"묻지마 투자 휩쓸더니 계약 잠잠…희망 가격 차 커"

"정부 발표 직후 거래가격과 호가가 모두 1억~2억원 이상 올랐어요. 발표 전 집주인이 싸게 내놓은 매물은 다 거둬갔고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취소하는 분위기였으니까요." -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A 중개업소

"매물은 보지도 않고 돈부터 넣는 '묻지마 투자'는 한풀 꺾인 것 같아요. 요즘 오는 손님은 주변 환경이나 매물 등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분위기예요. 호가가 높아지면서 그새 좀 잠잠해졌네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B 중개업소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경기도 용인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인근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격과 호가가 크게 오르면서 발표 직전 계약한 집주인들이 위약금을 물고라도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다만 최근에는 발표 직후에 비해 계약이 줄어드는 추세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B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는 꾸준하지만 가격이 오르면서 매수자들은 신중해진 모습"이라며 "며칠 사이 실거래가가 1억원 넘게 오르면서 희망 매수·매도가격 간극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용인시 처인구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 5단지 거래사례/ 그래픽=비즈워치

"반도체 호재에 용인 들썩…계약 대량 취소 사태도"

정부는 지난 15일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이곳에 300조원 규모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관련기사: 용인 초대형 반도체 생산기지 조성된다…'삼성 300조 투자'(3월28일)

이 같은 소식에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A 중개업소 대표는 "1~2월까지만 해도 손님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등 아주 조용한 동네였다"면서 "최근에는 서울 등 타지역에서도 투자를 위해 하루에 다섯명 이상 찾는다"고 말했다. 

인근 대부분 단지는 발표 직후 거래가격이 1억원 이상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6단지 전용 84㎡는 지난 20일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크기의 매물이 발표 직전(11일) 3억400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1억원 상승했다.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5단지 전용 84㎡도 지난 17일 4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3억5400만원(15일)보다 1억원 이상 상승했다.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거래 취소 사례도 잇달았다. 발표 직전 계약한 집주인들이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계약을 취소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해서다. 15일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5단지 3억5400만원 건도 결국 이틀만인 지난 17일 계약이 취소됐다. 최근 거래 가격(4억5500만원)과 비교하면 위약금 약 3500만원을 물어줘도 6500만원가량 이득이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C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어쩔 수 없이 급매로 내놓았던 물건"이라며 "정부 발표 전에 계약한 매도인들이 위약금을 물어서라도 가격을 올려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후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5단지에서는 10건,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6단지에서는 6건의 거래가 취소됐다. 

인근 동탄2신도시 부동산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분할 분양' 단지인 e편한세상동탄파크아너스는 지난14일 1순위 청약 모집을 시작으로 1회차 분양을 진행 중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정부가 인근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동탄2신도시 내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e편한세상동탄파크아너스도 수혜 단지로 꼽히면서 최근 수요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오는 8월 e편한세상동탄파크아너스 2회차 분양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e편한세상동탄파크아너스 1회차 분양에서는 일부 평형에서 미달이 났다"면서도 "2회차에서는 청약자 수가 3~4배 이상 늘면서 1순위 마감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사진=삼성전자

"토허제 비껴갔지만…가격높고 매물없어 거래↓"

며칠 사이 거래가격이 크게 오르자 정부는 지난 20일 용인 반도체 공장 부지 인근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거지역의 경우 대지면적이 60㎡를 초과하는 집을 매입할 때 허가가 필요하다.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입할 수 있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일대 대장 아파트 대부분은 토허제에서 비껴갔다. 인근 대단지인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5개 단지 중 3·5·6 단지 전용 84㎡는 대지면적이 55㎡ 내외로 토지거래허가구역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발표일부터 토허제가 지정된 날 사이(15~20일)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 4·5·6단지에서 총 22건이 거래됐다.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이 단지에서 계약된 거래는 단 한 건이다. 

희망 매수·매도가 간극이 커지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든 분위기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D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발표 직후 집주인들이 일제히 호가를 1억원 이상 올리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며 "아예 매물을 거둬간 집주인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에서 매매 가능한 아파트 매물(27일 기준)은 53건으로 지난 15일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94건) 이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사읍 아파트 매물도 483건에서 360건으로 25.5% 감소했다.

동탄2신도시도 토지·아파트 매매를 위주로 투자수요 문의가 소폭 늘었지만 계약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기 화성시 장지동 E 중개업소 대표는 "아무래도 근처에 대규모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투자 문의 전화가 늘었다"며 "일대 개발을 염두에 두고 토지 매매 관심을 보이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가가 높아지면서 실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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