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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큰 임대주택 늘리면 집값 잡을 수 있나

  • 2026.02.12(목) 06:50

정부 "선호평형 비율 높인다"
임대 공급은 '임시방편'…실제 선호 살펴야

"(전용면적) 최소 69㎡, 국평(국민평형) 84㎡ 공급 비율도 기존보다 더 올려 임대주택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게 하겠다." 얼마 전 만난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의 말이다. 청년·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역세권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면 이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할 수 있고, 집값 변동성도 잡힐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시장 상황이 변하고 국민 인식이 바뀌고 실제 양질의 임대주택이 공급된다면 얼마든지 (집값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1·29 주택공급대책)'의 주요 입지를 보면 서울 용산구, 경기 과천 등 선호지역이 대거 포함됐다. 국토부는 정책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올 상반기 중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주거복지 추진방안'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입주 조건 중 하나인) 소득 한도 완화, 세액공제 혜택 강화 등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은 이번 공급대책에 발표된 입지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면서, 공급 속도와 실행력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일 보고서를 내고 "이번 대책은 서울 용산구, 노원구, 경기 과천시 등 실질적인 주거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공급을 확충, 중장기적 시장안정과 주택공급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시된 일정상 착공 시점이 대부분 2028년 이후로 계획됐고 지방자치단체 이견도 있어 실제 공급·입주가 가시화될 때까지 시차로 인해 단기적인 공급 개선 기대에 대한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가 청년·신혼부부의 주거안정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파른 집값 상승 탓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주저하고 자녀 출산은 언감생심, 꿈꾸지도 못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결과로 더욱 견고해지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취지도 담겼다. 방법이 어떻든 취지는 바람직하다.

다만 '공공 임대'와 같은 방식의 공급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일단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시기에서 알 수 있듯 집값은 공급보단 기준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가 많다.

이태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2023년 1월 내놓은 '주택시장과 통화(금융)정책의 영향관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다양한 변수 가운데 주택매매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기준금리'와 같은 통화정책이었다.

구체적으로 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미치는 영향이 60.7%였고, 대출규제가 17.9%, 주택공급은 8.5%에 그쳤다. KB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봐도 금리 영향이 56.1%, 대출규제 19.3%였다. 주택공급은 11.9%에 불과했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주택공급이 18.4%가 됐지만 금리가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45.7%로 가장 높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과잉 영향으로 집값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집값이 비싼곳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는 교육여건·일자리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은 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또한 최근의 집값 변동성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과 같은 선호도와도 연관이 있다. 부동산R114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를 분석했더니 준공 10년 이하 아파트 값이 4년간 연평균 9.1% 상승하는 등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신축에 이어 상승세가 가팔랐던 곳은 30년 초과 아파트로 연평균 3.7% 수준이었다. 정비사업 건축 연한에 해당하는 곳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수요자들이 더 좋은 곳에 살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돈과 대출이자를 부담하고 특정 아파트를 사면서 벌어지는 신고가 행진이다. 그런데 공공임대가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까?

정부가 겨냥하는 청년층도 결국 공공임대보단 '자가'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LH토지주택연구원이 작년에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청년층의 공공 임대주택 거주 의향은 76.1%로 높았으나, 83.2%는 향후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청년·신혼부부가 진짜 원하는 집은 임시방편인 임대주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청년들은 가장 필요한 지원정책으로 '주택구입 자금(24.3%)', '전세자금(22.3%)'을 꼽았다. 공공임대주택 공급(18.6%)은 후순위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자산 증식에 대한 기본적 욕망 때문 아닐까.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단지 '헬리오시티'는 서울도시공사(SH)가 운영하는 행복주택(임대주택)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으로 꼽힌다. 공공임대에 살면서 집값 급등을 바라봐야만 하는 청년층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임대주택 공급으로 집값을 안정화하고,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 구상을 청년층도 100% 만족하기 어렵다. 평생을 함께 할 연인과 공공임대 공급을 기다리며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고 결혼을 준비했는데 집값이 더 올라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정부의 공급대책과 각종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값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작년 2월 첫째주(2월3일 기준)부터 상승 전환한 뒤 올해 2월 첫째주(2월2일 기준)까지 52주 연속 상승했다. 2월 첫째주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27%로 직전 주(0.31%)과 비교하면 0.04%포인트 주춤한 것이긴 하나, 지난달 29일 정부가 공급대책을 발표한 직후에도 시장 동향에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이런 정책이라면 청년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곳에 살기 어렵지 않을까. 이번 대책의 수혜 대상인 청년이나 신혼부부도 아닌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집값 변동성의 실제 작동 원리와 인간의 진짜 선호를 정부가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할 때다. 이번 공급대책이 분양 주택 비율을 높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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