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달 말 발표할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의 큰 가닥 중 하나로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잡았습니다. 빌라,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주택의 규제를 풀어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건데요.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침체된 시장인 만큼 집값 과열 등의 부작용은 덜할듯 한데요. 그렇다고 공급 효과가 크진 않을 전망입니다. 빌라의 경우 전세사기 우려, 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가 크게 꺾인 상태거든요. 빌라 시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오피스텔은 안 풀고 빌라는 푸는 이유
국토부가 조만간 발표할 공급 대책 가운데 비아파트 규제 완화 부문은 세금 등 굵직한 규제는 유지하고 건축·금융 규제 등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특히 시장에서 기대했던 오피스텔 주택 수 포함 규제는 풀지 않기로 했는데요. 혹여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줄테니 집 사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죠.
대신 수요 측면에서 빌라(연립·다세대)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의 규제를 소폭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관련기사:원희룡 "생숙 이행강제금 과해…이달 대책 발표"(9월18일)
현재는 소형주택을 매입했던 사람은 아파트 청약 때 생애최초 특별공급에서 배제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데요.
원 장관은 "도시에 사는 젊은층·서민층이 규모 있는 가정을 꾸리기 전 소형주택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부분을 풀어줄 필요가 있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침체한 비아파트 시장에도 일부 온기가 돌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매매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올해 6월26일(보합) 70주간의 하락을 멈추고 7월17일(0.02%)부터 10주째 상승 중인데요.
반면 빌라 시장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입니다. 역전세·깡통전세 등 우려가 남아 있는 데다 고금리 여파로 매수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거든요.
전국 빌라 매매가격지수(한국부동산원)는 지난해 7월 102.7을 기점으로 쭉 떨어지다가 2023년 8월 98.6으로 1년 만에 처음으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고요.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2022년 9월(102.3)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8월(98.3)까지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공급 효과 얼마나?…"글쎄"
하지만 빌라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 공급 효과가 크진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빌라는 아파트 대체제 중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상품이기 때문이죠.
아파트에 비해 공동시설 등이 부족해 주거 편의성이 떨어지고 준공 5년만 넘어도 '구축' 취급을 받고요. 수요가 많지 않아 환금성도 떨어지고요.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강타한 '빌라왕' 사태가 잇달아 터지면서 부정적 이미지도 커졌습니다. 특히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넘쳐나자 전세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고요.
여기에 올해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까지 상향되자 월세, 준전세로 눈을 돌리는 임대인이 많아졌죠.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보다 월세가 부담이 덜한 임차인도 생겼고요.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누적 기준 빌라 전세거래량은 4만5940건으로 전년 동월(6만3167건)으로 27.3%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거래량이 10만95건에서 10만5599건으로 5.5% 늘어난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빌라 규제를 푼다고 해도 수요가 충분히 붙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일정 부분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건 긍정적인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아파트고 빌라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주택 유형인 만큼 공급이 늘어도 시장에서 소화가 될 지 미지수"라고 봤습니다.
더군다나 빌라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된 상황이라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점점 더 커질 거란 우려도 있는데요.
임대료 안정을 위해선 민간임대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한 충분한 공급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윤 위원은 "빌라는 여러 불안감 때문에 월세 낀 거래가 많이 늘어난 상태인데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월셋값도 많이 올랐다"며 "규제 소폭 완화, 공공 공급 확대 등에 그칠 게 아니라 민간임대 시장 활성화를 통해 임대 매물을 늘려 임차인들이 안정된 전세를 이용한 뒤 임대차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