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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스人워치]"56년만에 세무사 독립했다"

  • 2017.12.19(화) 15:22

한국세무사고시회 이동기 회장 인터뷰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는 업역 침탈 리스크 해소한 것"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세무사 자격도 자동으로 주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다. 뜻있는 세무사들이 국회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시작한 지 꼬박 1년만이다.
 
세무사들은 그동안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 받는 제도에 대해 반대해 왔다. 1961년 세무사 제도와 함께 세무사법이 생길 때 자격사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무사 시험 합격자뿐만 아니라 변호사 시험합격자 등에게도 세무사 자격을 줬지만 세무사 1만명 시대에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에게까지 자격을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분야의 자격부여를 세무사 시험 합격자로 제한하자는 논리는 국회에서도 통했다. 소관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는 관련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변호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법제사법위원회였다.
 
법사위는 17대, 18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기재위에서 세무사법이 올라오는 족족 계류시켰다. 그리고 19대 국회에서는 세무사법이 기재위도 통과하지 못했고, 20대 국회에서는 2016년 11월말 기재위를 통과한 세무사법이 다시 법사위에서 멈춰섰다. 법사위가 이른바 '상원 노릇'을 제대로 한 것이다.
 
그동안 의원들이나 보좌관들을 접촉하며 정치적으로 접근했던 세무사들은 이번에는 논리로 무장했다. 변호사들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국회는 물론 국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으며 릴레이 1인 시위를 기획해 장기전으로 끌고 갔고 결국 국회를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지난 1년간 무더위와 맹추위를 견뎌가며 국회와 대국민 설득작업을 펼친 한국세무사고시회의 이동기 회장을 만났다.

▲ 이동기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 세무사들이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 그동안 세무사들은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주는, 덤으로 주는 자격을 갖고 있는 자격사라는 자괴감이 있었다. 이제는 자괴감 대신 자긍심을 갖게 됐다. 특히 세무사고시회가 꼬박 1년을 활동했기 때문에 더 남다른 감회가 있다. 사실 논리적으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법사위 벽이 그만큼 높았다. 세무사법이 생긴 지 56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 세무사들에게 어떤 실익이 있나
▲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무사의 업역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길게 보면 확대되는 것이 맞다. 
 
지금 로스쿨 출신들은 아무래도 기존 사법시험 출신들보다 먹거리가 취약하기 때문에 결국은 세무사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매년 로스쿨 출신들이 2000명씩 늘어나는데 진입 장벽을 세운 게 큰 성과다.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업역침탈 리스크를 막았다고 볼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세무사들이 진정한 독립을 했다는 효과가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회계사에게도 세무사 자격을 부여했는데 그분들이 회계사 명함에 세무사를 같이 쓰니까 많은 사람들이 세무사 자격은 회계사를 따라가는 직역이라고 생각했다. 

- 1인 시위는 어떻게 진행했나
▲ 지난해 법사위에 계류된 후부터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정기국회가 끝나도록 법사위에서 처리를 하지 않고,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이 다뤄지지 않아서 1인 시위까지 시작했다. 알아보니까 1인 시위는 집회신고를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진행했다. 월별로 일정을 짜서 고시회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피켓을 들었다. 여름에는 햇볕이 따가워서 힘들었고 겨울에는 칼바람을 이기느라 힘들었다. 회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 한국세무사고시회 소속 세무사들은 세무사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계류된 2016년 12월13일부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7년 12월 8일까지 국회앞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사진=한국세무사고시회
 
- 시위가 효과를 봤다고 생각하나
▲ 정기국회든 임시국회든 국회가 열리면 무조건 1인 시위를 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점심시간 전후로 2시간씩 했다. 성명서 같은 것은 휘발성이라 꾸준한 활동이 필요했고, 1인 시위는 훌륭한 대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부 법사위 의원들이 지나가며 같이 사진 찍자고 할 정도로 공감을 해줬고, 대중들도 우리가 들고 있는 피켓 내용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뜻을 전해줘서 힘을 얻었다. 우리 시위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 그밖에 또 어떤 활동을 했나
▲ 세무사들 5000명의 서명을 받아서 법사위 위원장과 소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지난 4월에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나서는 각 후보들에게도 세무사법의 내용을 설명하고 자료를 보냈다.
 
