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형평성 무너뜨리는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축소

  • 2018.01.24(수) 08:00

[Tax&]최문진 회계법인 원 공인회계사

최근 팹리스(Fabless) 회사와 같이 제조를 하지 않고 연구개발과 설계·판매만 수행하는 기업이 첨단사업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필자의 고객사인 정보기술(IT) 벤처기업 A사도 공장을 소유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전념해 모바일과 웨어러블 제품 등 첨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팹리스 회사는 제조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회사 역량의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집중하므로 임직원의 대부분이 연구소의 연구원이며 다른 기업에 비해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매우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A사는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통해 세부담을 낮출 수 있을뿐만 아니라, 과세표준에서 공제하고도 남은 공제세액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공제받지 못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액은 5년간 이월해 이후의 법인세 과세표준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세액공제의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세액공제는 소득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의 투자 행위나 연구개발활동 등에 따라 발생한다. 그런데 기업이 투자한 연도에 결손 등으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세액공제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A사의 사례를 보면 2015년말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영업이 악화하면서 회사 모바일 제품의 판매 채널이 막히고, 이에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됐다. 2016년부터 다시 영업이 정상화했으나 이월된 세액공제의 사용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다.

2016년 발생한 이익을 2015년에서 이월된 결손금으로 공제해 2016년 납부할 세액은 없었다. 그런데 이월결손금을 공제함으로 인해 과거 공제 받지 못해 이월됐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가 소멸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세액공제의 이월공제 제도가 조세유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월공제액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소멸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불합리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바로 세액공제의 이월공제기간은 5년인 반면에 결손금의 이월공제기간은 10년으로 세액공제액의 이월공제 기간이 결손금 이월공제 기간의 절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이월결손금 공제가 세액공제의 이월공제보다 우선 적용되므로 이월공제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결손금 이월공제가 먼저 적용되고, 그 이월결손금을 다 사용한 후에야 세액공제의 이월공제를 적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면 이월결손금은 과세표준과 산출세액 계산 단계의 공제 항목이고, 세액공제는 결정세액 계산 단계의 공제 항목으로 세액공제가 후순위 공제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결손금이나 세액공제를 공제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인세가 '기간세(期間稅)'라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기간세란 과세기간의 규정이 있는 세금이다. 반면에 상속세는 과세기간의 규정이 없는 '수시세(隨時稅)'에 해당한다.

기간세에서 특정 과세연도에 소득이 발생하면 이를 과세하고 결손이 발생하면 과세하지 않는다. 그런데 수 개의 과세연도를 통합해서 계산하면 실제 얻은 소득에 비해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결손금을 이월하여 공제하거나 소급공제한다.

이때 흔히들 결손금의 이월공제 기간은 입법자의 재량이라고 말한다. 최근 발표된 2018년 개정세법을 보면 대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당해연도 소득의 80%를 공제하던 것을 2018년 귀속 소득에 대해서는 60%, 2019년 귀속 소득 이후 분부터는 50%로 그 공제한도를 축소하도록 개정했다. 개정 이유로는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결손금의 공제를 제한하면, 수 년을 합산한 소득에 비해 과다한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것이 오히려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저해한다고 본다. 호황의 산이 높고 불황의 골이 깊은 기업이 이익의 편차가 적은 안정적인 기업에 비해 과다한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세법상 아무런 근거 없는 차별 대우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영국과 독일은 무제한이며, 미국은 20년이다.

또한 세액공제의 이월공제기간 역시 원래 세액공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간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월결손금 공제가 먼저 적용돼 세액공제의 이월공제를 적용할 수 없는 기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