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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핀셋 증세

  • 2017.10.08(일) 08:00

[Tax &]최문진 회계법인 원 공인회계사

고객사인 IT 벤처기업의 경영기획팀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물인터넷(IoT)과 코딩 등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이라, 문과라서 몹시 궁금했던 최신 IT 트렌드를 물어봤다. 

사물인터넷과 센서, 인공지능, 3D 프린팅 등 유망 기술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진행될 방향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유망 기술들은 산술급수적 성장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인 성장의 패턴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무님 얘기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반도체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과 같이, 4차 산업혁명의 유망 기술들은 기하급수기술이라는 것이었다. 

그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는 기하급수적 성장의 시대를 맞이한다는 것인가? 그러나 경제학을 배운, 경제학을 신봉하고 있는 문과생으로서는 이과생의 기술 혁신에 대한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수년 전, 정확히는 2014년에 한국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열풍에 빠져 있었다. 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산업혁명 이전 0.1%의 세계 성장률에서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도움으로 성장률은 1%로 증가하였지만, 자본수익율은 시간 선호로 인해 5% 선에서 결정된다. 5%와 1%의 차이만큼 자본의 집중을 불러오고 불평등을 야기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누진적 자본세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토마 피케티의 역사적 자료를 보자면 18세기말 이후 현재까지 이루어진 3차례의 산업혁명에서도 성장률은 0.1%에서 1%로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그친다. 또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1%의 성장률도 증기기관이나 전기의 발명이라기보다는 값싸고 풍부한 화석연료의 도움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0.1% 또는 1%의 성장과 기하급수적 성장은 어떤 관계에 있는 걸까? 현재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지구의 자원을 생각하면 토마 피케티가 옳은 것 같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우버의 성공을 생각하면 기하급수적 성장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과생들의 말대로 세상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문과생들이 괜히 태클을 걸고 있는 것인가. 필자 혼자 머리를 쥐어 싸매고 고민해봤다.

이 모순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원적 구성이 필요하다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거시적으로는 토마 피케티의 말처럼 1%의 산술급수적 성장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미시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유망기술들이 작용하는 영역에서는 기하급수적 성장이 가능하다. 

이원적 구성의 관점에서 볼 때, 경제 전체적으로 성장의 총량이 정하여져 있는데 일정 영역, 일정 지역에서 기하급수적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기존 전통 영역은 급속도로 축소될 것이다. 알파고는 이세돌을 대체할 수 있으며, 센서를 단 사물인터넷은 경비직원을 해고시킬 것이고, 3D 프린팅과 로봇은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다. 절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아마존이 도입하려 하는 무인마트 아마존 고(Amazon Go)는 월마트의 수많은 캐셔들을 실업자로 만들 수 있다. 

위의 예들을 보면 뭔가 의구심이 생겨난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등의 유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물리시스템으로 정의되는데 하나같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 세계의 인간을 배제하고 가상 세계에서 세상이 진행되는, 20여년 전 우리가 열광하면서 보았던 영화 매트릭스를 떠오르게 한다. 

어쨌든 인간을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실업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하급수기술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실업률이 증가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산술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 기하급수기술은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토마 피케티가 경제적 불평등을 가져오는 국제자본에 대해 글로벌 누진적 자본세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기하급수기술에 대해서는 이외의 전통산업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목적세를 부과하여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하급수기술로 인한 실업인원이 일정 규모를 증가한다면 그 기술의 확산을 지연시킬 수 있는 핀셋 증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언제까지? 아마도 제2의 지구를 찾아 지구인의 자원과 부가 증가되는 시점까지 계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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