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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용 44㎡가 11억원? 발산역 초역세권이라지만…

  • 2023.12.08(금) 17:59

후분양 나홀로 아파트 '삼익 더 랩소디'
발산역 1분거리에 대학병원, 초·중·고 도보권
소형주택이지만 '국평' 가격…인근 신축보다 비싸
1순위 청약에 경쟁률 1.4대 1…일부타입 미달

지난 6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7번 출구로 나와 정확히 58초를 걷자 '삼익 더 랩소디' 현장 입구에 닿았다. 대로변에 우뚝 솟은 '나홀로 아파트'다. 후분양 아파트라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아파트 바로 옆에는 정형외과 병원이, 건물 너머 뒤편에는 이대서울병원이 위치했다. 공항대로36길을 사이에 두고 '삼익 더 랩소디'는 내발산동, 이대서울병원은 마곡동으로 갈렸다.

지하철역과 병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네이버 지도 기준 4분)부터 중학교(6분), 고등학교(6분)를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학세권'이다. NC백화점(7분)을 비롯한 발산역 상권도 도보 거리에 있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지하 2층~지상 16층 1개동으로 지어진 '삼익 더 랩소디' /사진=김진수 기자

초역세권? 강서구서 3.3㎡ 당 5900만원

가구수도 적은 이 아파트가 주목받은 건 분양가 때문이다.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삼익 더 랩소디'는 지하 2층~지상 16층 1개동으로 지어진다. 전용 44㎡(약 13평) 분양가는 8억9000만~11억원으로 책정됐다. 대략 대지비 4억원, 건축비 7억원 수준이다. 공급면적은 61.45㎡로 3.3㎡ 당 분양가는 5900만원 안팎이다.

이 현장 길 건너에 자리한 '내발산동 우장산힐스테이트'는 국민평형인 전용 84㎡가 지난달 12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4월에는 10억5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2005년 준공되긴 했지만 2200가구의 대단지 국민 평형이 나홀로 아파트 소형 평수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된 셈이다. 신축 중에서는 지난해 입주한 등촌동 '가양역두산위브' 전용 59㎡가 8억3000만원(7월10일)에 거래됐다.

전문가들도 11억원은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이라는 의견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서구는 비규제지역이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곳이지만 매우 높은 분양가"라며 "전용면적 기준 평(3.3㎡)당 공사비가 5000만원이 넘는 것도 강서구 평균(3632만원)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초역세권이라고 해도 지역 시세를 고려할 때 강서구 소형 아파트치고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통상적으로 소형 아파트 건축비가 7억원이라는 건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이 분양가면 대체할 물건이 너무 많다"며 "다른 신축을 청약해도 되고, 기존 매물 중 저렴한 준신축을 찾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워낙 오르다보니 공사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없는 나홀로 아파트는 자재를 하나하나 구입해와야 해 단가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작은 사업장일수록 단위 투입비용이 크다. 토지 취득 등 비용을 회수하려면 분양가를 높게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건축비 7억원이 크게 여겨지지만 자재비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고분양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봤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지하 2층~지상 16층 1개동으로 지어진 '삼익 더 랩소디' /사진=김진수 기자

일부러 미분양?…칸타빌처럼 할인 가능성도

미분양 발생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지해 팀장은 "소규모 고가 아파트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강남에서나 통한다. 강서구는 고급화·고가 전략으로 공략할 시장은 아니다"라며 "합리적인 수요자들은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단지에 청약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위원은 "미분양이 나면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는 만큼 일부러 미분양을 내고 점진적으로 하나씩 파는 전략일 수 있다"며 "안 팔리면 할인분양할 생각으로 높은 분양가를 설정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웅식 연구원은 "앞서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고분양가 논란 끝에 결국 할인분양했던 것처럼 이 아파트도 미분양 물량이 계속 남게 되면 할인분양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청약을 진행한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약 90%가 미분양됐다. 당시 전용 59㎡ 분양가는 8억20만~9억2490만원, 전용 78㎡는 10억630만~11억4780만원이었다.

실제로 '삼익 더 랩소디'는 지난 7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45가구 모집에 65가구가 접수해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타입에서는 해당지역 1순위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14일이며 입주는 내년 1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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