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에 대한 주식투자 규제는 대한민국 내 어느 직종보다 강력한 수준이다. 외부감사에 투입되는 회계사는 기존에도 해당 감사기업의 주식은 보유할 수 없었지만, 올해부터 감사에 투입되지 않은 회계사까지 그 규제가 확대됐다.
회계사에 대한 주식투자 규제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나 유관기관, 전문직종 중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계사들의 집단 부정이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투자와 관련된 다른 전문직 종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규제를 짊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회계사에게만 요구되는 전면적인 투자제한
감사대상을 해마다 신규 선임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회계법인에서 감사대상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 것은 사실상의 전면적인 투자제한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형 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들은 주식 투자라면 옴짝달싹할 엄두조차 못내게 됐다. 소속 회계법인이 관리하고 있거나 관리하게 될 수십 수백 곳의 감사대상 기업 주식을 가려내어 투자하려면 투자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민간인 신분인 회계사들에게 강제돼 있다는 점이다. 공공재로 평가되는 기업 회계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하지만, 회계사 역시 기업으로부터 감사비용을 받아서 소득을 얻고 생계를 유지하는 민간 전문직이다. 소득중 일부를 부동산에도, 주식에도, 그외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회계사들에게 강제된 전면적인 투자금지 조치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해외에서도 회계사에 대한 규제는 감사대상 기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투자자자들의 집단소송이 잘 자리잡고 있기도 하지만, 회계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감사업무와 연관된 경우에만 엄격한 규제가 이뤄진다.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투자자들이 소송으로 해결하지 정부기관이 강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공직사회에서조차 회계사 수준의 주식투자 규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무원의 경우 고위공직자에 한해 보유주식을 포함한 재산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변동내역을 공개하도록 할 뿐 거래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의 주식도 3000만원이 넘지 않으면 보유가 가능하고 3000만원을 넘기더라도 업무유관성 심사를 통과하면 보유할 수 있다. 이마저도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남의 일이다.
# 금융위 금감원 직원도 가능한 주식투자
주식시장과 밀접한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주식거래에 관한한 여지가 넓다.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국제금융국 일부 공무원들에게만 투자규제가 있고 대다수의 다른 부서 공무원들은 고위직을 제외하고는 투자에 대한 규제가 없다.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고, 이번에 회계사에 대한 규제강화 방안을 마련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4급(서기관) 이상에 대해서만 3000만원의 제한이 적용된다. 4급 이하의 금융위 직원은 주식보유 현황을 보고만 하면 된다.
금감원 임직원들도 직무 관련성만 없다면 주식보유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투자상품 거래가 분기에 10회만 허용되는 등 일부 규제가 있지만 직무 연관성과 투자자 이해상충 소지만 없다면 주식투자는 자유롭다. 직무 연관성이 없더라도 동일한 회계법인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직급의 회계사들이 투자에 제한을 받는 회계사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민간에서는 금융투자업종의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에 대한 규제가 있지만 개인적인 투자에 대해서는 허용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이나 증권시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한국거래소 임직원 역시 제한적이나마 투자가 허용돼 있다.
한 현직 회계사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음은 물론, 스스로 규정과 정보를 생산할 수도 있는 공무원들조차 업무관련성만 없다면 투자에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인 신분인 회계사에 대해 업무와 무관한 부분까지 규제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의 소지도 고민해봐야 할 정도로 과도하다”고 하소연했다.
▲ 지난해 12월 3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5 증권ㆍ파생상품시장 폐장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