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빌라촌을 아파트 수준의 주거 환경으로 탈바꿈하는 '뉴빌리지(정책브랜드 뉴:빌리지)' 사업이 나온다. 전면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 주민들이 정비사업에 나서면 정부가 도로 등 기반시설을 비롯해 폐쇄회로(CC)TV, 도서관 등의 편의시설 구축을 국비로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중산층과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비아파트 매입 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한다. LH가 신축을 매입한 뒤 무주택 중산층 가구에 시세의 90% 가격으로 전세를 주는 '든든 전세주택'을 비롯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신축·기축 매입주택 10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노후 빌라 정비하면 주차장 설치 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21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도시 공간·거주·품격 3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노후 도시공간 개선 △중산층 및 서민층 거주비용 경감 △문화예술로 도시 품격 제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선 노후 저층 주거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뉴빌리지' 사업을 도입하로 했다.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빌라촌 등 저층 주거지에 아파트 수준의 주거환경을 갖춘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민생토론회에 앞서 "흩어져 있는 걸(개별 주택 정비사업) 따로 지원 해주는 게 아니라 뉴빌리지 사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비가 필요한 지역 내에서 공급되는 여러 주택에 대해 패키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빌리지 사업은 노후 단독주택, 빌라촌 등에서 소규모 정비 또는 개별주택 재건축 추진 시 주민에게 필요한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비로 공용주차장,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과 방범시설, 주민운동시설, 도서관 등의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한다.
편의시설은 신축 가구 규모별로 지원한다. 가령 10가구 미만은 방범 CCTV 및 보안등, 주차장을 지원하고 100가구를 초과하면 여기에 관리사무소, 북카페, 주민운동시설, 복지관 등을 추가하는 식이다. 기금 융자를 통한 주택 정비도 지원한다.
사업은 '정비연계형'과 '도시재생형'으로 구분해 추진한다. 정비연계형은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 내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110곳에서 사업 관리계획을 수립 중이다.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은 블록별 정비계획 등 '관리계획'을 수립해 기반시설 조성 등 체계적 정비가 필요한 지역으로, 지자체장이 지정할 수 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이란 단독 10가구, 다세대 20가구 미만의 주민들이 스스로(주민합의체) 개량·건축하는 사업이다.
정비연계형은 기금 융자를 현행 총사업비 50%에서 기반시설 공급 시 70%까지 확대해준다. 용적률은 법적 상한 1.2배까지, 주민 동의율도 관리지역 안팎으로 80%까지 완화해준다. 기존엔 관리지역 밖에선 주민 동의를 100% 받아야 했다. 기반시설 및 편의시설 설치 비용은 150억원 내외다.
도시재생형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현재 1025곳) 내에서 추진되는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개별 재건축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및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모두 해당되는 지역은 정비연계형과 도시재생형 중 선택 가능하다.
기금 융자는 현행 다세대 가구 당 5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확대해준다. 활성화 지역 내에선 용적률을 법적 상한 1.2배까지, 그에 맞게 층수 상한도 완화키로 했다. 기반시설 및 편의시설 설치 비용은 정비연계형과 마찬가지로 150억원 내외다.
국토부는 마을꾸미기 등에 활용되던 기존 도시재생사업의 예산을 재구조화해 편의시설 지원 등에 10년간 10조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아울러 소규모정비사업 및 도시재생사업 지원 전문기구를 통한 '뉴빌리지' 사업 관련 컨설팅도 통합 지원한다.
올 상반기 사업유형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하반기 시범사업 공모를 추진한다. 이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저리 기금 융자가 확대되면 건설비 자체 대출이 많아져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 지어야 하는 주차장도 별도로 지으니 사업성이 보완될 것"이라고 봤다.
비아파트 매입임대 확대…중산층도 '든든전세주택'
중산층 및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는 '비아파트'를 활용키로 했다. 아파트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아 신속한 주택 공급이 가능해서다. 신축 및 기축 비아파트를 매입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월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진 차관은 "매매 시장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스고 전월세 시장도 여전히 불안하다"며 "공공에서 나서서 새롭게 짓는 주택을 약정해서 매입하는 등 전세와 월세를 향후 2년간 10만가구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아파트라 건설기간이 1년 미만이라 약정해서 바로 공급하면 올해 내년 공급이 가능하다"고 봤다.
특히 '든든전세주택'을 새로 도입한다. LH가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한 뒤 무주택 중산층 가구에 시세의 80% 수준의 전세로 공급한다. 전용면적 60~85㎡로 거주 기간은 최대 8년(4+4년)이다. 올해 5000가구, 내년 1만 가구 공급을 추진한다. 서울 3000가구 등 수도권 1만 가구다.
소득·자산 상관 없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되 신생아 및 다자녀 가구에 가점을 부여해 우선 공급한다. 1명 당 1점씩으로 3점이 최고점이다. 신생아는 2년 내 출산 자녀가 있는 경우(임신 포함) 추가 가점 1점을 부여한다. 우선 공급 후 잔여분은 무주택자 대상으로 추첨 공급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기축 든든전세주택을 공급한다. HUG는 전세금반환보증 등에 따라 대위변제한 경매진행 주택을 직접 낙찰받아 무주택자에게 전세로 임대 공급하고 있다. 시세 90%, 거주기간 최대 8년(4+4년) 주택이다. 소득·자산 기준 없이 무주택자 추첨으로 공급하며 올해 3500가구, 내년 6500가구 공급을 추진한다. 서울 5000가구 등 수도권 1만 가구다.
LH의 기존 신축매입임대도 확대한다. LH가 신축주택을 확보해 무주택 저소득층·신혼·청년에게 시세 대비 30~50%로 최대 20년간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기존엔 올해와 내년 총 6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추가로 1만5000가구를 공급해 올해는 3만5000가구, 내년은 4만가구 등 총 7만5000가구를 공급한다.
국토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건축 중인 주택 매입도 허용키로 했다. 접수 후 심사기간도 단축해 공급을 2개월 조기화한다. 민간사업자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양도세·취득세 감면 일몰기한도 2027년 12월까지 연장한다.
건설사의 토지·주택 취득 시 취득세 감면율(현 10%)을 확대하되 세부 감면율은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아울러 LH에 대한 경영평가 시 국가정책 협조도를 반영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진 차관은 "(매입임대를 늘리면) LH의 부채가 올라갈 수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추가 부채는 경영평가에서 제외해주고 민간 위축 부분을 할 때는(관련 사업을 할 때는) 가점을 주는 방향을 검토중"이라며 "사업시행자, 주택사업자 인센티브 등을 통해 공급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