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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월급 99만원 세금이 달라진 이유

  • 2015.07.17(금) 15:01

법제처-기재부 입법예고 간이세액표 불일치
'소액부징수' 부분 삭제..월급 106만원부터 원천징수

혼자 사는 직장인들은 이번 달 월급이 약간 적어진 느낌을 받을 겁니다. 정부가 1인가구의 소득세 원천징수 세액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즉 월급에서 떼는 세금을 늘렸다는 얘깁니다. 관련기사☞ 7월 월급 99만원 독신자도 세금 뗀다

 

그렇다고 많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월 늘어난 세액만큼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요. 월급 400만원인 독신 근로자는 종전보다 월 1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떼지만, 내년 초 연말정산에서 6만원 정도를 환급받게 됩니다.

 

굳이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부가 올해 초 연말정산 대란을 겪으면서 독신자들에게 세금 환급의 재미를 주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입니다. 어차피 결정세액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를 원숭이 취급하는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나오죠.

 

그런데 소득이 적은 일부 직장인들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월급이 99만원만 넘으면 세금을 떼려고 했는데, 그냥 없던 일로 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수상한 기재부 입법예고

 

지난 달 15일 기획재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1인가구의 근로소득 간이세액표 부분을 고친 건데요. 입법예고 내용은 법제처와 기재부 홈페이지에 각각 게재됐는데, 간이세액표 부분이 다르게 적혀있습니다.

 

법제처의 입법예고에는 월급 99만원부터 원천징수 세액 70원을 내는 것으로 나와있는데요. 기재부에는 월급 106만원에 세액 1040원부터 시작합니다. 법제처와 달리 월급 99만원부터 105만5000원 구간의 세액이 사라졌습니다. 이 구간에 있는 직장인들한테는 세금을 떼지 않게 된거죠.

 

당초 월급 102만원인 근로자는 매월 500원 정도의 세금을 낼 예정이었지만, 기재부 입법예고에선 세부담이 없어진 겁니다. 이 수상한 입법예고는 그대로 통과돼 이달 초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 세금의 마지노선 '소액부징수'

 

입법예고 과정에서 월급 99만원에서 105만원 사이의 근로자 세금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소액부징수'라는 규정 때문입니다. 세금의 마지노선 같은 개념인데요. 세금이 너무 적으니까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월급 99만원인 경우 세액은 70원, 월급 100만원은 세액 210원, 월급 105만원은 세액 910원으로 모두 1000원에도 못 미칩니다. 국세청 입장에선 이 정도의 세금을 떼더라도 국가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원래는 월급 100만원 근로자로부터 세금을 210원씩 떼야하지만, 1년으로 치면 2500원 밖에 안되는 세금이 너무 적다는 건데요. 어차피 연말정산에서 다시 따져보면 되니까 국가 입장에서도 딱히 손해볼 건 없습니다.

 

올해 초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독신 근로자의 기준은 연간 총급여 1241만원, 월 단위로 환산하면 103만원입니다. 이미 근로소득공제나 인적공제 등으로 세금을 공제받고 나면 세액이 0이 된다는 의미죠. 즉 월급 103만원 수준이면 연말정산 서류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 "70원 세금은 없던 일로"

 

결국 월급 99만원 근로자에게 70원의 세금을 걷으려던 정부의 방침은 백지화됐습니다. 애초부터 걷을 필요가 없는 세금이었는데, 괜히 입법예고문에 넣었다가 지워버린 겁니다.

 

기재부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볼 수 있지만, 처리 과정이 매끄럽진 않았습니다. 입법예고는 혹시 불합리한 규정이 있는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고치겠다는 의미인데요. 아직도 법제처와 기재부 입법예고문에는 모두 '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이라고 써있습니다. 분명 입법예고 내용이 다른데도 말이죠.

 

독신자의 원천징수 세금도 굳이 고쳐야 했을까요. 매월 세금을 더 떼서 연말정산 환급액만 늘려준다고 기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정부가 국민의 세금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처리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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