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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동산 결산]⑤실적 고꾸라진 건설사 '인사 태풍'

  • 2024.12.31(화) 06:36

10곳 중 7곳 CEO 교체…원가율 92% 수익성 '뚝'
미분양에 고꾸라지는 중소사…부도수 전년 2배
투자↓ 불확실성↑…"내년도 버텨야 하는 한파"

올 한해 건설사들은 봄·여름을 느낄새 없이 내내 '한파' 속을 걸어왔다.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잿값·인건비 상승, 건설 경기 악화로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는 연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최고경영자(CEO) 대거 교체라는 인사 태풍으로 이어졌다.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특히 지방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부도난 건설사들은 지난해 2배 수준을 넘어섰고, 지방 건설사가 85%를 차지했다. 미분양 적체로 인한 미수금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맞물린 결과다.

10대 건설사 CEO /그래픽=비즈워치​​​

10곳 중 7곳 CEO 물갈이…재무·사업부문서 교체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7곳이 수장을 교체했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이앤씨 등이다. 특히 건설 업황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과 성장세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통' 출신 교체가 두드러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을 지낸 주우정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그룹 내 대표 재무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 6일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정경구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서 지난 7월 김형근 전 SK E&S 재무부문장을 새 대표로 교체했다. 

사업부문에서 신규 대표를 선임한 곳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3곳이다. 현대건설은 창사 이래 처음 1970년생인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신임 대표에 내정했다. 전략기획사업본부장, 건축주택지원실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인물로 위기 타개를 위한 세대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DL이앤씨는 지난 8월 DL건설 대표이사를 겸임하던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에 앉혔다. 박 대표는 DL건설 전신인 삼호건설 워크아웃 조기졸업, 조기정상화 경험을 통해 위기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3일 포스코 내 '재무·전략통'으로 꼽히던 전중선 사장에 이어 건축 경험이 풍부한 현장전문가 출신 정희민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건설업계로 입사해 20년 넘게 포스코이앤씨에서 경력을 쌓으며 사장에 오른 첫 사례다. 오랜 현장 경험으로 수익성 회복 적임자로 꼽힌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끝내고 총수 일가로 수장을 교체한 곳들도 눈에 띈다. 대우건설은 지난 12일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위인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GS건설은 앞서 지난해 10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아들인 허윤홍 사장을 대표로 임명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대표가 유지된 곳은 2곳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그룹 정기인사에서 유임돼 임기를 이어간다. 다만 박 대표 역시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지낸 재무통이다. 삼성물산은 쇄신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평이 나온다. 

원가율 92%, 수익성 반토막

대대적인 수장 교체는 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는 건설경기 불황, 대내외 불확실성 심화 등을 비롯해 근본적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데 있다. 올해 주요 건설사들은 몸집을 키우고도 수익성이 떨어졌다.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크게 올라서다.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3분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92%를 넘어섰다.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이하 연결 재무제표 기준) 25조42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20.8%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 줄어든 5125억원에 그쳤다. 매출원가율이 95%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은 2%에 머물렀다. 100원 벌어 손에 쥔 돈이 2원이란 얘기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4조9808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보다 몸집을 2.4% 키웠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8% 줄어든 8561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곳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대우건설은 3분기 매출 7조8566억원, 영업이익 28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11.4%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인 51.8% 줄었다. 매출원가율은 92%를 기록했다. 

DL이앤씨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소폭 오른 5조879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7.1% 감소한 1768억원에 그쳤다. 포스코이앤씨(1247억원, 전년 대비 -25.7%), 롯데건설(1632억원, -33.7%), SK에코플랜트(1153억원, -61.3%)도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실적 개선을 보인 곳은 붕괴사고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는 두 곳이다. GS건설은 3분기 영업이익 24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년 대비 21.2% 상승한 14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곡소리 나는 건설사들 "내년 버텨야"

원자잿값이 안정화에 들어섰다곤 하지만 원가율은 90%를 훌쩍 넘어선 채를 유지 중이다. 건설업계는 적정원가율을 80%대로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10월 기준 130.32를 기록했다. 2020년 1월 대비 30% 넘게 공사비가 치솟은 거다. 

공사를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한 미수금도 쌓이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미수금은 17조637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16조9336억원)보다 4.2%, 7000억원 넘게 증가한 규모다.

대형사 대비 여력이 낮은 지방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특히 미분양 적체, 부동산PF 부실 위험이 지방을 중심으로 커지면서 폐업신고와 부도가 늘고 있다. ▷관련기사:지방 작은 건설사는 막 쓰러져도 괜찮나요?(12월27일)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6만5836가구로 이 중 지방이 5만1888가구, 80%에 육박한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국 1만8307가구 가운데 1만4464가구(79%)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몰려있다. 미분양으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24일 기준 폐업신고 건수는 3525건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3451건)와 비교해 74건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PF 이자나 어음을 갚지 못해 부도 처리된 건설사도 27곳에 달했다.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로 부산 7위, 전북 4위 중견업체들도 부도를 피하지 못했다. 

폐업이 늘어도 등록업체수가 늘면서 꾸준히 증가하던 총 건설업체수도 올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1년 9만1075개사, 2022년 9만8266개사, 2023만 10만782개사를 기록한 건설업체수는 지난달 기준 9만9957개사로 전년 동월 대비 691개사가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들이 올해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 불안, 환율급등, 트럼프2기 출범 등 굵직한 사안들로 인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대출규제 강화로 내년 부동산 경기 회복도 쉽지 않다. 안정적 수익을 안겼던 사회기반시설(SOC) 예산마저 3%가량 줄여 공공공사 일감부족도 예상된다. 한파를 지나왔음에도 봄은 멀어 보인다. ▷관련기사: "내년 건설투자 -1.2%…생존 고민해야 할 때"(11월27일)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치솟으면서 금리인하에 속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금융권에서도 대출 등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해 PF를 비롯한 민간공사들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2분기부터 줄어들고 있는 건설투자로 인해 내년에는 수익성만 악화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자체가 쪼그라들 것"이라며 "수익성이 낮아도 안정성 높은 공공공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리면서 '버텨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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