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열풍은 세계적이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 열기가 가장 뜨거운 시장"이라며 "한국의 인구는 미국의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거래액은 미국보다 많다"며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열기를 보도했다. 가상화폐는 ‘암호화폐’라고도 하며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 실체가 없는 온라인상의 디지털 통화다.
가상화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올해 초 120만원대였으나 지난 12월 8일에는 248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1500만원대로 하락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가격이 최소한 10배∼20배 이상 오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의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약 250조∼300조원 이상으로서 가히 비트코인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총은 우리나라 1위 기업인 삼정전자의 시가총액(약 340조원)에 이어 두 번째,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약 60조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가상화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유망 투자처로 각광을 받는 반면, 해킹에 취약하고 익명성 때문에 범죄에 이용될 수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비트코인은 사기다. 실체가 없는 만큼 언젠가 거품이 터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1640년대의 네덜란드 튤립버블(tulip bubble)에 비유하기도 한다. 튤립가격의 이상 급등으로 1년 동안 튤립가격이 20배 이상 오른 후 급락한 과열투기현상으로,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현상으로 불린다. 튤립버블 이외에도 1720년대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The Mississippi Bubble), 영국의 사우스시버블(South Sea Bubble)을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가상화폐가 새로운 투자의 형태인지, 또 다른 버블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가상화폐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정부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2월 4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주최로 가상화폐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됐고, 국세청은 12월 5일 ‘2017년 국세행정포럼’을 개최해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문제를 다루었고,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TF를 구성해 가상화폐 규제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시각은 국가에 따라서도 다르다. 영국은 비트코인을 세계최초로 법정통화로 인정했고, 미국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허용한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과세 문제를 논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가 불법이라면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지해야 하며, 이때는 과세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를 합법화한다면 과세문제가 발생한다. 가상화폐에 대해 과세한다면 가상화폐 시장에 일시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가상화폐 거래를 합법화한다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가 합법이라는 전제 하에서 과세문제의 출발점은 가상화폐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 과세문제의 경우, 가상화폐를 재화(금융상품, 유가증권, 상품 등)로 본다면 과세가 이뤄져야 하지만, 통화로 본다면 과세될 수 없다. 현금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만약 과세를 한다면 어떻게 과세해야 할까? 이는 각종 법률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접근방법 역시 국가마다 다르다. 부가가치세(또는 판매세)의 경우 독일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봐 부가가치세를 과세한다. 하지만 미국·영국·호주·일본 등은 통화적 성격을 인정해 부가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의 거래로 인한 차익에 대해서 법인세나 소득세를 과세하는 경우에는 거래의 확인문제, 평가의 문제 등이 발생하며 회계기준의 정비도 필요하다.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상화폐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를 합법화할 것인가, 합법화한다면 재화와 통화 중 어느 것으로 볼 것인가, 어느 정도의 규제를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 먼저 정부입장을 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적 흐름에 뒤처져서도 안 되지만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가상화폐에 대한 실제 과세 여부와 관계없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과세에 대비해 법률적·행정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상화폐의 성격규정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과세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소득세(사업소득·양도소득 또는 기타소득의 분류 등)·부가가치세·상속세 및 증여세 등으로 나누어서 발생할 수 있는 과세문제에 대해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조세회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나친 과욕은 결국 화를 부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가상화폐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최근의 가상화폐 열풍이 또 하나의 튤립버블, 비극드라마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투자자의 현명한 대처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