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프로젝트를 국내가 아닌 세계적인 수준에서 바라보고 있다."(양영철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제주국제도시의 미래가 그려지는 대목이다. '감귤의 도시'로 알려진 제주도가 교육·관광·첨단 등 다방면에서 수준 높은 국제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영어 교육도시로 명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부터는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 중심의 산업 고도화를 통한 미래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20년만에 각종 수치 '확'…국제학교 나비효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지난 6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브랭섬홀 아시아에서 국토교통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국제자유도시 추진현황과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JDC는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제주도를 물류와 비즈니스의 거점인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2002년 5월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이다.
지금까지 제주국제도시에 총 7조4754억원을 투자해 관련 인프라를 확충했으며 △영어교육도시 △첨단과학기술단지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휴양형 주거단지 등 5개 사업을 추진했다.
프로젝트의 성과는 각종 수치에서 드러났다. 제주도 인구가 2002년 55만1000명에서 2022년 67만8000명으로 2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광객은 451만명에서 1390만명으로 208%, 지역 내 총생산은 6조9000억원에서 20조원(잠정치)으로 191.5% 늘었다.
특히 영어교육도시 조성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해외유학 수요 대체 등을 위해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379만1000㎡(115만평)에 조성한 도시로 현재 75%(88만평)는 학교와 주거시설 등이 입주해 있다.
주거·상업·편의시설을 집적화한 데다 글로벌 교육 환경을 제공, 이곳에 들어선 4개 국제 학교는 높은 수업료(평균 연간 3500만원)에도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브랭섬홀 아시아(BHA·캐나다)를 둘러보니 넓고 쾌적한 캠퍼스와 고급스러운 조경과 인테리어 등 학교 시설이 외국 하이틴 영화를 연상케 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엔 다양하고 방대한 서적을 들여놨고 수영장, 아이스링크장 등 고급 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이승호 JDC 교육도시처 부장은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학생들의 세계 100대 우수 학교 등 해외대학 진학률이 높다"며 "(이런 영향 등으로) 인구 감소 도시였던 대정읍은 2010년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17개 시도 중 외국인 비율이 12%로 가장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선 BHA, NLCS Jeju(영국), KIS Jeju(공립), SJA Jeju(미국) 등엔 총 4812명의 학생이 재학중으로, 충원률이 2022년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93.7%를 기록했다.
JDC는 기존 7개 국제학교 조성 계획대로 나머지 3개 학교(대학)를 2031년까지 추가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장은 "추가 학교는 100% 민간 자본으로 운영하도록 돼 있어 민간이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유치하는데 난이도가 있다"면서도 "현재 한 곳과 MOU를 체결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정부가 부여한 계획에 맞춰 차질없이 학교를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귤의 도시에서 '첨단의 도시'로
산업·관광 등 분야에선 고도화 등을 통한 '2단계 개발'에 나선다. 특히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에 방점을 찍고 '첨단 도시'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JDC는 제주시 아라동 일원 109만9000㎡(33만평)에 조성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1단지 옆 월평동 84만8000㎡(24만평)에 2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2003년부터 조성 추진된 1단지는 산업시설용지 분양이 완료돼 현재 카카오 등 198개사가 입주, 2022년 12월 기준 매출액이 약 7조1000억원에 달한다.
추가 입주 수요에 대응하고 4차 산업 위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2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성민 JDC 제2첨단팀 차장은 "제주는 감귤, 관광사업 등 1차·3차 산업이 활발한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경제 환경이 많이 무너져 이를 보완하기 위해 2단지 추진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지난해 말 관련 인허가는 모두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2단지의 핵심 테마는 '그린'과 '모빌리티'다. 박 차장은 "탄소저감, RE100 등 콘텐츠를 보강하고 킥보드, 스쿠터 등을 단지 내 핵심 모빌리티 수단으로 활용해 워라하(work-life harmony) 단지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밖에 자율주행차 등을 반영해 단지 설계에 나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핵심 관광 사업인 신화역사공원도 올해 2단계 사업 추진에 착수한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신화역사공원은 제주·동서양 신화와 역사를 소재로 월드테마파크, 워터파크, 호텔, 리조트, MICE시설, 쇼핑센터 등이 어우러진 복합형관광단지다.
A·R·H지구에 홍콩람정그룹을 유치해 국내 관광분야 최대 규모인 3조853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1단계 사업을 통해 2022년 9월 기준 정규직 1217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이중 제주도민이 80% 이상으로 지역 상생 효과를 봤다.
2단계 개발엔 1조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테마파크 컨셉 수정(영화컨셉 차용 등), 대형마트 유치, 테마공원 내 SNS 활용 가능한 시설 콘텐츠 보강 등에 나선다.
박 차장은 "1단계 개발사업 때 1일 근로자 3000명 정도가 근무해서 리조트 사업을 완성했다"며 "2단계 사업으로 제주도에 새로운 건설 붐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양영철 이사장은 "(이같은 제주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제주의 지리적 약점이 강점이 되는 상황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