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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명 반대했는데…국토부 장관이 정비구역 지정?

  • 2026.07.24(금) 06:36

정비구역 지정권한, 서울시장→국토부 장관 법안
철회 청원 더해 서울시도 '반대'…국토부는 '난색'
토허구역 지정권 확대 법안도…야당 "남발 우려"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 관련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다. 하지만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된 가운데 5만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이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입법 반대' 국민청원 이유는

24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부동산거래신고법, 주택법 등 개정안의 본회의 의결 반대에 관한 청원'이 지난달 16일 게시된 뒤 이달 17일까지 동의 수 5만9799명을 기록했다. 청원이 30일 안에 5만명 넘는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이달 14일 소관 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로 넘겨졌다.

청원인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정비구역 지정, 조합 감독 등 시·도지사의 권한을 국토부 장관에게 일괄 이관할 경우 신속한 현장 대응이 불가능해지고 정책 공백이 발생해 부동산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불확실성이 증폭될 우려가 크다"며 법안 철회를 주장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 권한을 국가 단일 기관에 집중시키는 것은 민간의 자율적 거래와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며 "특정 정치 세력이 중앙에서 전국의 부동산 시장을 일괄 통제하는 구조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들은 6·3 지방선거에서 야권 서울시장이 당선된 직후,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 권한을 박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민주적 선거를 통해 표출된 서울 시민의 의사를 입법으로 무력화하는 것으로,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정치적 보복 입법에 해당한다"라고 덧붙였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다만 국민청원이 실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20~21대 국회에서 117건의 국민청원이 심사됐지만 입법에 반영된 '대안 반영 폐기'는 6건(5.1%)에 불과했다. 임기 중인 22대 국회에 지난해까지 올라온 151건 가운데서도 148건이 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국민 동의 청원 진행상황/이미지=국회전자청원 화면 갈무리

국토부가 '칼자루 쥔다'는 의미

이번 청원에서 문제 삼은 법안은 국토부 장관에게 정비구역 지정·해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집중돼 있어 병목현상으로 인해 정비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고 발의 이유를 들었다.

서울시는 "국토부 장관이 정비구역을 지정할 경우 오히려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현행법 체계와 모순되고 권한의 위계상 불합리하다"는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권한이 집중됐다', '병목이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단계 9개 중 7개의 인·허가 권한은 자치구에 있다.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등 종합적 검토와 전체적 조율이 필요한 2개 심의만 시에서 담당하고 있다. 또 최근 3년 운영 현황을 보면 도시계획위원회는 평균 69일 이내, 통합 심의는 31일 이내에 상정 안건을 100% 처리하고 있다.

국토부 역시 이 법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토부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 현행 정비구역 지정권자가 후속 인·허가를 다시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권한 행사가 중첩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제 권한 부여와 관련해서도 "현행 정비구역 지정권자가 지정한 정비구역을 국토부 장관이 해제할 수 있도록 해석될 수 있어 정비사업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투기 빨리 잡으려고 토허제?

국토부 장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확대하자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도 있다. 현행법은 동일 시·도 내 지역에 대해 '국가 개발사업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토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개정안은 '그 밖의 사유로 투기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지정할 수 있도록 조건을 추가했다.

이 법안을 검토한 박재유 국토위 전문위원은 "최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 과열 양상이 나타나 부동산 투기와 자산 가격의 과도한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해 적기에 실효성 높은 정책을 실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토부 측은 "투기 정보의 유통 속도가 가속화돼 투기 행위가 국지적으로 발생하되 빠르게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신속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실수요 거래만을 허용해 투기 확산을 선제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무소불위로 백지위임하는 형식'이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국토부 장관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서울 전역과 경기도를 막 묶었는데 이제는 아예 아무 데나 하겠다는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는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나 재산권 행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도는 한번 묶으면 계속 연장만 하고 풀지를 못한다. 집값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고 실수요자가 불편해지기만 하다"라며 "주식시장의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 제도처럼 어느 정도 과열되면 지정됐다가 자동으로 풀리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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