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강남 3구가 포함된 서울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 아파트 주간 매매가 변동률(0.58%)이 부동산 활황기였던 2018년 9월 첫째주(0.66%)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권을 몰아치던 상승세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지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까지 번지면서 서울 외곽까지 상승세가 퍼져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토허제로 촉발된 집값 상승세가 정국 불안으로 얼어붙었던 서울 시장 전역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 공급부족에 토허제가 불씨 지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내림세를 거듭하던 노도강 지역 집값이 지난주(3월10일 기준) 하락을 멈추거나 상승 전환했다. 노도강뿐만이 아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매매가격이 상승하거나 보합 전환했다.
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봄 이사철을 앞두고 거래가 늘어나는 시기가 맞물린 효과다. 여기에 토허제 해제가 촉발한 강남권 급등에 올 하반기 본격적인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둔 불안 심리가 겹치면서 추격매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승 확산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올해 서울 집값이 '상고하고'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2일 19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 44㎡는 3월6일 3억9500만원(8층)에 손바뀜했다. 1월10일 동일 면적 동일층이 3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달 새 3500만원 올랐다. 지난해 거래된 최고가(4억1000만원, 10층)에는 못 미치지만,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한 모습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인하, 대출 규제 완화에 공급 부족이 본격화하면서 집값 상승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토허제 해제로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 회복이 왔다"며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세가 마용성을 거쳐 노도강으로 번지고 있어 하반기까지 서울은 '상고하고'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역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건을 넘어서며 회복에 들어갔고, 올해 하반기를 비롯해 내년에는 지방 일부를 제외하고 공급이 거의 없는 만큼 집값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대출 규제 강화(스트레스 DSR 3단계)가 예고된 바 있지만,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대출 규제 영향도 크지 않으리라고 봤다.
공급 부족한 서울, 상반기 매수 시기?
이처럼 서울 집값 급등과 추세적 상승이 예고되면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상반기 내 서울에 집을 매수해야 한다'는 기류가 번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1~2년 내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이 확실한 만큼 가격 상승에 따른 진입 불투명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2월 실거래가격 기준 서울의 국평(전용면적 84㎡) 평균 거래가격은 14억389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12억9570만원)과 비교하면 두달 새 1억3000만원 넘게 올랐다.
서초(31억4043만원), 강남(27억634만원), 송파(20억2813만원)는 평균 거래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도봉(6억1529만원), 강북(6억8257만원) 등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 6억원대로 작년 12월말 대비 줄었다.
윤수민 위원은 "단기간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데다, 금리 인하로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라며 "경기 부진으로 주식, 코인 등의 자금이 다시 안정적인 부동산으로 몰리는 등 서울지역은 상승요인 외에 떨어질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하락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시장 상황이 이러한 만큼 무주택자는 집값 상승 리스크에 노출된다"면서 "이미 과거 고점을 회복한 곳들이 많은 데다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어 진입하지 못할 경우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 3구·한강 벨트는 논외" 신중론도
일각에서는 추격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인하, 공급 부족 불안, 토허제에 해제로 상승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 자체가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토허제 영향으로 급등세가 지속하기에는 경기 상황 등 제반여건과 동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토허제 해제는 갭투자가 가능해져 전셋값이 따라가야 효과가 있지만 현재 그렇지는 않다"면서 "해제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나 자금력이 충분한 일부 투자자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급등세가 지속할 동력이 크지 않다"고 봤다.
이어 "무주택자가 주택을 한 채 보유하는 것은 리크스가 크지 않지만 코로나 때 이른바 영끌로 집을 산 매물들이 최근 경매로 대거 나오는 것처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공격적인 진입 시기로 보긴 어려워 너무 무리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분양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지방의 경우 공급물량을 중심으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위원은 "지방의 경우 공급물량이 줄어드는 곳은 저점으로 인식하되, 공급이 증가하는 지역들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공급물량을 중심으로 진입시기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