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Inside story] 내 주머니 세금, 어떻게 달라질까

  • 2015.08.06(목) 13:33

[2015세법] 체크카드 공제율 최대 50%..곳곳에 '문턱'
상장기업 대주주 범위 넓어져..양도세 폭탄 주의

세금의 지도를 바꿀 2015년 세법개정안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손질하겠다고 밝힌 항목만 290개에 달합니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법 조문이 더욱 어지럽게 변하겠죠.

 

그래도 무거운 세금 부담을 줄여주거나, 세금이 빠져나가는 구멍을 막아준다면 '누더기 세법' 쯤은 감내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290개 조항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갈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가 궁금합니다. 바뀐 세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세금을 얼마가 늘거나 줄어드는지 여부가 중요한데요. 이번 세법개정이 국민의 호주머니에 끼칠 영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1. '체크카드 공제' 믿어도 될까

 

직장인에게 가장 솔깃한 세법개정 항목은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공제율 인상입니다. 소득공제율이 무려 50%까지 올라갑니다. 원래 체크카드 등의 공제율은 30%인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40%를 적용한 데 이어 이번에 10%p 더 얹어준 겁니다.

 

다만 두 가지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전체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넘어야 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총급여 4000만원인 직장인은 1년에 1000만원 넘게 써야 공제가 성립되죠. 이번에 체크카드 등으로 결제한 금액도 지난해 사용액보다 많아야 합니다. 지난해 체크카드로 1000만원을 긁었는데, 올해 하반기(6개월간)에 500만원을 쓴다면 혜택이 없단 얘깁니다.

 

지난해보다 체크카드로 100만원 더 썼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공제율 50%를 적용해 50만원을 공제받지만, 이것은 세액공제가 아니라 소득공제입니다. 세금 50만원을 돌려받는 게 아니라 전체 근로소득금액에서 50만원을 빼고 계산한다는 겁니다. 올해 연봉이 50만원 넘게 올랐다면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거죠. 연말정산에서 혜택을 보려면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을 정말 많이 써야만 합니다.

 

#2. 부양가족 기준이 넓어진다

 

연말정산에서 가장 쏠쏠한 혜택 중 하나로 꼽히는 부양가족 공제 기준이 조금 넓어집니다. 직장인의 배우자나 부모 등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으려면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한 달에 8만원 넘게 벌면 부양가족이 아니란 얘기죠.

 

이 기준까지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다만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에는 기준이 다른데요. 총급여가 333만원 이하라면 부양가족으로 인정해줍니다. 그러니까 월급 28만원에 못 미치면 기본공제 대상인 부양가족이 됩니다.

 

내년부턴 근로소득만 있는 가족이라면 총급여 500만원까지 기본공제 대상이 됩니다. 즉 월급 41만7000원 이하인 배우자나 부모 등은 부양가족으로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부양가족 범위 확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정부에 요구한 사안이라고 합니다.

 

#3. 종합자산계좌로 얼마 남길까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금과 적금, 펀드를 한 계좌에 모으는 방식인데 운용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200만원 넘으면 9%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집니다. 이자소득세율이 14%(주민세 포함 15.4%)니까 제법 쏠쏠한 절세 상품입니다.

 

납입한도는 연간 2000만원이고, 5년간 중도인출 없이 묵혀둬야 합니다. 만약 5년간 200만원의 운용 수익을 냈다면, 세금 28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1년에 5만6000원, 한 달이면 4700원 정도의 세금을 절감하죠.

 

연간 납입액 2000만원을 꽉 채워서 1200만원(연 4% 수익률)의 수익을 냈다면, 줄어드는 세금은 78만원입니다. 1년에 15만원, 한 달에 1만3000원의 절세 효과가 있는 셈이죠. 이것이 ISA로 가져오는 최대의 세금 혜택입니다.

 

 

#4. 대주주 요건을 살펴라

 

주식을 많이 투자하는 사람은 달라진 대주주 요건을 살펴봐야 합니다. 일반 투자자는 주식을 팔아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대주주는 살 때보다 오른 차익에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죠.

 

유가증권 시장 기업이라면 지분율 2%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을 대주주로 봅니다. 이 요건이 지분율 1% 또는 시가총액 25억원으로 더 넓어졌습니다. 코스닥 시장 기업도 지분율 4%에서 2%로, 시가총액 40억원에서 20억원 이상으로 대주주 기준이 내려갔는데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나 셀트리온 같은 우량기업 주주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유가증권 기업 지분을 1% 갖고 있다가 대주주가 되는 투자자는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면 내년 4월1일 전에 팔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양도세율이 10%인데, 내년 1월부터 20%로 오릅니다. 대주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똑같은 세율이 되는데요. 지금 중소기업 대주주가 두 배의 양도세를 내지 싫다면 올해 말까지 주식을 팔아야겠죠.

 

#5. 목사·스님 소득세 낼까

 

종교인에 대한 세금 문제는 이번에도 정부안에 포함됐습니다. 국회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보완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자는 건데요. 종교인들이 불쾌감을 표했던 '사례금'을 종교소득으로 바꿔 법률에 명시합니다. 식비나 교통비는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해줍니다.

 

필요경비는 80%까지 인정해줬는데, 이것도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기로 했습니다. 연간 종교소득이 1억5000만원을 넘는 종교인은 필요경비 20%, 소득 4000만원 이하는 80%로 나눴습니다. 고소득 종교인이 세금을 너무 적게 내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둔 겁니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제출해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지난해에도 종교인 과세는 국회의 제동으로 무산된 전례가 있는데요. 국회의원들은 거대 유권자인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렸다간 표가 다 떨어질까봐 걱정입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니, 이번에도 종교인 과세는 통과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연말 국회가 처리하는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 조항이 슬그머니 사라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