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전역이 한파입니다. 건설 경기가 침체하고 미분양이 쌓이면서 지방 위주로 꼈던 살얼음이 수도권까지 번지는 모양새예요. '부동산 불패'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마저도 냉기가 돕니다.
지난달 서울 집값 상승률이 상당히 낮아졌고요. 주간 집값은 3주째 보합을 유지하면서 '하락' 조짐도 보여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지역은 갈수록 약세고요. 이대로 '서울 불패' 명맥도 끊기게 될까요??
'안 사요~' 냉랭한 서울 주택시장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1월 둘째주(13일 기준) 전국 집값은 0.04% 내려 전주(-0.03%) 대비 하락폭이 조금 커졌습니다. 전국 집값 변동률은 12월 둘째주(9일 기준)부터 -0.03%를 유지하다가 5주 만에 내림폭을 키웠는데요.
이번 주 지방 집값 변동률은 -0.05%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고요. 수도권이 -0.02%에서 -0.03%로 하락폭이 커졌습니다. 특히 경기도 집값이 지난주 -0.01%에서 이번주 -0.04%로 크게 내렸고요. 인천(-0.07%→-0.06%)은 8개 자치구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유지했지만 하락폭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서울 집값은 '보합'을 유지했습니다. 서울 집값은 지난해 3월 4째주(25일, 0.01%)부터 40주간의 상승을 마치고 12월 마지막주(30일) 보합 전환한 뒤 3주째 내리지도 오르지도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등 일부 선호 단지에서는 신고가 경신 사례가 포착되기도 한다"면서도 "그 외 단지에서는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고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등 지역·단지별 상승과 하락이 혼재돼 나타나며 서울 전체 보합이 지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8곳만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나머지는 보합 또는 하락이죠. 강남3구(서초·송파·강남)도 잠잠합니다. 서초구는 지난주 0.03%에서 이번주 0.02%로 상승폭이 줄었고요. 강남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보합을 유지했습니다. 송파구만 지난주 0.03%에서 0.04%로 상승폭이 조금 커졌죠.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이번 주 모두 하락폭이 커졌습니다. 노도강은 이른바 '영끌' 매물이 많다고 알려진 지역이죠.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 모습이예요. 노원은 지난 주 -0.01%에서 이번 주 -0.03%, 도봉은 -0.02%→-0.04%, 강북은 -0.01%→-0.02% 등을 기록했습니다.
월간 가격 변동률을 보면 아직 서울 집값은 '상승'인데요. 상승폭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부동산원의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서울 집값 변동률은 0.08%로 전월(0.20%) 대비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서울 월간 주택(아파트·연립·단독) 가격은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매월 상승폭을 줄이고 있는데요. 8월 0.83%, 9월 0.54%, 10월 0.33%, 11월 0.20%, 12월 0.08% 등이요. 아파트만 보면 변동폭이 더 큽니다. 지난해 8월 1.27%를 기점으로 9월 0.79%, 10월 0.43%, 11월 0.26%, 12월 0.09% 등으로 상승률이 낮아졌죠.
'그래도 서울은 봄'…양극화 어쩌나
이대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 흐름 주기가 끝나는 걸까요? 그렇게 보긴 힘듭니다. 재건축 호재 등이 있는 일부 핵심 지역에선 여전히 신고가가 나오고 있거든요. 강남권과 여의도가 대표적인데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09㎡는 지난달 50억원에 거래됐는데요. 직전 최고가인 46억7000만원(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3억3000만원이 올랐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도 이달 34억75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했고요.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전용 126㎡은 이달 30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지난해 4월) 26억원보다 4억원 뛰었고요.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전용 95㎡도 이달 24억원에 신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강남3구는 매주 상승폭이 줄어드는 추세긴 하지만 3곳 모두 40주 이상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외곽 지역은 지난해 말부터 하락 전환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 내에서도 온도차가 극명해 보입니다.
지방과 비교하면 온도차는 더 벌어집니다. 지방은 미분양 등 공급 물량 적체 지역 위주로 하락하면서 벌써 60주째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건설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한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지방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1만4802가구로 전월(1만6446가구)보다 2.3% 증가했고요. 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방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은 지난해 9월 -0.06%, 10월 -0.09%, 11월 -0.12%, 12월 -0.21% 등으로 하락폭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부동산팀장은 "올해 아파트 시장은 지역별, 가격대별, 아파트 연령대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서울 주요 지역과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가격 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어 "인기 지역의 고가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편, 공급과 수요가 불균형한 지역에서는 가격 조정과 미분양 증가 등 상반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양극화는 소득 격차와 대출 규제, 공급 부족 등의 요인이 결합하며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