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는 배기량 과세 기준을 시행한 1968년부터 현재까지 세율만 조금씩 바뀌어왔다.
오로지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자동차세가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저가의 국산차 소유자가 고가의 수입차를 타는 사람과 같은 자동차세를 내게 되는 '역진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국회에서도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으로 매기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자유한국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승용차에 대한 자동차세 산정방식을 배기량 기준에서 자동차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차와 장애인용 자동차, 친환경 자동차는 시행령을 통해 세율을 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영업용 승용차를 기준으로 차량 가격이 1000만원 이하인 자동차는 0.4%, 1000만~2000만원 0.9%, 2000만~3000만원 1.5%, 3000만~5000만원 0.2%, 5000만원 초과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가격별로 보면 2000만원짜리 승용차의 자동차세는 13만원, 3000만원짜리 승용차는 28만원, 5000만원짜리 승용차는 68만원, 7000만원짜리 승용차는 118만원의 자동차세가 부과된다.
현재 배기량 1999cc인 승용차에 부과되는 자동차세가 39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차량 가격이 3550만원을 넘을 경우 세부담이 현행보다 증가하게 된다. 국산차는 세법 개정으로 인해 세부담이 대체로 줄어들지만 수입차는 늘어나는 셈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세 수입은 5년간 6조3865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평균 1조2773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데 주로 국산 소형차와 중형차 소유자들이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세수 감소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바꾸면 상대적으로 고가 수입차가 적은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지방세 수입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자동차세 변경금지' 규정도 세법 개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국간 협정문에는 "대한민국은 차종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지방세 소관부처인 행정자치부는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자동차세 산정방식을 가격기준으로 변경하면 한미 FTA 위반에 따른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며 "친환경 목적으로 배기량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시킨 고가의 다운사이징 차량에 대한 소비와 투자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