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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동산 결산]①곱씹어 볼 10가지 이슈

  • 2024.12.27(금) 06:36

비즈워치가 뽑은 올해 건설부동산 10대 뉴스

추운 동시에 뜨거웠고, 잔잔했지만 격했습니다. 건설·부동산업계와 시장에 2024년은 하나의 형용사로 꿰뚫어 표현하기 어려운 한 해로 기억됩니다. 긍정과 부정이, 안정과 불안이 같은 시점에 섞여 있기도, 전후좌우로 얽혀 있기도 했죠. 시장과 정책 흐름에 변곡점을 만든 굵직한 장면들도 있었고요.

'값진 한 해를 보내자'며 시작했지만 계엄·탄핵으로 어수선하게 저무는 갑진년을 마무리하면서 건설부동산 시장-업계-정책에서 담아둘 만한 10가지 이슈를 꼽아 봤습니다. 을사(乙巳)년 2025년이 을씨년스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①3.3㎡(평)에 1억 넘는 아파트

새해 벽두부터 3.3㎡당 1억원을 훌쩍 넘는 아파트가 분양 승인났다는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강남, 용산도 아닌 서울 광진구에서요. 광장동 옛 한강호텔 자리에 짓는 '포제스 한강'이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이 내놓은 3동, 128가구짜리 단지죠. 

영구 한강 조망에 초호화 사양을 내세웠다곤 해도 가격에 시장의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가장 작은 전용면적 84㎡는 최고 44억원, 최고가인 펜트하우스(244㎡)는 160억원이었습니다. 평균 분양가 3.3㎡당 1억1500만원, 사상 최고가이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집값의 새 시대'를 열었죠.
▷관련기사: '찐' 부자는 강북에…한강뷰 '하이퍼엔드' 아파트 누가 살까?(1월12일)

반포 등 강남 매매시장에서 3.3㎡당 1억원대가 쉽게 깨진 것도 이 단지가 '선을 넘어준 덕'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60억원, 3.3㎡당 가격이 1억7600만원까지 순식간에 올랐죠. 1억 넘는 집값이 이젠 그렇게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됐네요.

②뜨거운 물 1·10, 찬물 8·8

'1·10', '8·8' 등 두 번의 굵직한 부동산 대책이 올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둘 모두에 '공급방안'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죠. 하지만 두 대책은 배경과 대응방향이 모두 정반대였습니다.
▷관련기사: 재건축 '안전진단' 대못 뺀다(1월10일)
서울 그린벨트 12년만에 풀린다…'석달 뒤 공개'(8월8일)

1월에 낸 대책은 "주택공급 부진은 거시여건 및 주택시장 침체에서 비롯됐다"며 재건축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 선물세트를 쏟아낸 것이었고요. 반면 8월 대책은 "가격 상승 우려 등에 따른 투기수요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안정적 주택공급 확신을 부여"한다는 게 목표였죠. 11월엔 주택을 공급할 서울과 주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도 공개했고요.

두 대책은 단 7개월의 시차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냉탕'을 덥히려 1·10 대책이란 뜨거운 물을 틀었다가, 서울이 확 뜨거워지자 8.8대책에서 '공급 폭탄'이란 표현까지 쓰며 찬물을 들이부은 셈이죠. 연말인 이제는 서울 집값 상승도 멈춰가고 있지만, 글쎄요. 이게 정부 대책 덕일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③너도나도 '로또 청약' 

분양가와 매맷값이 앞다투듯 치솟는 가운데 청약시장엔 불이 붙었습니다. 전부는 아니고, 당첨만 되면 돈 된다고 입소문 난 단지들 만 그랬지만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싸다고 평가된 강남권 단지들, 수년 전 가격으로 드문드문 1~2채씩 나오는 무순위 청약이 그랬습니다.

지난 7월29일에는 1가구 모집에 300만명 훌쩍 넘는 접속이 몰려 청약홈이 마비되는 일도 있었죠.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무순위 청약이 있었고,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 양천구 목동 호반써밋 무순위 청약도 있었죠. 당첨 확률을 높이려 노부모 위장전입 등 부정행위가 판을 친다는 지적에 국토부는 인기 단지 청약 당첨자 '전수조사'에도 나섰습니다.
▷관련기사: '동탄역 롯데캐슬' 300만명 몰렸다…당첨자는 2일(7월31일) 
'가점 만점?' 래미안 원펜타스 당첨자 전수조사한다(8월21일)

④1기 신도시 재건축 돌입

지난달 말엔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가운데 재건축 정비 사업을 처음으로 벌일 선도 단지가 공개됐습니다. 5개 신도시 내 총 13개 구역, 약 3만6000가구 규모죠. 정부는 기준도 완전히 정하지 않은 채 지난 6월부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해 군불을 지폈죠. 
▷관련기사: 1기신도시 첫 재건축단지 공개…13곳 3.6만가구(11월27일)

첫 사업인 만큼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고, 시장에서도 높은 시세 차익이 기대돼 너도나도 후보로 나섰죠. 선정 경쟁도 과열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지은 신도시를 정비하는 게 이렇게 서두를 일인지, 대대적인 정비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습니다.
▷관련기사: [신도시 정비 챌린지]⑥신도시 아닌 "우리 단지는요?"(12월19일)