지난달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을 적용하려 하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중앙일간지에 광고를 실었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민 선택권을 해치고 로스쿨 제도에 반한다는 내용인데 그 논리가 하도 황당해서 우리도 광고를 했다. 한국세무사회 본회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신문광고에 부정적이었지만 고시회는 팩트로 접근하자는 취지에서 광고까지 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광고비를 모아서 충당했다.
 
-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가 뭐가 다른지
▲ 세무사회는 법정단체이고 세무사고시회는 법정단체 내에서 만든 임의단체다. 예전에는 국세공무원들에게도 자동으로 자격을 줬고 교수들한테도 자격을 줬기 때문에 순수하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모여서 단체를 만든 것이다. 1, 2차 시험에 모두 합격한 세무사와 국세경력으로 1차 시험을 면제 받고 2차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들이 회원이다. 세무사고시회도 1972년에 생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 세무사회 본회가 아닌 고시회가 법개정을 주도한 이유가 있나
▲ 지금은 '전임' 집행부가 되겠지만 지난해 국회 기재위를 통과할 때에는 백운찬 당시 회장부터 해서 세무사회 집행부가 상당한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상임위를 통과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세무사회가 회장 선출 문제로 내홍을 겪으면서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우리라도 나서야겠다고 해서 시작했다. 무엇보다 세무사고시회 회원들이 바로 잘못된 세무사법의 피해당사자였기 떄문에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했다.
 
- 국회선진화법 적용 1호 법안이 세무사법이다
▲ 정세균 의장이 법사위 계류 법안 중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별로 없는 것을 올리자고 했다. 그만큼 세무사법 개정안은 국민적인 이견이 없는 법이라는 뜻이다. 전문가에게 자격을 주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는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법이다. 일부 변호사들만 시비를 거는 것이지 내용상 당연한 법이다.
 
변호사가 하다 못해 회계학이나 재정학이라도 시험을 봤다면 모르겠다. 세무나 회계, 재정학 같은 시험을 전혀 보지 않았는데도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나. 국회도 명분이 있으니 가장 먼저 처리를 한 것이다. 
 
- 세무사들의 조세소송 법률대리권 요구도 있던데
▲ 납세자가 세무대리인에게 맡긴 일이 소송을 가게 되면 변호사를 선임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납세자의 비용이 많이 든다. 세무를 잘 아는 세무사가 법정에 설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인데  일본 같은 경우 세리사(세무사)가 사법 보좌인이라고 해서 변호사를 도와 법정에서 진술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에는 세무사들이 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세무사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세법은 잘 알지만 법률이론이나 행정법, 일반법률, 행정소송절차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지금 조세소송 법률대리권을 달라는 건 변호사들이 세무사 자격을 달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세무사들이 5년, 10년을 보고 준비를 해서 소송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일정한 절차나 시험을 이수해서 세금에 대해서만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설득력이 생긴다. 지금 얘기하면 명분도 논리도 떨어진다. 이번에 세무사법이 처리된 것처럼 세무사뿐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해야 여론이 세무사의 편에 설 것이다.
 
- 고시회라는 이름이 일반인에게는 낯설다
▲ 사법고시가 사법시험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세무사시험도 과거에는 법령상 명칭이 세무사고시였다. 그 영향으로 처음에 단체명도 그렇게 지어졌는데 우리 내부에서도 고시회라는 명칭을 바꾸자는 의견들이 나온다. 하지만 역사가 길다보니 신구 회원간의 의견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민변)과 같이 어감을 바꾸면서도 원로들의 애착도 충족시킬 수 있는 명칭이 없는지 고민중이다.

▲ 이동기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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