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시장 침체와 고금리, 원자잿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주택 건설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데다가 미분양 등의 리스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이 지속할 경우 수년 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불안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향후 주택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미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 사업 수익성 악화에…손 놓은 건설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5만3666가구로 지난해(8만 4108가구)에 비해 3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1분기 평균(9만6396가구)과 비교하면 44.3%나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인허가 실적도 8만 6444가구에 그치며 10년 평균(11만 4954가구)에 비해 24.8% 감소했다. 인허가와 착공 실적은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건설사들은 공사 수주에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건설업체들의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7조35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 시장 침체로 매매 수요가 크게 위축한 데다가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까지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악화한 주택 사업보다는 신사업이나 플랜트 등 비주택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관련 기사: 건설사 수익성 휘청…일단 '비주택'으로 버티자(5월 3일)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건설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가 미분양 주택도 쌓이고 있어 서울과 수도권 정비 사업 등 사업성이 좋은 경우 외에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침체기 자연스러운 현상…향후 공급 부족 대비해야"
이런 분위기가 지속할 경우 2~3년 뒤에는 주택 공급량이 줄면서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아파트의 경우 인허가 이후 3~5년 뒤, 착공 이후 2~3년 뒤에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으로 위축한 주택 매매 수요가 앞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이에 맞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일 내놓은 '금리 인상의 주택 건설에 대한 영향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 건설이 상당 기간 위축하면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택지 조성 등을 통해 주택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에 원활한 주택 공급이 뒷받침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또 건설 비용의 상승으로 빈번해진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건설 경기가 위축한 만큼 건설사들이 그에 따라 공급을 줄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기류가 당장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공급이 줄어들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의 보완 방안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늘리려 했다가는 자칫 미분양이 쌓이는 등 더 큰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은 정부가 이미 세워 놓은 주택 공급량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공공 주도의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정부가 공공주택을 늘리는 등 공공 부문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며 "또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등의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