/사진=이명근 기자

⑤용산 '메가프로젝트' 재가동

서울시는 지난 2월 용산 옛 정비창 부지를 '용산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하는 '서울 도심 대개조' 프로젝트를 10년 만에 재가동했습니다. 축구장 70개 크기의 사업부지(약 49만5000㎡)에 최고 용적률 1700%를 줘 100층 높이의 랜드마크를 비롯한 미래도시를 만든겠다는 거죠. 
▷관련기사: '100층·용적률 1700%'…10년 멈춘 용산시계 돌아간다(2월5일)
서부이촌동 뺀 용산국제업무지구…기반시설 내년 착공(2월5일)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지난 2007년부터 추진됐지만, 2013년 구역지정이 해제되며 좌초됐던 거 아시죠? 서울시가 밝힌 해제 사유는 사업자 자금력 부족, 2008년 국제금융위기,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등입니다. 그때도 오세훈 시장(1기)이었죠. 실현만 된다면 '서울의 대개조'라는 말이 어울릴 변화가 오긴 할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될까요? 

⑥GTX시대 본격 개막

교통 분야에서 올해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입니다. 동탄~수서 구간이 처음으로 개통되기도 했고, 곧 서울역~파주 구간도 뚫릴 예정이죠. 계획하고 공사하는 데 십수년이 걸렸지만 이젠 현실이 된 겁니다. 
▷관련기사: [르포]내달 뚫릴 GTX-A 미리 타보니…"SRT보다 낫네"(2월25일) 
[르포]GTX-A 빠르지만 깊다는데…"시간 재봤습니다"(3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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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는 GTX-A로 시작해 GTX-F까지 6개 노선이 계획됐어요. A~F 노선이 개통되면 GTX 전체 이용 인구는 1일 평균 183만명에 이를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합니다. 지방에서도 세종·부산·대구 등을 거점으로 'x-TX'가 추진되죠. 최종안은 내년 상반기 수립 예정인 '5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랍니다.

⑦집값은 결국 대출? 

정책이 시장에 먹힌 건 결국 수요 규제였습니다. 금융당국을 통한 대출 규제만 시장 안정화에 즉효를 보였죠. 주택당국이 공급 위주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이보다는 금융당국의 규제 이완도나 구두개입 수위에 따라 주택시장이 반응했습니다.

서울 집값 상승이 본격화 된 계기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늦춘 것이었고요.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건 건 대대적으로 알린 공급대책 뒤에 슬며시 가져다 논 대출 압박이었죠. 
▷관련기사: 스트레스DSR 2단계 두 달 연기…'빚내서 집사라' 시그널?(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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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레지던스→오피스텔 허용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할 수 있게 된 것도 올해 생긴 큰 변화입니다. 건축법상 건물의 용도를 바꿀 수 있게 허용한 거죠. 다시 말해 '유사 주택(레지던스)'을 일정 조건만 갖추면 '준주택(오피스텔)'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관련기사: '생숙대란' 피했다…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오피스텔로(8월21일)
'생숙→준주택' 조건 낮춘 국토부 "특혜 아니다"(10월16일)

주택처럼 스스로 입주하거나 세를 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레지던스를 분양받은 이들의 하소연이 배경입니다. 생숙 이용 규제를 '정상화'했지만 종전 관행처럼 주택으로 쓸 수 없으니 피해를 봤다는 수분양자가 많았죠. 하지만 결국 '떼법'에 밀려 정부가 정해진 기준을 뜯어고쳤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전경/사진=롯데건설 제공

⑨'말도, 탈도 많았던' 둔촌주공 입주

'사상 최대 규모 재건축, 단군 이래 최대 단지'라는 수식어를 단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재건축)의 입주도 올해 11월 있었습니다. 규모가 역대급이었던 만큼 분양부터 입주까지 끊임없이 화제를 모은 단지죠. 올해 입주를 앞두고 가장 논란이 된 이슈는 '실거주 의무'였습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1.2만가구' 둔촌주공, 전세 받게 됐다는데…(3월6일)
둔촌주공 집들이 '입주장' 여파 없다는데…내년은?(10월7일)

결국 입주 때 소유주가 무조건 입주해야 한다는 분양 당시 규제가 '유예'되면서 "또 둔촌주공 봐주기냐" 하는 뒷말을 낳았죠. 조합원이나 수분양자가 직접 입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3년간은 전월세로 내줄 수 있도록 해줘서죠. 최근의 신축 선호 경향과 맞물려 집값도 크게 올라 '역시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을 낳았습니다.

⑩재개발·재건축 수주 전쟁

불경기에 시달린 건설사들은 비교적 수익성이 안정적인 주택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일감 따내기에 몸이 달았습니다. 올해는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수주 1·2위를 기록했죠. 지금도 대형 건설사들은 제각각 브랜드 경쟁력을 내세워 사업성 좋은 입지에서 일감을 따내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과거의 과열된 경쟁, 혼탁한 수주 행태가 재연될까 우려를 사기도 합니다.

최근 지켜볼 만한 곳은 한남4구역입니다. 서울 용산 알짜 입지의 재개발 사업을 두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피 튀기는 수주전을 벌이고 있죠. 하지만 이런 과한 경쟁이 조합원들에게, 또 해당 건설사에 이득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관련기사: 현대 vs 포스코 '재건축 빅매치'…여의도 한양 '앗 뜨거'(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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